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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Mar 25. 2022

3. 텔레마쿠스의 성장 이야기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나선 아들의 여정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위기에 처한 가정. 이곳에서 우리는 아버지 없이 자란 이제 열아홉  살이 된 텔레마쿠스를 만나게 됩니다. 호머의 두 번째 에픽은 오디세우스가 아닌 그의 아들 텔레마쿠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래서『오딧세이』의 처음 네 챕터를 텔레마키(Telemachy)라고 부릅니다. 그가 아버지 없는 집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타카의 왕자가 처음 등장 했을 때는 그는 수동적이고 약하고 자심감이 없는 아주 소심한 청년으로 묘사됩니다. 아버지 없이 혼자 자란 청년의 특징입니다. 오디세우스의 유일한 후계자로 거지 떼 같이 몰려다니는 구혼자들을 몰아내어 어머니의 명예를 보호하고 아버지의 재산을 지켜야 하지만 그는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된 어린 청년입니다. 한 집안의 가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또 오디세우스의 진정한 후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한  남자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는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하죠. 바로 이 일을 위해 여신 아테네가 오디세우스의 옛 친구인 멘테스(Mentes)의 모습을 하고 텔레마쿠스 앞에 나타납니다. 조력자라는 의미의 멘토(mentor)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되었지요. 여신이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만나는 장면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타카의 왕자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문제점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여신은 그를 만나서 그가 오디세우스의 아들인지를 물어봅니다. 텔레마쿠스는 그가 자신에게 생명을 준 사람을 만나지 못했으므로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는 그가 오디세우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들었다고 말합니다. 



     “어머니께서 항상 나는 그의 아들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다른 사람들도 내가 

     그의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고요.”  (30,  1 권 ) 



그러나 그는 태어난 이래로 아버지를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확신을 못하고 있노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비통함이 배인 목소리로 반문하지요. 



     “그 누가 스스로 자신의 삶의 출처를 알겠습니까?” (30, 1 권)  



그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아테네는 혼란스러워하는 텔레마쿠스에게 매우 구체적으로 조언을 해줍니다. 먼저 오만한 구혼자들을 분산시키도록 조치를 취하고, 두 번째 스무개의 노를 가진 배를 구해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항해를  떠날 것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여신은 말합니다. 



     “너는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너는 키고 크고 그리고 건장하다.  

     그리고 용감해라. 앞으로 사람들이 너의 이름을 칭송할 그날이 올 것이다” 

     (32, 1 권 ) 



“너의 이름을 칭송하는 그날.” 우리 학생들도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귀한 조언입니다. 여신의 조언은 그에게 새로운 용기를 불어 넣어 주었는데 이를 계기로 그는 성장을 합니다.    

   텔레마쿠스는 여신의 영감을 받아 자신감이 넘치며 용기있는 남자가 되어가는 신호를 조금씩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에게 자신에 대한 믿음을 단언합니다. 아빠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슬퍼하는 엄마를 꾸짖으며 베를 짜는 데나 신경을 쓰라고 명령을 내리기까지 하지요.  안주인은 아들의 이런 모습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안의 대를 이을 주인으로 그를 믿기 시작합니다.  그는 아테네의 조언에 따라 불청객들인 오만한 청혼자들에게 집을 당장 떠날 것을 요구하여 그들을 놀라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그의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그리스 남쪽으로 항해를 떠나기로 작정을 합니다. 주인공 아들의 성장과정은 시련과 위험으로 가득찬 항해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그의 유모는 왜 거친 바다에서 고생을 사서하려 하시려고 하는가? 그리고 이 못 된 청혼자들은 주인님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렸다 매복하여 주인님을 죽이고 주인님의 재산을 몽땅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 하면서 그의 항해를 말리려합니다. 그러나 그는 성장하기 위해서는 항해 중 닥칠지 모르는 장애물들을 극복해야 만합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도와주는 멘토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항해에 자심감이 있었습니다.    

   아테네는 텔레마쿠스로 하여금 먼저 파이로스 왕국의 네스토 왕을 만나라고 조언합니다. 네스토 왕은 오디세우스와 함께 트로이에서 싸웠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겁니다. 텔레마쿠스와 아테네가 파일로스 왕국에 도착했을 때 네스토 왕과 그의 백성들은 고기를 구우며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멀리서 본 텔레마쿠스는 머뭇거립니다. 이를 눈치 챈 아테네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물쭈물 하면 안 되지. 자신감을 갖고.  왜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왔는지. 

     아버지가 어디에 묻혔는지 그가 어떻게 최후를 맞이했는지 물어보아야지.   

     곧장 당당하게 왕 앞에 나아가. 그래서 왕으로부터 비밀을 끄집어 내야해. 

     그의 입에서 진실을 원한다면 네가 왕에게 다가가야 해. (50, 3 권 )      



그러나 그는 소심합니다. 그의 멘토인 아테네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왕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거죠?  나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배운 적도 없는데 말이죠!”  (50, 3 권) 



아테네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텔레마쿠스, 네가 스스로 못하면 하늘이 도와 줄 거야. 네가 태어난 이래로 

      우리가 너의 성장을 지켜 본데는 다 이유가 있단다.  (50, 3 권)    



이들은 이방인인 텔레마쿠스와 아테네가 멀리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곤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같이 음식을 먹자는 제스츄어이지요.  앞서 언급한 여행자를 성심껏 대접하라는 환대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네스토 왕의 아들이 텔레마쿠스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고 음식이 차려진 식탁으로 안내합니다. 그는 포세이돈 신을 위해 마련된 음식이라고 말하며 이타카의 왕자에게 포도주를 권하며 먼저 신에게 기도를 올리라고 청하지요. 이를 본 아테네가 흐뭇해합니다. 멘테스라는 이름의 남자로 변장했지만 그는 여신이니까요.    


     

마침내 아버지의 소식을 듣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텔레마쿠스는 네스토에게 자신이 오디세우스의 아들임을 밝히고 아버지의 생사여부를 묻습니다. 네스토는 트로이에서 같이 싸웠던 전사들이 귀환하면서 서로 의견대립으로 갈라졌다고 이야기 합니다. 처음에는 아가멤논과 그의 동생 메네레우스가 심하게 다툰 후 서로 다른 길을 택했으며 그 이후 오디세우스는 네스토와 함께 돌아오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과 의견 충돌이 일어나 오디세우스는 아가멤논 쪽으로 뱃머리를 돌린 것이 이타카 왕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네스토는 트로이에서 돌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 중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야기가 바로 아케아 연합군 최고 사령관 아가멤논에 대한 소식입니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집에서 그의 아내에 의해 살해당한 이야기를 합니다. 남편이 전선에서 싸우고 있을 때 아내는 자신의 남편의 사촌인 애지스투스와 바람이 났고 그 둘은 합심하여 아가멤논을 살해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네스토는 오디세우스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메네레우스이므로 그에게 가서 물어볼 것을 권합니다. 그후 그는 네스토 왕의 아들과 함께 왕이 내준 마차를 타고 메네레우스를 만나기 위해 스파르타로 향합니다. 그의 고향 이타카가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일종의 후진국이라면  스파르타는 여러모로 세련되고 개화된 문명국이었습니다. 그 둘이 메네레우스 왕궁에 도착했을 때 메네레우스 딸과 아킬레스 아들의 결혼식 후 피로연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메네레우스는 낯 선 두 여행자를 환대의 법칙에 따라 극진히 대접합니다. 메네레우스는 낯선 청년이 오디세우스의 아들임을 알고 눈물을 흘립니다. 자신을 위해 트로이까지 가서 10년 간 함께 싸운 전우의 아들을 아닙니까? 아버지의 소식을 묻는 아들에게 메네레우스는 귀환 중 겪었던 모험을 들려주고 아가멤논의 비극적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네스토의 버전보다 더 상세합니다. 아무래도 형의 죽음이고 게다가 살인자는 바로 자신의 형수가 아닙니까?  텔레마쿠스는  마침내 그가 애타게 기다리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듣습니다.  메네레우스로부터 그의 아버지가 아직까지 살아 있으나 여신인 칼립소에 의해 그녀가 지배하는 섬의 동굴에 포로로 잡혀있다고 말합니다.  이 소식에 고무되어 텔레마쿠스는 이제 집으로 귀항합니다.             

   텔레마키(『오딧세이』1-4 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부부의 이야기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점입니다. 비극으로 끝난 아가멤논 부부의 이야기와 어떻게 귀결될지 모르는 오디세우스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아가멤논의 비극은 『오딧세이』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이 되고 있지만 이 비극은 그렇게 간단한 스토리가 아닙니다.  그리스 극작가 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스』 삼부작을 다룰 때 좀 더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고 여기에서는 아가멤논의 처와 그의 정부 모두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가멤논을 죽여야 만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만 밝히겠습니다. 단순한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평화의 시대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죽음을 맞이한 전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합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오랜 시간 멀리 떨어져 지내온 남편과 아내의 비극적 엔딩은 지금도 흔히 목격되는 일이 아닌가요? 그러나 오디세우스 부부의 스토리는 이와는 정반대로 진행됩니다. 그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우리는 호머가 고대그리스의 부부문제 상담사로 현재 오은영 박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또 하나는 아버지 없이 혼자 자란 청년이 진짜 남자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입니다. 호머는 우리에게 낯 선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성장한다는 컨셉을 주지시킵니다. 그래서 시인은 수사법을 중요시 합니다. 소위 문명인의 대화법이지요. 이 역시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제 사회생활에 막 첫걸음을 한 젊은이가 경험 많은 왕과의 대화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이후 그는 신을 닮은 젊은이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텔레마쿠스의 여정은 소년이 남자로 성장해가는 통과의례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사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우리는 이런 식으로 성장하지 않나요?  첫째, 우리의 성장은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데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부모를 통해 알게 됩니다. 아버지의 의미는 생물학적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 영적일 수도 있지요. 게다가 성장의 기본 조건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입니다. 다음 단계로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온실 같은 지역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새로운 다른 환경의 나라로 여행을 통해 여러 종류의 경험 많고 재미있고 현명한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는 우리의 의식을 넓히고 확장시킵니다. 텔레마쿠스의 여행은 지금 관점에서 말하면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어학연수를 위해 타지로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보다 훨씬 더 현명해지고 풍부한 경험을 쌓고 돌아오게 되면 나라를 위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죠.  우리는 그 여정에서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아테네 같은 멘토를 만나기도 하지 않던가요? 텔레마쿠스의 이야기는 한 젊은이가 진정한 성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여행은 또 다른 여행 즉 오디세우스의 귀환의 예고편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는 우리의 다음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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