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개의 부리

by 포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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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장의 문이 열리면

닭들은 한꺼번에 마당으로 쏟아져 나온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흙바닥인데도

깃털을 세우고

앞다투어 달려 나간다.

먹을 것이 있든 없든

일단 쪼고 본다.

그 모습을 보다가

오늘 아침,

아파트 정문을 빠져나가는

무채색 차량의 행렬이 떠올랐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입으로, 전화로, 허공을

쉴 새 없이 쪼아대는 사람들.


닭은

삼킨 것을 갈아낼 모래주머니가 있다.

인간에게는 없다.


삼키지 말아야 할 것까지 삼켜놓고

끝내 소화하지 못한 채

속만 뒤집는다.

미련한 닭도 하지 않을 일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반복한다.

다람쥐는 쳇바퀴를 돌고

우리는 회전목마를 탄다.


위아래로 흔들리며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다고 믿지만,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모는 자동차,

그건 길 위를 달리는 기계가 아니라

빙글 도는 목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게

질주가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도

내려오지 않는다.

오늘도


열 개의 부리로

모니터에 떠 있는 먹이를

쪼아댄다.

먹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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