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은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금방 흐려진다.
조금만 지나면
기억은 확인이 필요해지고
조금 더 지나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야기가 된다.
복숭아 농사를 짓던 형님이 있었다.
신품종 묘목을 심던 해였다.
“이번엔 좀 나아지겠지.”
흙 묻은 손으로
웃으며 말하던 사람이었다.
딱, 두 달 후
형님은 과로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그날 아침에도
내일을 이야기하며
밭에 나갔던 사람이다.
나무에서 떨어진 꽃잎 하나가
냇물을 따라 흘러간다.
어디까지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 물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끝까지 남는다면
이 흐름은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꽃잎이
자신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오늘 함께 일하던 사람,
내일도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가.
부자 이야기가 있다.
수확이 많아
창고를 더 짓고 말했다.
“내 영혼아,
여러 해 쓸 것을 쌓아두었으니
편히 쉬고 먹고 마시자.”
그러자
그 영혼의 주인이 말했다.
“오늘 밤,
네 영혼을 찾겠다.”
내일은
아무도 보증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창고 짓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나 역시
그 안갯속으로
아무렇지 않게
나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