문풍지

by 포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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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며칠째

큰 산에 땔감을 구하러 가지 못하고 있다.

장독 위에 쌓인 눈은

그대로 굳어 있고

아랫목 이불속 말고는

몸을 둘 곳이 없다.


아침 겸 점심으로 때울

고구마를 바가지에 담는다.

공동우물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아 다행이다.


고구마를 씻어 삶는 일은

겨울방학 동안 내 몫이다.

아직 흙이 다 씻기기도 전에

손이 시려 멈춘다.


굴뚝에 연기 오르는 집을

잠시 바라본다.

땔감과 양식이 있다는 증거.

점점 줄어드는 고구마와 땔감,


방문에 붙은 문풍지는

얇은 몸으로 바람을 막는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마을은 더 말을 아낀다.


내일은 눈구덩이에 빠진다 해도

산을 넘어 나무를 구해와야 한다.

머리맡에 떠놓은 물이

어느새 단단한 얼음이 되어갈 때,

미지근한 아랫목에

온 식구의 발이 모인다.


겨울밤은 길다.

내가 잠든 뒤에도

문풍지는 밤새

바람을 막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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