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간의 암호

by 포도향기

30여 년 전, 주말농장을 시작하며 들른 친척 집은

처마가 기울어 곧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그러나 마루판자만은 수만 번의 발길에 닳아

햇살 아래 유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헛간 천장에는 뭔가 쓰여있는 봉지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농자재 부속이 담겨 있다고 했다.

어두운 화장실 천장에도 봉지들은 매달렸다.

먹을 찍은 붓이 단숨에 달려간 흔적. 글자라기보다

경지에 이른 자들의 암호, 한자의 초서였다.

나는 단 한 자도 읽지 못했다.


촌노가 쓴 글을 도시젊은이가 모르다니

그 부끄러움이 나를 책상 앞으로 데려갔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애들 천자문 학습지를 펼쳤다.

누가 볼까 두려워 밤마다 몰래 글자를 베꼈다.

새벽 2시, 글쓰기 연습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연습장은 다음날 불태워졌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층을 이루고

볼펜 잉크 수십 자루가 바닥을 드러냈을 무렵,

사람들은 내 글씨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봉지에 스며 있던 붓끝의 숨결에

여전히 닿지 못했다는 것을.


삼십 년, 다시 찾은 빈집의 천장에는 여전히

그날의 봉지들이 거미줄 속에 매달려 있었다.

글 쓴 이는 사라졌지만,

붓 자국은 살아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뜻을 읽지 못한다.

아마 끝내 읽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다시 펜을 든다. 닿지 못할 거리를

선명히 알면서도,

그 거리가 나를 끊임없이 깨우기 때문이다.

오늘도 헛간 천장의 암호는 말한다.

“넌 아직,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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