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등굣길에서 그 여자를 보았다.
머리는 바람에 흩날리는 마른풀 같았고
옷은 흙과 먼지에 젖어 있었다.
길 대신 논둑을 달리다 멈춰 서서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가
허공을 찢었다.
며칠 전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들은 뒤
저렇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뒤따르며
돌 대신 웃음을 던졌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웃음이 갑자기 울음으로 꺾이던 순간
날 선 비명이 귓속을 긁었다.
수업 시간에도 자꾸 창밖을 보게 되었다.
산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푸르렀다.
그 푸름이 오히려 잔인하게 느껴졌다.
며칠 뒤 다시 마주쳤다.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는데
그녀의 시간만 멈춘 듯 보였다.
어떤 이는 귀국하며 텔레비전을 들여왔다지만
그녀의 집에 들어온 것은
전사통지서 한 장뿐이었다.
그녀도 기다렸을 것이다.
‘곧 돌아간다’는 편지를 붙들고
날짜를 세며 밤을 견뎠을 것이다.
그 달력에는
죽음이라는 날짜가 없었을 텐데.
라디오는 연일 승전 소식을 흘려보냈지만
그녀의 집 안에는
패전의 침묵만 가득했으리라.
한 번은
그녀가 나를 바라본 적이 있다.
누군가를 찾는 눈빛이었고
동시에 아무도 보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이유 없이 고개를 숙였다.
남편을 죽인 것도 아닌데
죄인처럼 심장이 조여 왔다.
그녀가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가벼워
나는 더 무거워졌다.
그제야 알았다. 전쟁은
총을 든 사람만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정신까지
함께 끌고 간다는 것을.
한 달쯤 지났을까.
학교 옆 골목에서
그녀를 다시 보았다.
담벼락에 기대앉은 채
누더기가 된 옷차림으로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었다.
이제 나는 5학년이다.
앞으로 8년 후면
나 역시 총을 들고
월남에 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