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철도
집에서 1km쯤 떨어진 곳
철길 가까이 앉았다.
그 짧은 거리를 걸어오는 동안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하는 일마다 어긋났다.
형편은 끝없이 아래로 미끄러졌다.
빈민촌에서 시작된 인생,
몸부림칠수록
몸은 망가지고
살림은 더 궁해졌다.
이런 시대에
구차하게 손을 내밀고 싶지는 않았다.
열차가 지나갔다.
먼지를 일으키며
내 앞을 가로질렀다.
또 한 대가 지나갔다.
이제
마음의 결단만 남은 것 같았다.
여객열차가 천천히 스쳤다.
창문 너머로
웃고 있는 얼굴들이 보였다.
부러웠다.
열차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먼지만 남기고 지나갔다.
누군가는 웃고 있는 시간에
나는
먼지 속에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석탄을 실은 화물열차가 지나갔다.
다음은
가장 빠른 새마을호가 올 것이다.
그때가 기회라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가정을 벼랑 끝에 몰아넣고
혼자 도망치려는 사람,
지금의 나는
그 모습이었다.
그때,
멀리서 종소리가 울렸다.
수요일 예배를 알리는 소리.
소리는 산에 부딪혀
메아리가 되어
이 철길까지 흘러왔다.
나는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섰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발걸음이
교회 쪽을 향하고 있었다.
“고의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일은
살인입니다.”
그날의 말은
가슴 깊이 박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품속에 넣어두었던 종이를 꺼내
조용히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