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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Mar 24. 2022

9.  영웅의 귀환과 부부의 침대

오디세우스의 귀환 과 결투


 오디세우스는 전쟁 후 트로이를 출발하여 파이아키아에 오기까지 거의 10 년간 겪었던 고난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 합니다.  그들은 이타카의 왕에게 선물을 주고 고향으로 돌아갈 배도 마련해 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집을 떠난 지 20 년 만에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우리의 주인공 곁에서 늘 그를 돕는 여신 아테네가 오디세우스를 거지로 변장시켜줍니다. 아직 그의 정체를 밝힐 때가 아니라는 거죠.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유메이어스를 만나게 됩니다. 거지로 변장한 자신의 왕을  못 알아 보았지만 유메이어스는 오디세우스를 반갑게 맞이하고 친절하게 대해 줍니다. 낯선 사람을 환대해야 한다는 제니아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입니다. 이타카에 몇 남지 않은 왕의 충복입니다. 대부분의 하인들은 주인이 죽은 걸로 생각하고 구혼자 편으로 넘어갔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왕인 점을 감안하면 저 아래 직급의 말단 하인이긴 하지만 거지로 변장한 주인 역시 그에게 따뜻한 태도를 보입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갑질이 몸에 밴 우리나라 사장님들이나 권력자들의 필독 도서가 되어야 합니다. 때마침 아버지 소식을 찾아 스파르타로 갔던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쿠스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그도 어엿한 어른이 되었으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할 때가 온 겁니다. 둘은 극적인 재회를 하고 아들은 그동안 집에 어떤 일이 있었는 지를 아버지에게 이야기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귀환을 엄마에게 말하지 말 것을 주문합니다. 나중에 자기에 대한 아내의 진정성을 테스트하려는 목적이겠지요. 이제 복수의 시간입니다. 환대의 법칙을 어기고 왕의 재산을 탕진하며 왕비를 탐하는 구혼자 무리들을 벌 줄 때가 온 겁니다.    

   텔레마쿠스는 먼저 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엄마인 페네로페를 만나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러나 계획대로 아버지가 이타카에 있다는 사실은 감춥니다. 이후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와 그의 하인은 왕의 궁으로 갑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집에 도착하자 늙은 개를 발견합니다. 그의 하인은  이 사냥개는 우리의 왕이신 오디세우스가 가장 사랑한 개였으며 그는 주인을 기다리다 늙고 병들어 다 죽게 되었노라고 설명합니다. 유튜브에서 개와 주인 간 몇 년간 떨어져 있다가 재회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말 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곤 하는데 호머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옛 주인을 알아본 늙은 개는 고개를 들고 낑낑대다 숨을 거둡니다. 이제 거지차림의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이 점령하고 있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는 구혼자들에게 조롱을 받고 심지어는 구타도 당합니다. 오디세우스의 하인들 중에는 이 구혼자들과 한패가 된 배반자도 있었고 구혼자의 정부가 된 하녀도 있었습니다. 오디세우스와 아들은 모욕을 견디면서 속으로 복수를 계획합니다. 다음날도 오디세우스를 놀리고 위협하고 모욕하는 일이 계속됩니다. 하다못해 아리루스라는 이름의 진짜 거지까지 합세 합니다. 이 지역은 자신의 영업구역이니 어서 꺼지지 않으면 작살을 내주겠노라고 큰소리칩니다. 그러다가 이 진짜 거지는 오디세우스의 한 주먹에 턱이 박살납니다. 이 싸움에 구혼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고 이 난리통에 페네로페가 홀로 나오게 됩니다. 이 싸움에 언짢아진 여왕은 자신의 집에서 먹고 자며 재산을 탕진하고 있는 구혼자들을 꾸짖습니다.  홀에서 거지를 본 페네로페는 혹시 자신의 남편 소식을 아느냐고 물어보지만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이타카의 왕은 어딘가에 살아있으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이때 오디세우스의 유모가 거지의 다리에 있는 상처를 보고 이타카의 왕임을 알아채지만 주인의 지시로 침묵해야 했습니다. 아내는 구혼자들을 물리치려고 별의 별 방법을 다 썼지만 소용이 없었고 이제 아들도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두번째 남편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왔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페네로페는 남편 소유의 활이 있는데 이 활로 12 개의 도끼날에 뚫린 구멍을 한 번에 통과 시키는 사람을 새 남편으로 맞이하겠다고 말합니다. 이는 바로 젊은 시절 오디세우스가 했던 유명한 행동이었죠. 이 말을 들은 오디세우스는 아내에게 좋은 생각이라고 말하며 구혼자들이 활을 당기기 이전에 당신의 남편이 돌아올 거라고 말합니다.  

   결전의 전날 밤. 오디세우스는 잠을 못 이룹니다. 자신이 구혼자들을 물리치게 어떨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입니다.  이때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나타나 오디세우스에게  승리를 확신시켜 줍니다. 페네로페도 잠 못 이루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기도 제목은 자신을 재혼에서 구해달라는 거였죠. 날이 밝았고 오디세우스의 기도에 제우스는 천둥을 보내 응답합니다. 아타카의 왕이 승리한다는 표식입니다. 구혼자들도 자신들의 결혼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아들을 제거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니 이제 남은 것은 양측의 혈투 뿐입니다. 점쟁이 씨오클리메네스는 구혼자들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며 악은 처벌을 면치 못하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내지만 양아치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 페네로페는 남편의 활을 가져오고 다 아시겠지만 누구도 활을 당길만큼 힘이 세지를 않았습니다. 이 활이 아서왕의 전설에 가서는 바위에 꼽힌 칼로 바뀝니다. 영웅은 모두를 압도할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두가 끙끙대고 있을 때 우리의 주인공 등장합니다. 그는 휘파람 불며 활을 당겨 화살을 도끼날에 뚫린 구멍 12개를 모두 통과 시킵니다. 그리곤 108명의 구혼자들과 왕을 배신한 하인들을 모두 몰살 시킵니다.  


오디세우스의 활



오디세우스 마침내 아내를 만나다


    아내와의 재회에 마지막 걸림돌을 완전히 제거한 남편은 페네로페를 찾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오디세우스는 아직도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었고 얼굴은 피로 얼룩졌기 때문입니다. 거지는 자신이 남편임을 주장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아내는 긴가 민가 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자신과 남편만 아는 침대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는지 슬쩍 떠 봅니다. 유모에게 남편과 함께 할 침대를 밖으로 옮기라는 명령을 내린 후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거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봅니다. 오디세우스는 어이없어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누가 내 침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소?  기적에 가까운 일이요.

     아무리 숙련된 기술자도 못 하는 일이요. 힘이 장사인 젊은이가 건드려도

     꿈쩍도 안 할 거요. 나만 아는 침대 제작에 비밀이 있소. 마당 한가운데 다 자란

     올리브 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 둘레가 기둥처럼 두꺼웠소. 내가 올리브

     나무 주변에다 돌을 쌓아 방을 만들고 지붕을 올리고 그리고 방문도 달았소.

     그리고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침대로 만들고 그 침대 옆을 금과 은 그리고 상아로

     치장했소. (345-6, 23권)




이 말을 듣자 페네로페의 무릎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합니다. 이 거지가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남편이 틀림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둘은 남편이 그 옛날 만든 침대위에서 달콤한 재회의 기쁨을 나눈 후 오디세우스는 아내와 함께 아버지 라에터스를 방문합니다. 아들은 아버지와 눈물의 상봉을 하자마자 고향 이타카는 다시 내전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구혼자 중의 우두머리격인 앤티누수의 아버지가 오디세우스에게 죽은 아들의 원수를 갚고자 이타카의 왕에게 죽음을 당한 세력을 규합하여 반란을 일으킨 겁니다. 그러나 제우스는 돌아온 왕의 복수가 정당했음을 인정하고 오디세우스의 편을 들어 반란을 평정하도록  도와줍니다. 올림포스 신들의 도움으로 내전은 종식되며 이타카에 평화가 찾아오고 오디세우스는 왕위를 회복하는 장면으로 기나긴 주인공의 여정은 끝을 맺습니다.     

 

오디세우스와 페네로페  



『오딧세이』의 핵심 메시지는?  


『오딧세이』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 중의 하나는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 하지만 바로 여행하는 나그네건 이방인이건 집에 찾아오는 게스트에게 지켜왔던 환대의 법을 지키라는 겁니다. 여행자는 제우스가 지켜주며 신이 때때로 사람으로 위장하여 여행하면서 이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감시한다는 철저한 믿음이 있다고 이야기 했었지요. 시인이 제니아의 중요성을 역설한  이면에는 호머 자신이 지중해 주변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청중들에게 시를 읊어 생계를 유지했던 자신을 비롯한 동료 음유시인들의 처지도 고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에픽의 자연스러운 결론은 제니아의 원칙을 무시하고 이타카의 왕비를 차지하여 왕위를 찬탈하려는 자들과 이들에게 동조한 자들에 대한 응징입니다. 이러한 오디세우스의 무자비한 복수는 올림포스 신들 아테네와 제우스에 의해 정당한 행위로 인정을 받습니다. 이 에픽을 통한 호머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서로를 존중하며 잘 살라는 겁니다. 여러모로 호머는 인류 최초의 글로벌 휴머니스트입니다. 인간은 트로이 인이건 파이아키아 인이건 스파르타 인이건 이타카 아인이건 즉 인종에 관계없이 제니아의 원칙하에 대접하고 선물주며 잘 지내라는 겁니다. 또한 신분의 격차가 엄격한 사회이지만 하인이나 하녀들에게 따뜻한 맘으로 대하는 오디세우스를 칭찬합니다. 그러나 환대의 법을 어기거나 악용하는 자들은 철저히 처단하라는 거죠.  그래서 이 법을 어긴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세상 어디에 있던 끝까지 쫓아가서 처벌하라는 겁니다.  삼천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이 호머의 메시지는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국가 간의 왕래가 점점 증진되는 글로벌 시대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다문화 사람들과 지내는 세상에서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딧세이』의 또 하나의 주제는 행복한 가정의 조건입니다. 가정의 불행은 부부간의 신의가 깨지는 일로 시작됩니다.  호메로스는  불륜은 전쟁을 야기시키고 평화시대에는 지옥을 선사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에픽에서 유일하게 서로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유지한 쌍이 바로 오디세우스와 페네로페 부부입니다. 페네로페는 108명의 청혼자들을 물리칩니다. 오디세우스는 중간에 육체적으로 약간 한 눈을 팔기는 했지만 결국은  아내한테 돌아왔습니다. 이 이타카 왕과 왕비의 재회 장면에 우리가 눈여겨 볼 상징이 등장합니다. 바로 침대입니다. 호메로스에게 침대는 부부 사이의 사랑과 믿음의 상징입니다.  집의 정 중앙에 위치한 침대는 바로 부부의 육체적 정신적 사랑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부생활의 중심임을 표현합니다. 또한 바위처럼 튼튼한 올리브나무로 만든 침대는 가정의 안정과 영원을 나타내는 엠블럼입니다.  부부의 시작도 침대이며  부부의 현재와 미래도 침대로 이어 갑니다. 이런 침대를 절대 옮길 수 없음을 알면서 옮기라고 명령하는 페네로페의 주문에는 침대를 부부의 정체성 그자체로 보는 시인의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부부만이 알고 있는 침대의 비밀로 남편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부부의 침대는 부부이외에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가장 신성한 장소이자 안식처입니다. 삼천년 전 호메로스는 이 부부의 재회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침대는 옮길 수 없다고. 잠자리를 이리저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겠죠.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트로이 영웅의 귀환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온갖 역경을 딛고 집으로 향하는 오디세우스에서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우리는 매일 매일 일터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움을 벌입니다. 살기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기도 하고 어떤 때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합니다.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길 또한 쉽지 않습니다.  붉은 네온 빛으로 유혹하는 21세기 사이렌 뿐만 아니라 갑자기 괴물로 변하는 인간들의 방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별의 별 일이 다 생깁니다. 끝내 집에 못가는 경우도 생기지요. 그렇게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집에 도착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내일 또 반복해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이며 인간 삶의 근본적인 모습이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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