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게 내리는 비
역시, 봄비답다
온 세상을 적시는 비를 보며
나는 그릇의 크기를 생각한다
왜 품지 못했는지
왜 따졌는지
내 집 마당만큼도
적시지 못한 삶이었다
이 비를 머금은 뿌리들이
다시 살아날 것을 생각하면
봄비의 힘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내 곁에 오지 못했던 마음들
내 말에 찔려
피 흘리던 가슴들
나는 그때
비가 아니라
가시 옷을 입고 있었다
고개 한 번 숙이면 될 일을
끝내 버티던 나였다
우산 없이 저 비를 맞으면
이 좁은 마음도
부풀어
조금은 넓어질까
비에 젖은 얼굴로
상처 입힌 마음들을
가만히 떠올린다
그때
조금만 더 부드러웠더라면
얼마나 많은 싹이
돋아났을까
종일 내리는 봄비에
저녁쯤이면
내 마음도
다 젖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