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주관적인 영화 리뷰

by 목청원

1월 12일, 패딩을 여미며 작성한 초안을 손보기 위해 수정 버튼을 클릭한 것은 벚꽃이 지고도 한 달이 된 5월 9일, 해가 따스하게 들어오는 오늘이다. 바쁘다는 것을 핑계 삼기에도, 이제 와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끄적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나날들이 흘렀다. 이리 흐른 시간은 객관적인 분석과 타인의 의견들이 합쳐져 뇌리에 박히기 마련. 초안 외의 내용을 더는 주관적이라 볼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루고 또 미뤄 온 것을 조금은 후회한다.


주관적이라 보기에도, 리뷰라 보기에도 어려운 글이 된 이유에 대한 서론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자. 애당초 독자 설정 본인 1인 두고 시작했던 일 아닌가.




192분. 이는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예매한 뒤에서야 알게 된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이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습관적으로 화장실에 가야만 하는 내가 세 시간이 넘는 영화를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혹여나 이 영화가 지루하진 않을까? 영화관의 비싼 푯값을 고작 수면 유도제로 쓰게 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쿠아리움. 나에게 있어 아바타 2는 이 이상, 이 이하도 아니었다. 보는 내내 즐거웠다. 세 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 아름다운 아쿠아리움. 영화관에서 나와서 내용을 되짚어 보니, 이게 왜 지루하지 않았지? 싶더라. 나만의 기준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알맹이가 없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탓일까.


아바타 1이 나온 지 10년도 더 지나 버렸다. 영화를 본 지 반년만 지나도 내용이 긴가민가해지는 인간상인데, 아바타 1의 내용이 더는 기억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감독은 친절했다. 192분이라는 러닝 타임은 아바타 1을 보지 않고도 2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처럼 보였다. 과거 회상과 설명이 잔뜩 들어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간간이 아바타 1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흐릿하게 떠오르는 착각 아닌 착각도 불러일으켰다. 구태여 머리를 짜내 이 글에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딱 그 정도.




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현실적인 판타지를 좋아한다. 이러한 극강의 판타지 오브 판타지는 나의 감상에 오히려 메리트가 없다. 이를 알면서도 표를 결제하고 어두운 영화관에 들어서서 192분을 투자했던 것은 이제 와서야 문득 떠오른 거지만, 내가 진심으로 이 영화에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단순 천만 영화 시리즈 타이틀을 보유했기에.


나는 타인의 시선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여전히 다수의 발자국이 남은 길로 걷는다. 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 또한 그러하다. 지인들과의 교류를 위한 투자, 그에 대한 평을 나누며 볼만했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남긴다. '관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영화를 제작했다는 감독의 말을 다른 방식으로 꼬아 버리며 오늘도 생각의 선을 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