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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Mar 20. 2022

7.  사이클롭스

5.   『오딧세이』 9권   싸이클롭스

트로이 전쟁후 겪은 자신의 방랑을 이야기하는 오디세우스


왕의 질문을 받은 오디세우스는 질문자이자 호스트에 대한  칭송으로 답변을 시작합니다.



     존경하는 군주이신 알시누스 왕이시여. 신의 음성 같은 궁전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축제 분위기 가득한 이 홀에서

     탁자 위에 가득 놓여진 진수성찬에 집사들이 따라주는 포도주가 컵에 넘치니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그러나 내가 겪은 고통에 대한 질문을 하시니 제

     마음은 슬퍼집니다. 어디서 시작할지 어디서 끝을 낼지 모르겠습니다. 신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고난의 목록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내 이름부터 시작하지요.

     아무쪼록 잔인한 운명의 손에서 해방되는 날 제가 당신의 친구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말입니다. 제 이름은 오디세우스입니다. 전

     세계가 지략의 귀재인 제 이름을 칭송할 것이며 제 명성은 하늘 끝까지 닿을

     겁니다. 저는 라에르테스의 아들이고 이타카 출신입니다. 척박한 땅이지만 먹고

     살만한 곳이죠. 여신 칼립소와 마녀인 키르케가 저를 남편 삼고자 했으나 단

     한 순간도 제 마음을 빼앗진 못했습니다. 아무리 풍요로운 나라라 할지라도 자기

     부모가 사는 고향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요.  트로이에서 돌아올 때 제우스께서

     내려주신 끔찍한 항해에 대한 이야기부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9권, 139-40)



대화 시 늘 남을 상대방을 먼저 칭찬하고 배려하는 화법입니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할 때 미국인들은 이런 수사법에 상당히 익숙해 있음을 느꼈습니다. 미국대학에서 호머의 서사시를 대학의 필수 교양과목으로 정한 목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올바른 대화법에 관한 강의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시코네스 와 로터스 이터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 후 귀환 중 제일 먼저 들른 곳이 시코네스 인들이 사는 도시였습니다. 그들은 트로이에서 늘 하던 대로 이곳을 공격하여 약탈했습니다. 전리품을 챙긴 후 오디세우스는 빨리 배로 돌아가자고 했으나 부하들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포도주가 넘치고 가축들이 풍부한 곳. 부하들은 양을 잡고 술파티를 벌였습니다.  그러자 전열을 재정비한 시코네스 인들이 다시 공격했고 오디세우스는 아끼는 부하 6 명을 잃고 간신히 도망쳐 나왔습니다. 다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왔지만 제우스가 폭풍을 보내 9일 동안 바다 위를 헤맸습니다. 그리고 10 일 째 되던 날 로터스 이터스(Lotus eaters) 인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했는데 글자 그대로 로터스(연)를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오디세우스는 부하 셋을 보내 이곳 사람들이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에 관해 정탐을 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부하 셋은 로터스 이터스들을 만났고 그들은 이들과 함께 연을 먹었습니다. 이들은 이내 망각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고향은 물론 대장인 오디세우스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리고 로터스 이터스들과 함께 연에 취해 해롱대고 있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이들은 강제로 배로 끌고와서  발에 족쇄를 채운 후 다시 항해를 계속합니다. 학자들은 로터스를 북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양귀비 같은 마약 성분이 있는 식물로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참전 용사들이 전쟁의 기억을 잊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인 있습니다.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이 전쟁에서 10년을 싸운 참전 용사라는 사실

과 연결시켜 생각해볼 장면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마약 이름이 로터스라는데 주목을 합니다. 로터스는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한 꽃입니다. 나중에 이 꽃은 불교도들이 차용하여 불교의 상징이 되었는데 사실 힌두교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로터스는 진흙탕 같은 더러운 물에서 자라나서 꽃을 피우는 식물로 진흙이 삼사라 즉 윤회의 고통을 나타내며 로터스는 순수한 영혼을 상징합니다. 또한 진흙은 집착과 욕망의 상징이고 로터스는 초연함을 뜻합니다.  로터스는 진흙탕에서 자라 혼탁한 물과는 멀리 떨어진 줄기 위에서 꽃을 피기 때문입니다. 힌두교 수도승들이나 불교의 스님들의 삶 또한 연꽃을 연상시킵니다. 속세에서 떠나 산의 동굴이나 절로 들어가 수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고향 집을 등진다는 말입니다. 그 당시 해상 교역이 활발했던 지중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음유시인으로 살았던 호머가 이 힌두교 이야기를 듣지 않았나 상상 해봅니다.    

   

사이클롭스  


   오디세우스 일행은 로터스 이터스들이 사는 나라에서 빠져나와 사이클롭스가 사는 지역에 도착합니다. 거인 종족인 사이클롭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입니다.  이 지역은  푸른 초장이 지천에 깔려 있고 땅이 비옥하지만 그들은 땅을 경작할 의사가 없습니다. 그들은 노동을 싫어하고 지역에 풍부하게 열리는 과일을 따먹거나 양을 키우는 목축업에 종사를 합니다. 또한 이곳은 법도 없고 정치적인 제도도 없으며 그때그때 임의로 달라지는 권력의 지배를 받습니다.  양치기 옷을 입으며 각각 아내하고 아이들 데리고 동굴에 거주하는 이들은 한마디로 야만인입니다. 야만인답게 모든 사림들이 두려워하는 제우스를 무시하죠. 이들이 전부 외눈인지는 설명이 없으나 오디세우스가 처음 만나는 사이클롭스는 외눈박이이며 그의 이름은 폴리피머스입니다.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 12 명은 한 동굴에 잠입합니다. 마침 동굴의 주인이 외출 중이였고 우리의 주인공과 일행은 치즈와 양고기를 훔쳐갈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굴의 주인을 만나고자 합니다. 그의 호기심이 발동한 탓도 있으나 환대의 법에 따른 선물도 좀 챙기자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호스트를 본 순간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습니다. 그 앞에 나타난 폴리피머스는  험상궂은 인상, 킹콩급 덩치에 걸맞는 천둥같이 울리는 목소리로 누구며, 어디서 왔는가? 무역상인가 아니면 해적인가? 물어봅니다. 겁에 질린 오디세우스는 폴리피머스에게 이렇게 간청합니다.  



     우리는 아케아 사람들입니다. 트로이에서 오는 도중 망망대해에서 불어오는

     역풍을 맞아 항로에서 이탈했어요. 집으로 가고자 했으니 전혀 의도치 않게

     이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아가멤논 연합군의 일원입니다.

     아트레어스의 아들인 아가멤논은 위대한 도시 일리움을 쳐부수고 트로이 군사

     들을 몰살시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분이요.  우리는 행운이 따라주지 않아

     이렇게 청원자로서 방문객이 되었으니 저희들을 친구처럼 맞아주시고 자비를

     베푸시기를 희망합니다. 환대의 법을 알지 않소. 바라건대 신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기억해 주시오. (9권, 146)    



거인은 쩌렁 쩌렁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합니다.



   나그네들. 당신들은 바보가 아닌가?  그 멀리에서 여기까지 와서 신을 공경

   해야 한다고 설교하다니.  우리 사이클롭스들은 제우스건 다른 신들이건 눈꼽

   만큼도 신경 안 써. 우리가 신보다 더 강한데 그럴 필요가 있나? 제우스가 무서워

   당신네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그나저나 타고 온 배는 어디에다

   정박시켰나?  해안가 위인가 아니면 이 근처인가? 내가 가서 보고 싶은데.  (9권, 146)    



오디세우스는 거인의 의중을 파악하곤 그를 속이기 맘먹곤  “내 배는 포세이돈이 파괴 시켜버렸고 나와 내 부하들만 간신히 살아 남았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에 거인은 대답도 안하고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손으로 집어 꿀꺽 삼켜버립니다.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졸지에 괴물의 식사거리가 되어 그가 사는 동굴에 갇히게 됩니다. 오디세우스는 이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 거인에게 포도주를 먹여 취하게 한 후 그의 눈을 찔러 장님으로 만드는 계획을 세웁니다. 포도주는 오디세우스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선물용으로 배에서 갖고 온 것이죠. 작전에 따라 오디세우스는 거인에게 포도주를 권하고 폴리피머스는 별 의심없이 넙죽 넙죽 받아 마십니다. 술에 취한 거인은 자신에게 서비스를 해준 오디세우스에게 고마움을 느꼈는지 그의 이름을 물어봅니다. 이름을 가르쳐주면 선물을 준다고 하면서 말이죠. 이에 오디세우스는 노바디(nobody)라고 대답합니다. 이름을 말했으니 선물을 달라고 하자 사이클롭스가 웃으며 너를 맨 나중에 잡아먹겠노라고 대답합니다. 거인은 포도주에 취해 잠이 들었고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미리 준비한 끝이 뾰죽한 나무기둥으로 그의 눈을  찔러 장님으로 만듭니다.  폴리피머스가 고통으로 소리를 지르자 이웃 사이클롭스가 폴리피머스가 사는 동굴 대문 앞으로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봅니다. 그는 대답합니다. "이건 노바디가 꾸민 일이야. 노바디가 나를 죽이려는 계책이야.” 이웃은 대답합니다. “그러면 아무 일도 아니네. 혼자 있는데 노바디가 너를 공격하다니. 너 혹시 아픈 거 아니야?  병은 제우스의 영역이니 우린 어쩔 수 없어.” 그렇게 말하곤 이웃들은 물러갑니다. 다음날  아침 사이클롭스들은 염소들이 초장으로 나아가 풀을 뜯도록  모든 동굴의 대문 역할을 하는 바위를 치웁니다. 이때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염소들 배에 달라 붙어 동굴에서 탈출을 합니다. 배에 다시 도착한 오디세우스 일행은 죽어라고 노를 저어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눈을 잃어 화가 잔뜩 치민 폴리피머스는 둥굴에서 나와 바위 덩어리들을 오디세우스가 있는 방향을 향해 마구집어 던지지만 맞을 리가 없습니다. 작전에 성공한 오디세우스는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큰 실수를 저지릅니다. 바로 자신의 정체를 밝힌 겁니다. 이를 들은 폴리피머스는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당신의 아들을 해한 오디세우스를 벌해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오디세우스의 길고 긴 역경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오디세우스 배에 돌을 던지는 폴리피머스



트로이 전쟁후 노바디로 시작하는 오디세우스


    사이클롭스 에피소드는 호메로스가 앞서 제시한 주제가 반복되며 또 새로운 메시지도 제시됩니다. 제일 먼저 생각해볼 점은 『오딧세이』처음부터 계속되는 제니아에 대한 언급입니다. 사이클롭스족은 여러모로 야만인들답게 살며 행동합니다. 이들에게 나그네를 대접하는 환대의 법칙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나그네를 쫓아버리거나 박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잡아먹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제노포빅 즉 외국인을 혐오하는 정서에 대한 비판이며 이런 면에서 호메로스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시티즌이 아닌가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에 온 특별기여자들이 울산에서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이 소식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많이 겪어본 제 입장에서는 더욱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우리에게 환대의 법칙은 없지만 우리는 그보다 한수 위인 정의 따뜻함으로 무장된 민족아닙니까? 우리나라에 살게 된 모든 외국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었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인간의 지나친 호기심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인한 어려움입니다. 사이클롭스 에피소드는 전쟁을 승리고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생긴 일들입니다. 이 사건들의 전개 과정을 보면 처음에 상당히 리얼한 경험 (시코네스 습격)에서 시작하여 점차 판타시(사이클롭스)쪽으로 진행됨을 봅니다. 이클롭스는 인간과 자연의 중간 위치이며 이 사건이후 오디세우스는 자연의 힘과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순전히 우리의 주인공이 지닌 지나친 호기심으로 야기된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디세우스는  야만 종족 사이클롭스로 상징되는 거대한 자연의 힘에게 도전을 한 것이고 결국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게 됩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 보게 되겠지만 자연의 힘은 오디세우스의 진행을 방해하지만 결코 그를 정복하지 못합니다. 그는 자연의 힘에 순응하고 타협하며 극복할 길을 모색하며 나아갑니다. 그러나 트로이 영웅의 호기심은  그를 고통으로 몰아넣지만 한 편으로로 그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목해야할 가중 중요한 사항은 이 에피소드부터 주인공 재탄생의 여정이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괴물이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을 물어보자 트로이의 영웅은 자신의 이름을 노바디(Nobody)라고 말합니다. 이는 나중에 오디세우스가 부하들과 함께 살아남는 결정적인 계기로 트로이 영웅의 기지를 드러낸 예이긴 하지만 자신을 노바디라고 소개한 것은 또 하나의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그가 노바디(Nobody: No one, a person of no importance)에서 썸바디(somebody : a person of importance)로 변화해가는 과정임을 암시 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트로이 전쟁 영웅은 자연의 힘을 극복해나가는 바다의 영웅으로 변모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재정립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탈출을 하면서 자신의 진짜 정체를 밝히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맙니다. 개인정보를 스스로 밝힌 대가는 참혹하기만 합니다. 그는 10년 동안 바다 위를 방황하게 되니 말입니다. 외눈박이 거인 괴물을 꾀로 물리쳤다는 자신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은 오만함 (hubris)을 범하는 실수의 값비싼 대가인 셈입니다. 결국 진정한 인간이 되는 길은 괴물 같은  외부의 적을 물리쳐야 하기도 하지만 언제든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오만함 같은 내부의 적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다음은 10 권 키르케 에피소드와 11 권 지옥의 방문 에피소드입니다. 남자들의 귀환을 방해하는 건 자연 뿐만 아니라 여자도 큰 역할을 합니다. 칼립소, 키르케, 또 이어 사이렌이 등장하는데 모두 여성 요정 여신들이며 하는 일은 한 결같이 오디세우스 일행의 홈커밍을 방해하는 일입니다. 11 권은 오디세우스의 지옥 방문이야기입니다. 모든 영웅 스토리에 반드시 들어가는 이 지옥의 방문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10 권과 11 권을 읽으면서 그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여자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또한 지옥을 방문한다는 건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숨어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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