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마녀전이 궁금해진다.
나는 늦은 사춘기를 지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Rock N Roll Girl'이 되어 있었다. 그 이면에는 나의 친구 김시화의 몫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시화가 Queen을 알려 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연히 나의 20대의 최애 중에는 Meat Loaf가 포함 되어 있었고 ’I’d do anything for love’도 나의 playlist에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결정타도 Meat Loaf가 출연한다는 것이었다. “에이 설마?”. 안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분명히 작용했을 게 뻔하지만 단지 “결정타”가 Meat Loaf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90년대에 20대를 보낸 나는 사실 홍콩 액션에는 뒤늦게 입문했고 나의 최애가 남들과 다르게 <열혈남아(1988)>나 <백발마녀전(1993)>이었기에 우인태 감독이 헐리웃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문은 내 귀를 솔깃하게 했고 <Die Hard with a Vengeance>에서 눈여겨 보았던 Samuel L. Jackson과 한다하는 cinéphile들이 사랑한 Ken Loach 감독의 <Carla’s Song(1996)>에서 나의 눈에 들어온 Robert Carlyle이 나온다는 것도 한 몫했다. 거기다 Meat Loaf가 나온다는데 나로써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보고 있자니 반가운 인물들이 또 눈에 띈다. Emily Mortimer와 Rhys Ifans가 바로 그들이다. 우선 Emily Mortimer는 Woody Allen의 <Match Point(2005)>에서 매력적인(?) 약혼녀로 기억을 하고, Rhys Ifans는, 하…. <Notting Hill(1999)>의 그 어리버리 특이한 Will의 친구인 그를 잊기란 쉽지 않다.
경찰이 Elmo의 차를 단속하는 첫 장면부터 어이 없게 시작한다. 그 어이 없는 사건으로 Elmo(Samuel L. Jackson)는 마약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결국에는 그 똑똑한 머리로 그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마약계의 제왕 Lizard(Meat Loaf)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사고를 치고 영국으로 가는데, 해결사였던 Felix DeSouza(Robert Carlyle)를 만나며 일은 꼬이고 꼬여 죽다 살아난 Lizard에 의해 고용된 Dacota까지 나타나면서 일은 더 복잡하게 돌아간다.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불통의 말 “take care of it” 이 말 한마디에 사람이 죽어 나가고 “take him down”이 “take it down”이 되어 또 사람이 어이 없게 죽어 나간다. 이런 표현들을 영국식(Liverpool) 억양으로 듣는 것은 나한테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이제껏 미국식 억양은 지겹도록 들어왔지 않은가? 컨테이너가 내려올 때는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그와 동시에 웃픈 상황에서 어이없는 실소가 계속 나온다. 이런 게 영국의 Black Comedy일까 싶기도 하면서 생각지 못한 희한한 유머에 내 입꼬리 한 쪽이 씨익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반면 홍콩 액션을 영국 좁은 골목으로 옮겨 와서 차를 마구마구 부숴 버리는 게 지금 시점에서 볼 때 클리셰이긴 하지만 시원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판타지(?) 영화인 <백발마녀전>에서 임청하의 눈빛과 액션처럼 나의 기억에 길이길이 남는 영화는 아니지만 빨간 클래식 차나 미니 쿠퍼 차가 휘젓고 다니는 Liverpool의 골목들은 인상 깊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미니 쿠퍼가 나왔을 때는 <Italian Job(2003)> 이 생각이 나 혼자 빵 터졌다. 아마도 <Italian Job(2003)> 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나의 리액션은 당연하리라!
축구라고 하면 미치는 Felix 때문에(?) 모든 이야기는 축구 경기장으로 귀결된다. 경찰 Virgile 포함한 모든 악당들이 이 축구 경기장에 모여서 한 바탕 소동이 끝나고 난 뒤, 피 튀기는(?) 현장을 뒤로 하고 악당 주인공들은 결국 해피 엔딩으로 치닫는다. 왜 Elmo가 kilt를 입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며…
많은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시점이 되면 Guy Ritchie의 천재적인 데뷔작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1998)>도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시기상 우인태 감독이 Guy를 따라(?)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왜 제목이 <The 51st State(Formula 51)>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필히 영화를 볼 것. 엄청난 비밀은 아니지만 여기서 다 불어 버리면 무슨 재미가 있나? 읽는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어 영화를 보게 만든다면 나의 몫은 다 한 것이라 생각하는 나를 원망하기를...
추천 음악 : Elvis Pressley의 ‘Don’t be cruel’, Saliva의 ‘Doperide’, Meat Loaf의 ‘I’d do anything for love’
추천 영화 : <백발마녀전>, <Carla’s Song>, <Notting Hill>, <Italian Job(2003)>,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