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꼭또 Oct 17. 2022

『데카메론』 : 운명의 힘 대 사랑의 힘 (2)


   운명의 여신이 수레바퀴를 돌리는 그림입니다. 수레바퀴 위는 천국이며 맨 아래는 지옥입니다. 인생은 돌고 도는 수레바퀴 같다는 의미입니다. 잘 나갈 때도 있지만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때도 있습니다. 역병이 시작된 1348년의 피렌체는 운명의 수레바퀴 맨 아래에 해당하는 지옥입니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의 첫 날에 그 지옥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348년 전염병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너무 사악해져 이를 정죄하기 위한 

       하나님의 형벌 같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인간의 의학적 

       지식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병에 걸리면 사람들의 사타구니나 겨드랑이에 

       조그만 종기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곧 그 크기는 보통사과나 달걀만큼이나 커지고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그 후 몸이 시꺼멓게 변색되기 시작하는데 

       이런 증상이 생긴 지 삼일이면 여지없이 사망에 이른다.  모든 의학적 지식을 

       동원해도 그 병의 원인도 모르고 막을 수도 없었던  탓으로 검게 변한 사람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쌓여가고 있었다. (12-3)



전대미문의 전염병 앞에 인간의 지혜와 지성은 무기력해졌고 하나님과 사회의 법은 이미 그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일단 병만 들면  이웃 친구 친척 가족이던 상관없이 버려지고 사람들 간의 동정 인정 사랑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피렌체 시민들은 운명의 수레바퀴 그림 맨 아래에 두발을 수레바퀴에 간신히 걸친 채 바닥에 내동이 쳐진 남자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통해 지옥같은 세상이라도 참고 견디면 천국같은 세상이 온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참는다고 천국이 오는 건 아닙니다. 운명이 던져준 역경에 맞서 인간의 지혜와 지성의 힘을 회복하고 인간애와 헌신적인 사랑을 되찾고 끝까지 버티면 다시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데카메론』에 운명, 지혜, 그리고 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많은 이유입니다. 이중 운명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즉 사랑하는 사람들이 운명에 의해 시련을 받는 이야기들을 중점적으로 해볼까합니다. 가혹한 시련에 굴복하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이를 굳건하게 견뎌내고 헌신으로 사랑을 얻고 행복을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번 이야기가 인간의 욕정만을 부각시킨 음담패설급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카테고리 2, 3, 4 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감정, 진심, 열정, 헌신을 그린 격조 높은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운명에 의해 좌절된 사랑의 이야기 두 편을 소개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살레노의 영주인 탄크레드는 지스몬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딸을 너무 이뻐한 아빠는 지스몬다를 시집보낼 의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때가 되자 아빠는 딸을 카푸아 공작의 아들에게 시집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공작 아들은 너무 일찍 죽어 버렸고 딸은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탄크레드는 딸을 서둘러 재혼 시킬 생각이 없었습니다. 딸을 너무 사랑한 탓인데 아빠의 잘못된 애정 표현입니다. 그러나 너무 외로왔던 지스몬다는 아빠의 시종인 지스카르도에게 맘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지스카르도도 이를 눈치챘고 이내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지스몬다는 애인에게 갈대 줄기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텅 빈 줄기 안에는 항상 돌돌 말린 편지가 있었고 그 편지에는 비밀 데이트 장소와 시간이 적혀있었습니다. 둘 만의 접선 장소로 가는 문은 그녀의 침실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둘은 이렇게 몰래 만나 서로 사랑을 속삭이며 밀회를 즐겼습니다. 그러나 둘의 사랑에 운명이 개입합니다. 그 장면을 보카치오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 오래 동안 기쁨을 만끽하는 두 사람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운명은 그들의 밀회를 질투하여 두 사람의 행복을 단숨에 슬픔과 눈물로 변화시켜

   버렸습니다. 아주 잔인하고 사악한 우연입니다. (288)    



어느 날 아빠가 딸과 대화를 하려고 딸의 방에 들어왔습니다. 딸은 정원에 있었고 아빠는 딸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냥 딸이 올 때까지 침대위에서 누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지스몬다는 밤이 되자 애인을 자신의 침실로 불렀고 아버지에게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경악을 금치 못한 아버지.  영주는 지스카르도를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아침이 되자 아버지는 딸에게 너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왜 근본 없는 하인하고 놀아나느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했으나 너의 처리방도는 생각중이라고 말합니다. 지스몬다는 이 말뜻을 너무나 잘 압니다. 딸은 지스카르도는 비록 미천한 태생이지만 그의 인격과 인품은 고귀한 사람이며 자신은 자스카르도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아빠도 그의 됨됨이를 칭찬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입니다. 그러나 아빠의 마음은 요지부동입니다. 그는 딸은 살려두고 지스카르도를 죽이기로 맘을 먹습니다. 영주의 명령으로 하인들이 지스카르도의 목을 졸라 죽입니다. 영주는 그의 심장을 꺼내 금잔에 놓고는 작은 쪽지와 함께 딸에게 보내도록 지시합니다.  지스몬다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상태로 자신의 목숨을 끊을 독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이 담긴 금잔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눈물로 채워진 금잔에 갖고 있던 독을 타서 마십니다. 지스몬다의 하녀가 영주에게 딸의 음독 사실을 전하자 영주는 놀래서 딸에게 달려갑니다. 지스몬다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나와 지스카르도의 죽음이 진짜로 유감이라면 우리 둘을 함께 묻어 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그녀는 지스카르도의 심장을 가슴에 부여안은 채 숨을 거둡니다. 영주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너무 늦었죠.  영주는 딸과 애인을 위한 공개 장례식을 치룬 후 함께 묻어 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포기 못하는 여자의 운명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메시나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삼 형제가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리사베타라는 이름을 가진 예쁜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리사베타는 오빠 밑에서 일하는 잘생긴 로렌조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로렌조도 마을 처녀들의 유혹을 모두 물리치고 리사베타를 깊이 사랑했습니다. 곧 그 둘은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둘의 사랑이 그렇게 무르익어가고 있던 어느 날 운명이 간섭을 시작합니다. 큰오빠가 로렌조의 침실로 들어가는 여동생 리사베타를 목격한 겁니다. 큰 오빠는 이를 가문의 수치로 생각했고 남자 동생들과 상의 한 끝에 이 둘의 사이를 무슨 수를 쓰던 갈라놓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들은 로렌조를 한적한 시골로 불러내어 살해하곤 여동생에게는 로렌조는 출장을 보냈다고 둘러댔습니다.  몇 일을 기다려도 로렌조가 돌아오지 않자 리사베타는 오빠들에게 그의 행방을 캐물었습니다. 그러자 오빠들은 여동생을 꾸짖기 시작했습니다. 여동생은 로렌조에게 제발 다시 돌아와 달라고 밤마다 기도를 했고 그는 비참해진 몰골로 그녀의 꿈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살해당했다고 말하며 묻힌 곳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녀는 하녀와 함께 로렌조가 말한 장소에 갔고 그 곳에 묻혀있는 그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자른 후 나머지 육체를 정성껏 묻어 주었습니다. 그녀는 로렌조의 머리를 집으로 갖고 온 후 죽은 애인의 입에 키스를 한 후 슬프게 울었습니다. 그리곤 머리를 커다란 화분에 담고 흙으로 덮은 후에 바질을 심었습니다. 그녀는 밤낮으로 이 화분을 보살폈으며 바질은 그녀의 눈물로 풍성하게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야위어만 갔습니다. 그녀는 병색이 완연했지만 여전히 화분을 끼고 살았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들이 동생의 화분을 가져다 흙을 파보기로 합니다. 그들은 화분 안에서 로렌조의 머리를 발견하곤 깜짝 놀랍니다. 그들은 머리를 다시 파묻곤 겁을 먹은 채 네이플로 도망을 갑니다. 리사베타는 없어진 화분을 찾으며 울다 결국 사랑하는 로렌조의 곁으로 갑니다.  



    사랑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결국 죽음을 몰고 가는 부정적인 힘도 있지만 사람을 고귀하게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힘도 있습니다. 사이몬이란 이름의 청년이 있었습니다. 씨프러스귀족의 자제이지만 평소 바보 같이 행동하고 학교도 안다니며 옷은 노숙자처럼 입고 다니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홀로 놀러나갔다가 아름다운 숲속 냇가에서 거의 나체 상태로 잠이든 아름다운 처녀를 발견하곤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는 이피게네이야라는 이름의 처녀였는데 그녀는 사이몬에게 별 호감이 없었습니다. 사이몬은 덩치만 크고 학교도 안다니는 바보라고 마을에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녀와 짝사랑에 빠진 사이몬은 다른 사람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는 옷도 신경 써서 입기 시작했고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4 년 후 그는 마을 베스트 드레서가 되었고 완벽한 매너남에 교양이 넘치며 철학도 이야기하는 멋진 청년으로 변했습니다. 사랑의 힘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피게네이야 아버지를 설득하는데 실패를 했고 그녀는 로드 섬의 귀족과 약혼할 예정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사이몬은 이피게네이야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는 온갖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이피게네이야를 아내로 맞이하는 데 성공합니다. 사랑의 힘은 사람을 발전시키고 역경도 헤쳐 나가게 만듭니다. 이에 운명도 감탄해서 사이몬의 편이 됩니다. 

   

   사랑으로 재산을 다 잃고 거지가 되지만 끝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아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된 한 남자도 있습니다.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변함없는 마음과 정성에 숭고함 마저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돈 많은 총각 페드리고는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나곤 그만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의 이름은 지오바나. 그러나 그녀는 기혼자였습니다. 페드리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오바나에게 대쉬합니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해 가진 돈을 총 동원 온갖 비싼 선물을 다해주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페드리고는 지오바나가 남편을 배신할 여자가 아님을 알고 포기를 선언할 때는 이미 자신의 재산을 몽땅 탕진한 후였습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매 한 마리 뿐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시골로 이사를 갑니다. 시골에 자그마한 땅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페드리고가 사라지자 지오바나의 남편이 세상을 뜹니다. 지오바나는 남편의 재산을 물려받아 부유한 미망인이 되었습니다. 지오바나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집안 소유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기로 합니다. 그녀의 별장은 페드리고의 농장근처에 있었고 덕분에 아이는 페드리고와 금방 친해졌습니다. 새를 좋아했던 아이는 특히 페드리고의 매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아이는 병이 들었는데 그는 병석에서 늘 매 생각만 했고 엄마에게 페드리고의 매를 갖고 싶다고 말합니다. 지오바나는 난처해졌습니다. 그녀는 페드리고가 자기 때문에 가난해진 걸 너무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신은 페드리고를 매정하게 대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매를 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아이는 점점 더 아파졌고 엄마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녀는 페드리고 집을 방문하여 식사를 청 했습니다. 그동안의 일은 모두 잊자고 하면서 말이죠. 깜짝 놀란 페드리고. 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난했고 마땅히 대접할 음식이 없었던 그는 매를 잡아 대접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온갖 정성을 다하여 매를 요리해서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에게 대접합니다.  매 요리를 맛있게 먹은 후 지오바나는 자신이 온 진짜 이유를 밝히자 페드리고는 몹시 당황했습니다. 지오바나는 매를 요리로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페드리고를 심하게 꾸짖었지만 한편으로 그의 마음에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죽었고 그녀는 이제 아들 명의의 재산마저 물려받았습니다. 그녀의 오빠들은 동생에게 재혼을 재촉했습니다. 그녀는 오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페드리고와 결혼을 하겠노라고 선언합니다. 페드리고는 지오바나를 아내로 맞이했으며 그는 이제 다시 부자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역대급 시련 앞에도 끝까지 버티는 한 여자의 헌신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날 마지막 순서에 위치한 이야기로『데카메론』의 주제를 함축한 사랑이야기입니다. 갈티에리는 살루조의 후작입니다. 미혼인 그는 틈만 나면 사냥에 열중하여 그의 가신들은 후작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신들은 후작에게 결혼을 재촉했고 후사를 얻으라고 종용했습니다. 갈티에리는 내가 어떤 여자를 데려오던 상관 말고 나의 결정을 존중해 준다면 결혼하겠노라고 말을 합니다. 그는 놀랍게도 가난한 농부의 딸인 그리즐다를 아내로 맞이하겠노라고 선언을 하죠. 후작은 신분이 낮은 평민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인 건 그리즐다가 남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즐다의 결혼생활은 그녀의 복종심 테스트 기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후작은 아내를 모질게 대하면서 온갖 명령을 다 내립니다. 그녀는 불평없이 완벽하게 복종했으며 남편은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테스트는 점점 더 강도가 세졌습니다. 그리즐다는 굳굳히 견디어냈고 그러던 중 딸을 낳았습니다. 그러자 남편의 기혹한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하인을 통해 천한 피가 흐르는 딸을 내다 버리라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아내에게 전합니다. 그녀는 상심했으나 아이를 하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남편은 딸을 멀리 있는 친척에게 맡기곤 키우게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아기가 죽은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죠. 시간이 지나 아내는 다시 임신했고 이번에는 남자아이를 낳았습니다. 남편은 다시 아내를 시험하기로 맘먹습니다. 남편은 하인들이 천한 농부의 자손에게 지시를 받는 것을 싫어할 것 같으니 아들도 딸처럼 처치해야겠소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그리즐다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복종하기로 하곤 아들을 내 줍니다. 후작은 아들도 친척에게 보내 딸과 함께 자라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합니다.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 남편은 아내에게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면서 교황에게 이미 이혼허가서도 받아왔다고 말 합니다. 그리즐다는 그래서 당신이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애초부터 자신은 남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고 말하며 친정으로 돌아갑니다. 남편은 당신이 입은 옷은 전부 내 소유이니 전부 벗어놓고 가라고 요구합니다. 그리즐다는 남편에게 사정하여 속옷 만 걸치고 친정으로 돌아갑니다. 13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이었고 그리즐다는 12 살 아들은 6 살이 되었습니다. 후작은 다시 그리즐다를 성으로 부르곤 내 결혼식이 곧 있을 예정이니 니가 정성껏 결혼 준비를 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사실 후작의 결혼식 신부는 다름 아닌 그리즐다의 딸이었습니다. 후작은 그리즐다에게 딸을 마치 자신의 신부인양 소개를 했습니다. 그리즐다는 신부가 자신의 딸인 줄도 모르고 후작에게 새 신부에게는 과거 나처럼 모질게 대하지 말라고 부탁을 합니다. 후작은 그리즐다에게 감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그리즐다에게 이 아이는 사실 우리 딸이라고 말하며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은 사실 당신을 시험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즐다는 그 잔치 날 후작의 아내의 자리로 되돌아갑니다.     

 

  

  위에 소개한 이야기들은『데카메론』의 중심 주제를 관통하는 운명과 사랑의 노벨라(novella)입니다. 운명의 여신은 인간이 행복하면 질투하고 인간이 불행해지면 도와줍니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고 도는 이유입니다. 살다보면 지옥에 떨어지는 날도 있습니다. 영주는 딸의 애인을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로 죽여버리고 세형제는 여동생의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해 로렌조를 살해합니다. 지옥에 떨어진 영주의 딸과 여동생. 사랑을 잃은 두 여인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옥에 남는 길을 택하고 맙니다. 그러나 사이몬과  페드리고는 다릅니다.  둘은 운명처럼 만나 사랑했던 여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애초에 가졌던 사랑의 마음을 유지하여 끝까지 버텨 다시 천상으로 올라갑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좀 더 극단적인 버전입니다. 그리즐다가 겪는 시련은 가혹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묵묵히 복종하며 남편에게 헌신합니다. 남편의 명령에 대하는 그리즐다의 자세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는 수준으로 완벽한 복종입니다. 인간은 자아가 완전히 사라질 때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남녀가 싸우는 근본 원인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자신만을 사랑하는 탓입니다. 자신을 그렇게 사랑하는데 어떻게 아내가 보이고 남편이 보이겠습니까? 기독교에서는 자아를 완전히 비우고 텅 빈 마음을 하나님의 말로 채우고 실천할 때 진정으로 천상의 들어간다고 이야기 합니다. 성철스님은 "대나무가 가늘고 길면서도 모진 바람에 꺾이지 않는 것은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라고 설파하셨죠. 결국 같은 말입니다. 보카치오는 종교를 사랑으로 대체했을 뿐입니다. 바로 그리즐다가 이야기 마지막에 경험한 세계입니다. 보카치오의 외침이 느껴집니다. 흑사병으로 모두가 고통받는 시기 피렌체시민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시련에 불과 합니다. 이를 참고 견디면 다시 천상의 세계로 올라갈 날이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눈물에 독을 타서 마시는 지스몬다여" 


                                                   김광선  


내 눈물의 잔에 독을

부어다오. 그 독이 나의

심장에서 사랑을 노래하게 해다오. 

사랑이 남아있는 한 

아리고 아린 사랑의 노래는

너른 뜰과

푸른 하늘을 적시고

들꽃과 흰구름으로

피어나리다.   




작가의 이전글 『데카메론』 : 중세 시대의 야설 살롱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