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마을 앞 신작로를 바라보았다.
길 끝에
세상이 있다고 믿었다.
청춘의 날개가 있을 때
고속도로를 달렸다.
멀리 갈수록
내가 커진다고 생각했다.
삶이 자리를 잡자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에 섰다.
지구는 넓었고
나는 작았다.
시간은 승강기처럼
말없이 나를 올려 보냈다.
퇴직이 가까워졌을 때
처음으로 아래를 보았다.
정갈할 줄 알았던 발밑에는
건네지 못한 사과 하나,
지키지 못한 약속 하나.
높이보다
그것들이 먼저 보였다.
그리고
얼떨결에 오른 망대의 꼭대기.
구름이 걷히자
사람의 마음이 보였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보다
더 또렷한 것은
지워지지 않은
내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