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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Mar 19. 2022

6.  환대받는 트로이 영웅  

4. 『오딧세이』7 권 알시누스 궁전,  8 권 파이아키아의 게임

오디세우스를 환대하는 알시누스 왕   


  오디세우스는 노시카가 알려준대로 파이아키아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사는 궁전을 찾아갔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대신들이 모여있는 궁전의 홀에서 정중앙에 앉아 있는 홀에 왕인 알시누스와  왕비인 아레테에게 다가가 엎드립니다. 머리를 숙인 채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집에 무사히 갈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한 원로가 왕에게 손님을 바닥에 방치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조언을 합니다. 이에 알시누스는 오디세우스의 손을 잡고 그를 일으켜 세우며 그의 아들이 앉아있던 자리로 안내를 합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의도를 알아채고 자리를 양보하지요. 그리곤 낯 선 방문객이 손을 씻고 자리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줍니다. 왕은 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잔에 포도주를 채우게 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오늘은 우리의 손님이 여기에서 푹 쉬시도록 하시고 내일은 우리 왕국의 원로들을 모시고 우리의 신에게 경배를 드린 후 손님을 위한 성대한 잔치를 열 것이요. 그리고 그 다음날 이 분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소라고 언명합니다.  대신들이 다 물러가고 홀 안에는 왕과 왕비 그리고 오디세우스만 남았습니다. 왕비는 오디세우스가 입고 있는 옷이 자신이 만든 옷임을 눈치채곤 물어봅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어디에서 오셨고 그 옷은 또 누구에게 받은 겁니까? 오디세우스는 그간 자신에게 있었던 지초지종을 설명합니다. 어떻게 칼립소 섬에 가게 되었고 또 섬에서 배를 타고 나오다 풍랑을 만나 이리로 오게 되었고 또 어떻게 알시누스의 딸 노시카를 만나게 되었는 지를 차근차근 이야기했습니다.  알시누스는 오디세우스의 기품있는 매너와 태도에 반해 원한다면 노시카와 결혼을 하여 자신의 부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혹시 그냥 집으로 가고 싶다면 우리 중 누구도 당신을 여기에 잡아둘 생각이 없으며 우리가 우리의 배로 당신을 집까지 모셔 줄 거라고 덧붙입니다. 이 말에 오디세우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낍니다.

   다음날이 밝았습니다.  타지에서 온 낯선 방문객이 궁전에 있는데 그는 크고 넓은 가슴을 가진 신 같은 미를 지닌 사람이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 방문객에 대한 호기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궁전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모여든 군중 앞에서 알시누스는 다음과 같이  연설을 합니다.    



     내 옆에 낯선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모르고 그가 동쪽에서 왔는지

     서쪽에서 왔는지도 모르지만  그는 여행 중 나의 손님이 되었습니다. 그는 내게

     집으로 보내달라고 간청을 했으며 확답을 원했습니다. 이에 나는 우리의 관습에

     따라서 그를 보내줄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집에 온 손님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불평을 들을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배를 바다에 띄웁시다. 52명의 젊고

     건장한 노를 저을 청년을 뽑읍시다. 그들을 우리 집에서 극진히 대접한 후 필요한

     물품을 준비합시다. 나의 명령입니다.      (122-123, 8 권)



그리고 알시누스 왕은 배를 저을 젊은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궁전으로 초대를 합니다. 그들의 손님을 정중하게 대접해야 하는데 같이 즐기자는 겁니다. 그리곤 파이아키아 국민 시인인 데모도커스와 수금 타는 악사를 부릅니다. 요즈음 행사 때 등장하는 가수와 악단 격입니다. 데모도커스는 장님인데 호머 역시 눈이 멀었다고 알려져 있어 호머가 자신을 이 이야기에 카메오로 등장시킨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데모도커스는 오프닝 송으로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스와의 언쟁에 대한 노래를 합니다. 『일리아드』는 두 사람의 상반된 성격 탓으로 아킬레스가 아가멤논과 틀어졌을 때 그리고 아킬레스가 마침내 트로이를 공격하기로 했을 때 서로 의견 충돌을 일으켰었지요.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과 옛 전우의 이야기가 언급되자 눈물을 보입니다.               노래가 끝나자 이제 젊은이들이 게임할 준비를 합니다. 알시누스 왕의 아들인 라오다마스는 오디세우스를 향해 게임에서 겨루어 보자고 제안을 합니다. 라오다마스는 패기가 넘치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로 거칠 것이 없습니다. 그는 오디세우스를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운동을 잘하신다면 한 번 붙읍시다. 당신은 여러모로 선수 급이 틀림없소. 남자는 손과 발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 않나요?” 이에 오디세우스는 자기는 너무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고 오로지 집에 가기만을 바란다고 말하면서 거절의 의사를 밝힙니다. 그러나 또 다른 청년이 그에게  모욕적인 언사로 도발합니다. 당신은 스포츠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배에 실은 화물에만 신경쓰는 상선의 선장 닮았으며 진정한 스포츠맨이 아니라는 거죠. 기분이 상한 오디세우스는 이렇게 타이릅니다. 당신은 얼굴은 잘생겼지만 뇌에 구멍이 난 것 같다고. 가시 돋친 언사로 나의 화를 돋구는 건 옳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하며 그럼 한 번 해보자고 합니다. 그는 원반던지기 게임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합니다. 그리곤 복싱, 레슬링, 달리기 어떤 종목이던 좋으니 해보자고 말합니다. 분위기가 격해지자 알시누스 왕이 나서서 데모도커스를 부릅니다.  이제 게임은 그만하고 다시 노래와 음악을 즐길 시간이라는 거죠.  다시 등장한 데모도커스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프로디테는 헤파이토스와 결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레스와의 사랑은 불륜이었지요.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데모도커스가 자신의 노래에서 생략한 부분도 추가한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불륜


 이 간통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헤파이토스의 출생 스토리를 알아야 합니다. 그는  헤라와 제우스 사이에 난 아들인데 불행하게도 장애인으로 태어납니다. 꼽추에다 절름발이이지요. 헤라는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추하게 생겼다고 역겨워하며 그를 올림푸스에서 쫓아버립니다. 태어나 평생 종탑에 갇힌 노틀담의 꼽추 콰지모도의 선배입니다. 버림받은 아들은 복수를 계획합니다. 그는 불의 신이요 대장장이의 신으로 제조 명장입니다. 그는 마법의 용상을 만들어 어머니에게 선물을 합니다. 누구나 앉고 싶게 만드는 명품 의자이지만 한 번 앉으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의자에 찰 싹 달라붙어 꼼짝 못하게 된 헤라는 아들에게 풀어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이때 헤파이토스는 조건을 겁니다. 그가 평소에 연모해왔던 아프로디테를 자신의 아내로 달라는 거죠. 결국 제우스가 이를 수락하고 헤파이토스와 아프로디테는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아프로디테는 미와 사랑의 여신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육체적인 사랑이죠. 바다에서 탄생한 그녀는 너무 이뻐 신이고 인간이고 한번 보면 판단력이 마비되어 그대로 사랑에 빠진다고 합니다.  헤라와 아테네와 겨루는 미인 콘테스트에서 이기기 위해 파리스에게 헬렌을 선물한 바로 그 여신이지요. 이쁘지만 허영심은 못 말리는 여신입니다. 이런 아프로디테가 곱사등인 헤파이토스를 좋아할 리가 없지요. 헤파이토스는 금으로 만든 장신구를 포함하여 온갖 선물 공세를 퍼붓지만 아프로디테는 시큰둥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미남에다 건장한 체격의 아레스. 전쟁의 신인 아레스는 열 여자 마다 않는 플레이보이 난봉꾼이었습니다. 그 역시 아프로디테에게 한 눈에 반했는데 그가 헤파이토스의 동생이니까 형수와 사랑에 빠진 겁니다.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헤파이토스가 작업장에 갈 때마다 밀회를 즐기며 침대에서 엉킵니다. 아레스는 형수인 아프로디테를 만날 때마다 아렉트론이라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옵니다. 하늘의 태양인 헬리오스가  뜨면 아레스에게 신호를 주는 게 아이의 임무였습니다. 헬리오스가 알면  모든 신이 알게 되니까 내린 조치였죠. 그러나 하루는 그 소년은 깜박 잠이 들었고 결국 헬리오스가 둘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는 이를 곧바로 헤파이토스에게 알려줍니다. 아프로디테 남편은 배신감에 치를 떨며 복수를 계획합니다. 그는 황금실로 정교하게 짠 그물을 만들어 두 년놈들이 뒹굴렀던 침대위에 설치합니다. 보이지 않는 마법의 넷이죠. 그리곤 아내에게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옳다구나 하고 다시 섹스를 즐겼지만 이내 헤파이토스가 쳐 놓은 그물에 걸리게 됩니다. 헤파이토스는 모든 신들을 불러 그물 속에 갇힌 자신의 아내와 동생을 구경하도록 합니다. 남자 신들은 모두 왔는데 여자신들은 수치심에 안 왔다고 하죠. 이를 본 남자신들은 배꼽빠지게 웃었고 그들의 웃음은 그칠 줄 몰라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아레스는 잠이 든 아이에게 화가 치밀어 그를 수탉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수탉이 된 그는 해가 뜰 때마다 울도록 운명이 정해졌다고 하네요. 결국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헤어지게 되었지만 그 둘 사이에는 7 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그중에 사랑의 신 에로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해서 수탉이 우는 건 동이 텄다는 의미 일 뿐 아니라 모든 불륜 남녀에게 고하는 경고음이기도 합니다.        

    이 올림피안 버전의 불륜 스토리는 궁전 안의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간통 사건은 인간 최고의 관심사입니다. 데모도쿠스의 노래가 끝난 후 알시누스 왕과 파이아키아 사람들은 오디세우스에게 집으로 가져갈 선물까지 챙겨 줍니다. 저녁 때가 되어서 오디세우스는 데모도쿠스에게 트로이의 목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을 합니다.『일리아드』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트로이 멸망의 스토리가 처음에는 『오딧세이』4 권 이후 8 권에 다시 등장합니다. 그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이 트로이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성 밖에 놓고 퇴각하는 척했다고 노래합니다. 이를 아케아 병사들이 놓고 간 전리품으로 생각하여 트로이 병사들이 성안으로 끌고 왔고 결국 목마 안에 숨어있던 아케아 병사들이 트로이를 멸망시켰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눈물을 흘립니다. 이를 눈치 챈 일시누스 왕은 오디세우스에게 당신은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는지를 물어봅니다.  

 

이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는?    


   먼저『오딧세이』의 시작에 언급한 환대의 법칙이 이 에피소드에서도 계속 반복됩니다.  그리스어에 제니아(xenia)란 단어가 있습니다. 이는 낯선 사람이 찾아왔을 때 이 방문객을 보호하거나 환대를 해야 한다는 고대 그리스의 법/관습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단어의 반대말이 제노포비아(xenophobia)로 이방인 혐오라는 뜻입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제니아는 고대 그리스의 가장 근본적인 사회 관습으로 이는『오딧세이』에 계속 반복해서 나오는 핵심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즉 제니아의 준수여부는 문명사회를 가늠하는 척도이며  파이아키아 나라는 알시누스 왕이 오디세우스를 극진히 대접하는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문명국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데모도쿠스가 노래한 이야기에 대한 의미입니다.  호머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불륜 스토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가정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평화의 시대에 최대의 비극은 바로 부부간 신의를 저버리는 불륜행위라는 겁니다. 호머가 쓴 두 편의 에픽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헬렌은 남편인 메네레우스를 버리고 젊은 파리스를 따라 도망간 탓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지요. 하나의 불륜사건이 얼마나 많은 주위 사람들을 전장터에서 죽고 다치게 만들었는지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남편인 아가멤논이 트로이에 싸우러 간 사이 사촌과 바람난 클라이템네스트라는 남편이 귀국하자마자 그를 살해합니다. 불륜으로 한 가정이 파탄납니다. 보다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불륜은 둘의 망신으로 끝납니다. 불륜은 최소한도 망신이죠. 명색이 신이기 때문에 받은 최소한의 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부부간의 배신행위를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펼치는 호머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불륜은 지옥의 전주곡이요 패가망신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거죠. 미인의 유혹을 견디는 (불행히도 육체의 유혹에는 넘어갔지만) 오디세우스와 고향에서 남편의 생사를 모르는 채 108명의 청혼자를 거절하는 페네로페가 돋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는 트로이 목마 사건입니다. 이 이야기는 『오딧세이』에 두 번 나옵니다. 텔레마쿠스가 아버지의 소식을 듣기위해 스파르타에 갔을 때 메네레우스에 의해 한 번 그리고 여기에서 데모도쿠스에 의해 다시 반복됩니다. 트로이 목마는 여러 사람에 의해 목격된 사실이라는 말입니다. 트로이 목마 사건은 요즘 시각으로 간단히 말하면 김영란 법 위반이며 뇌물을 받으면 박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트로이 인들은 아케아 군이 성 밖에 놓고 간 목마를 놓고 논쟁을 벌였지만 결국 신에게 바치기 위한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성 안으로 끌고 왔습니다.  모르는 사람이건 아는 사람이건 무엇을 공짜로 주는 경우가 있나요? 받는 순간은 잠시 즐거울지 몰라도 그 결과는 참담 그 자체입니다. 누가 혹시 뇌물로 유혹한다면 트로이 목마를 기억하세요. 거대한 나무 말을 공짜로 받았다가 한 나라가 쫄닥 망해 버렸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알시누스왕이 오디세우스의 정체를 물어보고 그의 과거를 물어본다는 점입니다. 이는 물론 다음에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지만 여기에서는 그 의미를 조금만 이야기 할까 합니다. 우리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는 참전 용사라고 말했고 그는 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문명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재탄생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그 첫 번째 과정이 바로 고향으로 가기 전에 들르는 문명세계 파이아키아에서의 경험입니다. 알시누스 궁전에서 왕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게 됩니다. 트로이 참전용사이고  그동안 어떻게 또 무엇 때문에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게 되었나를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모험담 일 수 도 있지만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심리치료 행위입니다.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심리치료를 받으러 가면 제일 먼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권고를 받습니다. 가슴에 쌓여있는 짐을 말을 통해 털어버리라는 거죠.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행위가 바로 이에 해당됩니다. 알시누스 왕은 오디세우스에게 호스트이자 심리치료사 인셈 입니다.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주인공은  전쟁 후 자신의 방랑을 이야기하며 이는 자신이 저지른 바보같은 행동이 신을 분노하게 만든 탓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고백은 맘에 맺혀있던 응어리를 털어내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오디세우스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장이머우 감독의 『귀주이야기』는 폭력과 사과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남편의 낭심을 걷어찬 이장에게 사과를 받고자  아내 귀주는 임신한 몸으로 눈물겨운 투쟁을 벌입니다. 이미 상처에서 회복한 남편과 주위 모든 사람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법을 통한 모든 수를 강구하여 기어이 사과를 받고야 말겠다는 아내 귀주. 아랫것들에게 결코 사과할 수 없다는 고집불통의 이장 어르신과의 대립이 영화 내내 긴장을 조성합니다. 영화는 결국 사과가 필요 없어진 상태에 도달해서 귀주와 이장 모두 루저가 되는 루스루스 상황으로 끝이 납니다. 이 영화에서 귀주와 이장의 대립은 결국 남녀간 세대간의  자존심 싸움이며 어떻게 보면 아킬레스와 아가멤논 간 대립의 축소 버전입니다. 우리는 고위 공직자 청문회에서 가끔 목격합니다. “이 일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과할 용의가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은 지명자는 청문회 통과에 급급해  "예스"라고 대답을 하지만 나중에 사실로 드러나도 진정한 사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잘못했다고 말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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