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존재의 종말
[종말]
그는 내게 늘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세살배기 시절의 나를 두고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마다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세살배기를 훌쩍 넘은 지금 이 시점까지,
우리가 아주 오랜 시간동안 붙들고 살던 20년의 걱정은
끝내 종말되었다.
살다 보면 문득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갈 때가 있다.
존재의 유한함에 조금 안일해졌을 시점에 나는 보통 괴로워했다.
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없었다.
나는 그와의 마지막 전화에서 다음 주에 찾아가겠다는 미약한 말을 던졌다.
어차피 곧 있으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을 테니.
아마 그날 우리에게 전화 한 통은 평소만큼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수화기에 귀를 맞대고 많은 영감을 주고받는 사이였음을 잠시 잊었다.
마침내 멈추어 섰다.
갑작스러웠지만 필연적인 아주 긴 여정에는
그 어떤 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는 절대 걸려 올 일이 없는 전화선을 아직 뽑지 않은 건
내가 남겨둔 일종의 죄책감이자 작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