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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리나 Dec 20. 2024

이토록 예쁜 영혼을 어찌할까요!

경민, 준혁아~

나는 중학교에서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 특수교사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6명으로 남학생이 5명, 여학생이 1명이다.

지난 가을의 일이다. 여름 장맛비처럼 많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했던 날이 있었다. 여느 날처럼 차를 몰고 교실 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였다. 꽤 이른 시간이어서 아직은 등교한 학생들이 많지 않을 시간이었기에 시동을 끈 다음에 눈을 감고 잠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음악 한 곡이 막 끝났을 무렵일까? 갑자기 차 앞이 소란스러워 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인가? 경민이와 준혁이가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소리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차 비 맞아요. 차가 비 맞아요!”

분명 준혁이 엄마께서 운전을 해서 경민이와 준혁이를 내려다 주고 직장으로 가셨으리라. 하교할 땐 내가 아아이들을 하교 차량에 태워 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굳이 우산이 필요없을 터. 그날따라 다른 때보다 일찍 등교한 경민과 준혁은 선생님 차가 보이자 교실에서 나왔을 것이다. 비는 주룩주룩 내려 차체에 그 비가 다 쏟아지는데 바보같은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감고 있으니 애가 탔던 것이다.

아이고~ 어쩔꺼나! 이 순수한 영혼들을……

자기 몸에 장대비가 내려 꽂히는 것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선생님 차가 비에 젖는다면서 소리소리를 지르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그만 가슴이 꽉 막혀 왔다. 차 밖으로 나가자마자 빗물과 섞여 버리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가슴은 따뜻해졌지만, 또 한 편으론 걱정이 된다. 비에 젖은 옷을 갈아 입혀야 되는데… 여벌 옷이 있는 준혁이는 괜찮지만 여벌 옷이 없는 경민이는 어떡할까? 이미 출근하셨을 경민 어머니께 전화 드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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