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Plastic Trees - Radiohead
‘운을 떼기가 참 어려운 오늘입니다. 누구나 오랫동안 지켜오던 나만의 것이 있잖아요. 오랜만에 마주친, 내가 좋아하는 ‘그것’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더 크게 불러봐, 소리를 모아봐. 중앙에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점을 뚫어버려.” 그 순간 매일 듣던 내 목소리가 낯설게 다가왔다. ‘있는 힘껏 노래를 불러본 지가 언제더라.’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라 울컥했지만, 이내 차오르는 감정을 삼켜냈다. 그동안 꿋꿋이 내 옆에 머물고 있었지만 새로움에 이끌려 잊고 살았다. 음악이 좋아서, 노래가 좋아서 그렇게 기타를 잡은 내 모습을.
‘나에게 음악은 표현이었다.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선택한 게 아니었다. 미숙을 온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오롯이 음악에서만 가능했다. 나의 감정을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이자 방법이었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내 마음이 죽기보다 싫었다. 우울은 나에게 영감을 준다는 점에 있어 무척이나 감사한 경험이지만, 때로는 나를 나락으로 밀어버리기도 한다. 감정을 건강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모른 채 감내하기 바빴다. 표현에 미숙했다. 감정을 드러내기 위한 연습을 참 많이 했다. 솔직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그런 나에게도 아픔을 아픔으로, 슬픔을 슬픔으로, 설렘을 설렘으로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소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우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 나는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나 자신을 달래고 있을 뿐.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는 동안 나는 마치 원작자가 만든 마을의 주민이 되는 듯했다. 그가 어떤 의도로 이 곡을 만들고 불렀을까. 어떤 방식으로 연주해야 이 곡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날까. 수없이 고민하여 떠올린 나만의 심상과 경험을 한데 모아 자유로이 표현한다. 그가 세운 울타리 내에서 마음껏 뛰논다. 어우러진다. 내 우울은 그렇게 조금씩 행복으로 덮인다.
‘익숙함과 새로움 그 언저리에서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꾼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삶이 딱히 어떠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꿈이, 지금의 우리가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