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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니 onee Feb 26. 2023

사랑,사랑,사랑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고 그럼에도 사랑하기!

“이번에 오스카 여우조연상 받은 윤여정 진짜 대단하지 않아? 영화 미나리에서 그린 할머니의 역할이 사람들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봐.”

“그러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서 우리나라 영화계가 각광받는 시대가 오다니. 아,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000 봤어? 재밌더라. 우울할 때 보면 딱이야.”


한창 영화 얘기로 떠들썩한 자리였다. 영화를 왜 보는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었다. 누구는 우울하고 공허한 감정을 이겨내려고 코미디 영화를 본다고 했다. 누구는 영화가 그리는 꿈과 낭만을 느끼고 싶어서, 그리고 또 다른 누구는 대리만족을 위해 본다고 했다. 뭉뚱그려 그들의 말을 이해하는 듯했다.


유독 생각이 많았던 날 친구들의 말에 따라 딥하고 어두운 영화를 틀었다. 생각을 잠재울 수 없을 것 같아 차라리 복잡한 이 감정을 즐기고자 영화 ‘파리 대왕’을 보았다. 폭력성이 난무하고 본능에 충실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어 거대한 형체가 되어 나를 괴롭혔다.


무질서한 사회에서 드러나는 충동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극한의 상황에서 이성적인 사고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뭐든 간에 다소 무거운 주제임은 틀림없다. 영화를 해석하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다만 머리가 지끈거려 생각을 깊이 이어나가지 않게 되었다. 아무튼 영화의 감상은 딱히 정해진 답안은 없지만 정답과 유사한 답안을 찾아내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라 느껴졌다.


불현듯 다른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낭만과 꿈을 심어주는 존재. 영화는 늘 아름답고 희극인 삶을 그리는 것은 아니어도 태반은 그렇다. 그게 사랑이든, 인생이든, 꿈이든. 영화 속 인물들은 뒤엉킨 갈등의 매듭을 손쉽게 풀어간다. 운명처럼 만나, 부딪히고, 화해하고, 사랑한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영화 속 삶처럼 녹록지 않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운명 같은 삶도, 선택도, 사랑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영화 같은 삶’,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좋은 상태이고 싶어서가 아닐까. 우리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이 모조리 없던 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마음이 간절해서 영화 속 사랑이 위로로 비칠 수도 있겠다. 그 위로가 정녕 충분할진 모르겠지만. 우리들의 인생을 집약해 놓은 형태가 정말 영화일까. 만일 영화 속 삶이 낭만이 아닌 환상이라면, 여전히 우리들의 인생을 그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감정이 고장 나지는 않았나 보다. 극 중 인물들의 삶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 꾸며낸 슬픔에 불과했지만, 눈물을 한 움큼 쏟아냈다. 그들의 인생이 가여워서일까, 아니면 가엾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 생각나서일까. 극 중 인물들의 사랑에 감정을 이입한다. 경험하지 못할 사랑에 불과했지만 경험하지 않은 사랑 이기도 하기에 웃음을 지었다.


영화는 처방 약 같았다.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하는, 병든 마음을 울 수 있게끔 만든다는 의미에서. 비록 다른 의도에서 비롯된 웃음일지라도 웃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대리 만족을 위해 영화를 본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물론 병원을 직접 찾아가지 않는다면 약을 처방받을 수 없는 것처럼 몰입 없이는 감정의 동요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두시간의 몰입으로 원하는 기분과 감성을 끌어낼 수 있다면 이만큼 합리적인 선택지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무한한 상상력을 품기를 좋아해서 영화가 보여주는 삶을 그대로 수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특별하다고 생각하기보다, 따분하고 진부한 우리들의 사랑을 되짚으며 충분히 ‘영화 같음’을 느낀다. 그렇지 않은가. 너는 그때 왜 그곳에 있었으며, 우리는 어쩌다 눈을 맞추며 술잔을 기울였을까.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 왜, 수많은 사람을 두고 사랑에 빠졌을까.



https://soundcloud.com/purpletoblue/wecvpkc1zdgk



추신:  사실 예전에   이라 지금의 나는 이때랑 생각하는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 영화같은 삶을  꾸고 살아가기는 여전히 마찬가지이니.  그리고 이번에 새로   가사가 정말 마음에 든다.

특히  부분!


고장나고 버려진 것들을

소외되고 배제된 것들을

익숙하고 무뎌진 것들을 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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