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논할 때에 중요한 것은 변화의 내용 자체도 있겠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향하는 변화인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변화의 연대기를 말하기 전에 군 입대 이전의 나에 대해 되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어릴 적에는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 그 자체였다. 반에서 촐싹대기로는 손가락에 들었다. 하지만 학교 생활-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에는 충실했기에 내 촐싹임에 꾸지람이 따라붙지는 않았다. 정신없지만 잘 지내는 아이. 그런 느낌이었을까.
내 삶에 어떤 방향성을 제공한 일은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일어났다. 중학교에 있던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가입한 것이다. 나는 그 동아리에서 3년 내내, 학교 공부보다 열심히 활동에 매진했다.
취미라고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읽는 것밖에 없던 내게,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합을 맞추며 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그 자체로 신선한 자극이었고, 학교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었다. 대회나 방학이 되면 학교가 끝마쳐도 곧잘 남아 밤이 되도록 연습했었기에 내 중학교 3년의 절반은 학교요, 나머지 절반은 동아리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음악에 접한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관심사, 진로 흥미도 음악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음악의 길엔 험난한 장애물이 있었다. 예체능을 도전하려다 그 꿈을 접어본 사람들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당장에 큰돈-악기, 교습비, 정기적 연습 장소 등-을 투자하기에는 가정환경이 만만치는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음악 진로의 길은 잠시 접어두고, 고등학교로 향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의 길을 택하기로 했다. 친척이 해 준 말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그렇게 좋단다. 안정적이고, 방학도 있는데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수 있어."
지금이야 초등교사의 처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고, 출산율 저하로 미래가 밝지만은 않지만 고등학교 당시에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길을 걷고자 했다.
아이들을 사랑해 교사가 되기로 한 사람들에게는 면목없지만, 워라밸과 교육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 교사가 되기로 했다. 이 결정은 지금까지 내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무사히 교대에 입학하여 졸업을 하고, 현직에서 1년간 일을 하니 25살이 되었다. 남들보다는 다소 늦은 군입대였지만, 더 늦기 전에 군대를 가고 싶어 휴직을 하고 입대했다. 지금은 군에서 1년을 보내 26살을 시작하는 중이다.
과연 나의 배경과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조합되어 나를 변화시켰을지, 그 이야기를 이제부터 풀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