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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Aug 26. 2022

성경이야기: 성령과 말씀의 승리

    로마제국이 다신체제에서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 국가로 거듭나는 과정은 기적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거대한 로마제국이 무기라곤 하나님 영과 말씀 뿐인 예수님 추종자들과의 싸움에서 졌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가공할 힘을 자랑하는 로마의 신과 영웅을 오로지 성령과 말씀의 힘으로 무너뜨린 크리스천 영웅 예수님의 이야기입니다.     


   로마의 신과 영웅이야기는 육체적 힘을 소유한 전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로마인들이 그리스 문화에서 그대로 계승한 신 중의 신 주피터는 힘과 권위를 상징합니다. 이 올림포스 대장 신은 큰 키, 헤비급 중량에  마동석급 근육의 소유자로 그려지고 조각됩니다. 짙은 눈썹, 부리부리한 두 눈에 얼굴을 반쯤 덮은 곱슬곱슬한 수염의 모습은 강인한 남성의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이 최고 신은 어떤 조각상에서는 긴 창을 어떤 그림에서는 분노한 모습으로 날카로운 형상의 번개를 던질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호전성의 표현입니다. 그는 이러한 강인한 힘과 정신을 바탕으로 자신의 형제들과 힘을 합쳐 지배세력이었던 아버지 새턴(크로노스)과 타이탄 족을 물리친 후 올림포스를 차지하고 세상을 호령합니다.   

   

  


올림포스 최고의 신 주피터


 로마인들의 영웅들 또한 그리스 출신이  많으며 모두 고귀한 혈통을 자랑합니다. 신의 아들 아니면 왕족의 후손들입니다. 이들 역시 육체적 힘의 전사들입니다. 태어나자마자 가공할 만한 힘을 과시하는 영웅들도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인들이 제일 존경한다는 주피터의 아들 헤라클레스는 두 살 때 생명의 위험에 빠집니다. 주피터의 아내 주노가 혼외 자식인 베이비 헤라클래스를 죽이기 위해 뱀 두 마리를 푼 겁니다. 그러나 아기 헤라클래스는 이 뱀 두 마리를 맨손으로 간단하게 처치해 버립니다. 주피터의 또 다른 아들로 아버지 신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신 머큐리(에르메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스스로 기어 나와 세상의 햇빛을 봅니다. 나와서 보니 거북이가 한 마리 있는데 생긴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목을 졸라 죽이고 거북의 등을 몸에서 분리해 버립니다. 그리고 들에서 어슬렁거리는 두 마리의 소를 죽이고 내장을 꺼내 거북 등에 묶어 수금을 만듭니다. 프랑스 명품 가방의 브랜드로 더 잘 알려진 머큐리(에르메스)도 이렇게 태어나자마자 엄청난 힘으로 장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성장한 그리스 로마의 수많은 영웅들은 모두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데 통과 비법 역시 힘입니다. 그들 앞에는 늘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나라의 평온을 파괴하며 백성들의 목숨을 빼앗는 괴수들이 등장합니다.  소의 머리를 한 미노타우로스, 뱀의 머리카락을 가진  고르곤, 거인족 기간테스, 머리가 셋이나 달린 거대한 개의 형상을 한 케르베로스, 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통 뱀의 꼬리를 한 키마이라 등 상상 초월의 괴수들입니다. 이들 또한 힘과 마법으로 무장한 존재들이지만 영웅들의 힘 앞에는 그저 무기력할 뿐입니다.  그리스 로마 문화권에서 힘없는 영웅은 상상이 불가능합니다.      

 

라이온과 싸우는 헤라클래스

 

    로마인들이 숭배하는 올림포스 신들과 영웅의 힘은 바로 로마시대의 가치입니다. 로마의 문화는 바로 이러한 힘의 가치를 추구하고 칭송합니다.  로마인들이 만든 건물, 기념물, 조각상, 개선문 모두 한결같이 웅장하고 화려하며 하늘로 치솟아 있습니다. 로마가 숭배하는 강력한 힘의 예술적 표현입니다. 서기 192년 로마의 코모두스 황제는 자신의 흉상을 헤라크레스의 모습을 토대로 제작하였습니다. 오른 손에 동물 뼈를 들고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쓴 헤라클래스 형상에 얼굴만 자신의 초상을 쓴 겁니다. 스스로 살아있는 신이라 칭하는 로마의 황제가 헤라클래스의 형상으로 재창조 된다는 말은 힘의 영웅을 신격화하는 동시에 힘의 가치를 찬양하는 행동입니다. 툭하면 핵무기 앞에서 사진 찍고 좋아하는 김정은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로마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조차 힘으로 싸워 생존하는 검투사 경기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국가를 위해 싸울 수많은 전사를 길러내기 위한 국가적 포석입니다. 로마당국은 제국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무장 봉기(스파르타쿠스 반란, 유대인의 독립전쟁 등)를 진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약자를 정복하고 약탈하고 제국의 영토를 확장시켜야 했습니다. 로마가 유럽과 지중해 전역에 걸친 광활한 땅에 제국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밑바탕에 바로 로마 최고의 가치 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헤라클래를 흉내낸 코모두스 황제의 흉상(AD 180-192 재위)  

   

   로마는 힘으로 굴복시킨 나라와 민족의 물질과 자원 노동력을 약탈하여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였습니다. 물질적 풍요는 도적적 부패의 지름길입니다. 로마 지배계층이 사치 향락 섹스에 빠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러한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데  전혀 거림낌이 없었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들이 숭배하는 신과 영웅들부터 여자와 향락에 진심입니다. 우리가 전에 다루었던 오비드의 『변형』에서 보았듯이 주피터(제우스)를 필두로 넵튠(포세이돈), 머큐리(에르메스), 박카스(디오니소스), 아폴로(아폴로), 헤라클레스 등 모두 여성 포식자들이며 가정 파괴범입니다. 근처에 괜찮은 여자만 있으면 나이 불문, 인종 불문, 결혼 여부 불문 전부 강간합니다. 오로지 섹스를 위해 사는 신이요 영웅 같습니다. 더욱이  이들이 힘의 전사들이니 얼마나 정력이 셌겠습니까? 로마의 종교적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기가 섹스, 향락, 사치 등 현세적 가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광수 작가가 쓴 로마제국은 왜 멸망했을까? 라는 글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사실 로마는 성적 욕망의 극단적 추구나 동성애를 위시한 여러가지

       변태성욕에 대해 지금의 우리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관대한

       나라였다. 특히 귀족들의 향락주의적 생활태도는 대단해서, 매일

       저녁마다 밤새워 먹고 마시며 섹스하고 또 다시 그동안 먹은 것을 토해

       내고 다시 먹고 마시는 것이 되풀이되는, 식도락과 성도락으로 점철되는

       광란의 연회가 베풀어졌던 것이다. (마광수, 한겨레 인터넷)



힘의 가치가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힘이 있고 가진 자들은 현세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돈은 죽을 때까지 써도 남을 만큼 있으니 죽기 전에 이 세상에서 다 쓰고 즐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이런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하고 성장하신 예수님께서 힘으로 이룩한 로마인들의 물질과 사치 그리고 현세에 집중하는 도덕적 타락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아셨을 겁니다. 신약에 기록된 예수님의 생애와 말씀은 로마시대의 상황을 놓고 생각해보면 로마인들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판이요 공격입니다.  마태복음(서기 70-80년경) 마가복음(서기 66-74년경), 누가 복음(서기 75-85년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생애와 말씀의 핵심은 로마인이 추구하는 육체적 힘의 가치와 정반대인 영과 말씀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로마인들이 예수님을 처형시킨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로마인들과 싸워 결국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예수님의 성령과 말씀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기 예수님


   신약의 시작은 예수님의 혈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예수님도 모든 전통적 영웅들처럼 고귀한 혈통의 자손입니다.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핏줄입니다. 그러나 다른 점은 신 사이나 인간 사이의 육체적인 관계가 아닌 하나님 영에 의한 탄생입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 탄생비화를 읽어보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마태복음  1:18)



영을 강조하는 탄생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이는 육체적 힘으로 모든 걸 지배하는 시대에게 보내는 상징적인 메시지입니다. 새 시대의 새 인물은 육보다 영적인 삶을 살아야 하며 영적인 삶은 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영에 의해 탄생한 예수님의 특징은 로마의 신, 영웅들과 달리 신체적으로 약합니다.  태어나자마자 생명의 위험에 처하신 예수님. 그러나 주 천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집니다. 마태복음의 기록을 읽어보겠습니다.



       박사들이 떠난 뒤에 주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아기와 아기 엄마를 데리고 이집트로 도망가거라. 헤롯이 아기를 죽이려고

       하니, 내가 지시할 때까지 이집트에 머물러 있어라.” (마태복음 2:13)  



아기 예수님은 태어나자마자 가공할 만한 괴력을 보이는 전통적인 힘의 영웅이 아니라 주위의 보호를 많이 필요로 하는 아기 인간의 약한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성장시기에도 테스트과정이 등장합니다. 로마의 영웅들처럼 힘 쎈 괴물의 도전이 아닌 세치 혀로 현혹하는 사탄입니다. 이때 예수님의 유일한 무기는 힘이 아닌 성령에 기초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이에 대한 내용이 복음서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후, 예수님께서는 성령에게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셨

      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십 일 내내 금식하셔서, 매우 배가 고팠습니다.

      시험하는 자가 예수님께 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

      이라면, 이 돌에게 빵이 되라고 명령해 보시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성경에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마태복음 4: 1- 4)



결국 마귀는 예수님 말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립니다. 예수님의 해결 방법은 그리스 로마의 영웅들 같은 힘에 의한 폭력이 아니라 평화적인 말씀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예수님



 로마의 영웅들이 힘으로 괴물을 죽이고 나라를 구했다면 예수님은 성령에 기초한 말씀으로 세상을 구원하십니다. 예수님의 상대는 귀 있는 모든 나라의 모든 민족들입니다. 그들을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마태복음 5: 3)또한 결혼생활 내에서의 성관계는 축복이지만 무분별한 성행위는 죄악이라고 하시며 마음에 음욕만 품어도 안 된다고 강조하십니다.  또한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고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모두에게 온유하고 스스로 마음을 청결히 하고 다른 이와 화평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영적인 갈증의 중요성을 강조함은 육체에 목말라 여자를 쫓는 로마지배 계급에게 던지는 화두이며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는 전쟁으로 먹고사는 호전적이며 폭력적인 로마인들에 대한 충고이자 경고입니다.    

  

    로마의 전사들은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중시합니다. 전쟁 승리 후에 받는 보상의 성격입니다. 그러나 평화의 예수님에게는 겸손이 더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마태 23:12)



자신을 앞세우지 말고 모든 일의 성공은 하나님께 그 영광을 바치라고 말씀하십니다. 뭐 같지 않은 일 좀 했다고 건방떨지 말라는 거죠. 또한 현세에 집중하며 사치와 향락 그리고 보이는 물질적 가치에 올인하는 로마인들을 안타깝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러한 가치는 덧없으며 곧 사라질 것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현세보다 내세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심판이 곧 임박하니 회개하고 준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집 주인이 언제 올는지 혹 저물 때일는지,

        밤중일는지, 닭 울 때일는지, 새벽일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라

        (마가복음  13:35)



보이는 물질적인 가치를 쫓지 말고 안 보이는 가치를 추구하라 말씀하십니다. 사치에 눈이 먼 로마인들에 대한 꾸짖음입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고후 4:18)



로마제국이 기독교화 되는 과정은 사실 로마가 믿는 육체적 힘의 가치와 크리스천이 따르는 영과 말씀의 가치가 충돌하며 싸우는 과정입니다. 힘으로 가혹하게 탄압하고 박해하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줄 알았던 초기 기독교도들은 오히려 번성합니다. 로마 당국을 더욱 당혹하게 만든 일은 내세를 믿는 기독교도들은 죽음 앞에서는 오히려 더 기뻐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게 될 천국인데 하루라도 더 빨리 가서 하나님 얼굴을 뵈면 더 좋지 않는가 하는 태도입니다. 이러니 로마는 아무리 강한 칼을 휘둘러도 이길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초기 기독교도들은 거의 삼백년 이상을 버티며 끈질기게 살아남아 마침내 로마인들을 굴복시킵니다. 서기 380년. 로마는 공식적인 기독교 국가임을 선포합니다. 예수님 탄생 후 거의 400년 이 지나 이제 세상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닌 영웅의 탄생을 목격하게 됩니다. 바로 성령에 기초한 말씀으로 로마인들이 숭배하던 힘의 가치를 이기신 예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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