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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Nov 30. 2022

『햄릿』: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한국정치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1616).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시인이자 극작가입니다. 오늘은 그의 사대 비극 중의 하나인 『햄릿』(1601)을 살펴봅니다. 작품의 초연은 1602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죽기 1년 전으로 영국의 권력교체 시점입니다. 『햄릿』은 덴마크 왕실 내부의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권력승계를 준비하는  영국 왕실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메시지입니다.        

  

 『햄릿』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늘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의 배신을 경험한 햄릿의 개인적인 복수와 비극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햄릿가에서 일어난 왕권을 놓고 일어나는 음모와 배신, 살해 그리고 복수는 덴마크인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덴마크의 국가적 비극이기도합니다. 오늘 우리는『햄릿』을 왕가의 정치적 도덕적 부패가 초래하는 한 국가의 정치적 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살펴보고자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진실에 대한 고찰이라는『햄릿』. 오늘은 그 중에서도 인간 사회의 정치적인 모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400년 전의 덴마크 왕실의 이야기에 우리나라에서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정치상황이 어른거립니다.     

  

  『햄릿』의 첫 장면입니다. (번역은 제가 했습니다.)


버나도:   거기 누군가?

프란시스코:  아니 먼저 답해야지. 멈추고 정체를 밝혀라.

버나도:  덴마크 왕 만세.  

프란시스코: 버나도?

버나도: 그래 나야.

프란시스코: 아주 제시간에 딱 맞춰서 왔네.

버나도:   지금이 12시 거든. 프란시스코, 이제 가서 눈 좀 붙이게.

프란시스코:  아이고 이제 살았네. 고마워.  얼마나 추운지 온몸이 다 얼어붙었나봐.  

             마음도 심란하고 말이야.  (1막 1장)


곧 다음 경비병들인 호레이쇼와 마르셀러스가 버나도의 경비초소에 도착하고 이들은 어제도 나타난 유령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밤 한시를 알리는 종소리에 맞추어 유령이 나타나는데 최근에 갑자기 돌아가신 선왕을 닮았습니다. 호레이쇼는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덴마크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말을 합니다.

   

 

  

   극의 시작이 어둠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니 앞이 잘 보일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어두운 밤 누군가가 접근해오면 보면 물어보아야 합니다. “누구인가?”  그러나 접근해오는 사람도 질문자가 누군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둠에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멈추고, 니 정체 먼저 밝히라고.”  그 후 어둠속에 유령이 출몰하고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누구냐? 멈추고 말하라.”  질문은 계속됩니다. 요사이 밤마다 경계 강화로 백성을 피곤하게 하고 낮에는 대포를 만들고 외국에서 군수물자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호레이쇼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임을 전제로 이웃나라 노르웨이의 도발에 준비하는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만 그도 확실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시작의 어둠은 시각이 차단된 채 무지의 상태를 강요받는 덴마크 국민의 처지를 상징합니다. 게다가 날도 춥고 스산합니다. 추위에 떠는 경비병의 심란한 마음은 사실 덴마크 국민의 불안감의 표현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덴마크에 좋지 않은 징조이며 불길한 전조의 서막이라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일어나는 일들이 연상됩니다. 대형참사가 일어나고 한편으로 정권퇴진운동 또 한편으론 정권수호 집회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 소식이 연일 미디어를 달구는데 솔직히 누가 옳은지 판단이 안 섭니다. 우리는 어둠속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곧 이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가 최근 덴마크의 정치적인 상황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즉 덴마크의 국왕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죽은 왕의 동생인 클로디어스는 왕위 계승 일 순위였던 그의 조카 햄릿을 제치고 새로운 왕에 즉위하면서 자신의 형수이자 햄릿의 어머니를 왕비로 맞이한 터였습니다. 이것이 햄릿이 독일에서 공부하던 중 왕이였던 자기 아버지가 갑자기 서거했다는 비보를 접하곤 급히 고국으로 돌아온 후 맞이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는 직감적으로 뭔가 냄새가 나고 있음을 느끼지만 확신을 할 수 없었죠. 이때 선왕의 망령이 성에 출현을 한다는 소리를 들은 햄릿 왕자는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왕의 유령을 만나 다음과 같은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유령: 공식적으로는 나는 정원에서 자고 있을 때 독사에게 물려 죽은 것으로 되어 있지. 그러니 모든 덴마크인의 귀가 내죽음을 날조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오염된 거야. . . .

내가 자고 있을 때 내 귀에 독약을 부어 나의 생명, 나의 왕관, 나의 왕비를 한꺼번에 빼앗아간 자가 바로 네 숙부이다. 난 완전 무방비 상태에서 생전에 지은 죄를 참회도 못하고 이렇게 당하고 말았다. ( 1막  5 장)


덴마크를 둘러쌓고 있던 어둠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새 왕의 등극에 대한 진실이 밝혀집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단어는 “귀”입니다. 정권 찬탈은 귀에 독을 부어 이룩하고 새 왕의 정당성은 백성들의 귀를 오염시켜 확립합니다. 왕실에서 선왕의 사인에 대한 진실을 조작하여 백성을 속였다는 말입니다. 정치의 본질은 말과 귀입니다. 대권을 잡기위해 국민들의 귀에 독을 붓고 오염시키는 일은 지금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사법계와 우호 언론 세력만 도와주면 간단한 일입니다. 정보를 차단하고 왜곡시켜 발표하면 국민은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권만 잡으면 기를 쓰고 반대 언론을 통제하는 이유입니다.    

   

   형을 죽이고 왕권을 찬탈한 클로디어스가 즉위되자마자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왕.: 이웃나라 노르웨이의 젊은 포틴브라스 나를 깔보는지 나의 형의 죽음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혼란에 빠져있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그래서  나의 형이 생전에 빼앗은 땅을 내놓으라며  끊임없이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 (1 막 2 장)


극 시작에 나라의 경계를 강화하고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왕실의 공식적인 해명입니다. 그러나 실은 백성의 귀를 말로 오염시키는 장면이죠. 왕실의 부도덕한 문제를 감추고자 국민의 시선을 국가의 안보문제로 돌리는 고전적인 수법입니다. 이를 정치학에서는 관심전환전쟁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입장에서도 낯설지 않은 장면입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북한을 주로 이용해왔죠. 국내 정치에 문제만 생기면 갑자기 간첩이 일망타진되어 신문 일면을 장식하곤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똑 같은 사건도 북쪽만 관련이 되면 정권에 따라 결론도 180도로 달라집니다. 어떤 쪽이 진실인지 우리는 아직도 어둠속에 있는 느낌입니다.     

   


   햄릿은 아버지를 죽인 삼촌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되지만 그는 그 망령의 말을 확신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번민과 우울은 그로 하여금 자살충동 느끼게 만듭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독백을 통해 햄릿은 비극적인 상황에 내몰린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합니다. 고통을 살아남아 견디며 싸울 것인가 아니면 한 번 가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사후 세계의 나그네가 되는가? 생과 사의 기로에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던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라 영영 깨어날 수 없는 잠을 자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죽으면 육을 떠난 영이 심판을 받은 후에 지옥이나 천국에 가서 영원히 살게 된다는 크리스천의 세계관이 반영된 고민입니다. 햄릿의 번민은 만일 자살을 선택하면 꿈속에서  “압제자의 탄압과 오만한자의 경멸, 법의 부패, 공직자의 모욕과 무례함”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권력자와 오만한자(상류층의 가진 자)들이 법과 결탁하면 힘없는 서민은 속수무책입니다. 공직자의 모욕과 무례함을 감내해야만 합니다. 멀쩡한 시민을 하루아침에 간첩으로 만들어 몇 년씩 재판을 받게 만들고 무죄를 받아도 한마디 사과도 없습니다. 이태원에서 꽃다운 청년들이 그렇게 쓰러져 죽은 후 국민이 깨달은 사실 하나는 행안부 장관이란 사람의 낯짝 두께가 전부입니다. 셰익스피어가 400년 전 느낀 세상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햄릿이 자살을 포기하고 이승에 남아 싸우기로 결정하는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클로디어스는 형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하였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는 듯 보였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고백을 합니다.


왕:   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처음 살해했을 때처럼 내 죄의 악취가 하늘까지 찌르는 구나.  의지와 뜻이 있어도 기도를 할 수가 없구나. 내 죄는 나의 선한 의도보다도 더 강하 니.  . . .  죄로 얼룩진 내 손이 내 형의 피로 적셔진다면? 그럼 하늘에서 비를 내려      내 두손을 눈처럼 하얗게 씻어주면 되지 않는가? 잘못을 고쳐주지 못한다면 자비가 무 슨 소용인가?  . . .  하늘의 천사여 도와주소서.  ( 3 막 3 장)


이 기도를 엿들은 햄릿. 그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숙부를 죽이려고 하지만 이 고백을 들은 후 포기합니다. 이유는 숙부가 자신의 칼에 죽은 후에 천국에 가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햄릿은 회개하면 천국간다는 크리스천의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햄릿은 숙부에게 속은 겁니다. 왕은 참회의 기도 후 이렇게 말합니다.       


왕:   내 말은 하늘로 날라 올라가지만 내 생각은 아래에 머무르네: 생각 없는 말은 절대로  천국에 갈수 없으니.”  ( 3 막 3 장)


생각 없는 말. 즉, 말 그 자체 불과한 말은 풍선처럼 가볍다는 의미로 클로디어스 스스로 자신의 기도는 진정한 양심의 가책이나 후회의 감정이 담긴 기도가 아님을 스스로 자인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정치가들로부터 생각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말 뿐인 말을 허구헛날 듣지 않았습니까?  당선을 목적으로 마구 던지는 실현가능도 1 도 없는 공약과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참사 책임자들을 비롯한 대통령이 마지못해 떠밀려 한 듯한 느낌의 사과 역시 너무 가벼워 하늘로 다 날아가 버리지 않았나요?

   

 


  마침내 햄릿은 악인에 대한 단죄를 통해 정의를 세우기로 결심합니다. 햄릿은 보다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고자 자신의 아버지가 당한 억울한 죽음을 상기시킬 수 있는 상황과 비슷하게 꾸며진, 국왕이 살해당하는 줄거리의 연극을 공연하도록 극단에게 명령합니다. 이 연극을 보자 클로디어스는 당황을 합니다. 이에 햄릿은 그가 범인임을 확신합니다.  이후 극은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햄릿은 아버지를 버리고 시동생을 택한 어머니를 추궁하던 중 커튼 뒤에 있던 재상인 폴로니어스를 왕으로 잘못 알고 칼로 죽이게 됩니다. 이에 햄릿이 사랑했던 폴로니어스의 딸인 오필리어는 미쳐서 물에 빠져 죽죠.  그의 오빠 즉 폴로니어스의 아들인 레어티스는 동생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게 됩니다. 왕과 왕비는 바로 이러한 레어티스의 복수심을 이용하여 햄릿을 없앨 궁리를 합니다.  해서 레어티스와 햄릿과의 펜싱 시합을 주선하는데 레어티스의 칼에는 치명적인 독을 묻혀 놓습니다. 그러나 시합도중 햄릿이 먼저 칼에 맞게 되지만 싸움을 계속됩니다. 그러던 중 서로 칼을 떨어뜨립니다.  둘은 칼을 다시 줍지만 이때 서로의 칼이 바뀌게 되고 마침내 레어티스도 독이 든 칼에 찔리게 됩니다. 이를 자신의 아들인 햄릿이 승리하는 것으로 생각한 왕비는 승리의 축배를 마시는데 그 축배는 사실 왕이 자신의 조카를 죽이려고 준비한 독배인 줄은 몰랐던 겁니다. 이미 독이 묻은 칼에 찔린 햄릿은 최후의 순간에 그 칼로 왕을 죽인 후 숨을 거두게 됩니다.  옆에 있던 왕비도 온몸에 독이 퍼져 죽음을 맞게 됩니다. 덴마크의 왕실이 몰락하는 순간입니다 이제 이웃나라의 왕인 포틴브라스는 덴마크를 접수하려 시신이 널린 왕궁으로 들어오며 막을 내립니다.    

  

   『햄릿』은 일차적으로 왕권 교체기를 맞이한 당시 영국정치계에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권력의 이양은 평화롭게 그리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의 전제 조건은 최고 권력자가 될 왕의 청렴성과 도덕성입니다. 셰익스피어에게 국가는 지배계층과 국민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육체와도 같습니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훌륭한 지배자 하의 국가는 건강한 육체를 지니지만 왕실이 썩으면 온 나라를 병들게 하여 결국 파탄에 이르게 합니다. 한 나라의 파멸로 막을 내리는「햄릿」의 비극. 그 시작은 결국 최고 권력자인 왕과 왕비의 범죄와 도덕적 부패입니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유효합니다. 국민들이 대통령 처와 처가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퍼스트 패밀리의 부패는 곧 나라를 병들게 만들고 국민들도 아프게 만듭니다. 우리나라 용산에서 벌어지는 일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심란하고 스트레스도 받습니다. 나라의 지배계충과 국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 햄릿의 첫 장면을 다시 상기해 봅니다. 어둠 속에 누군가 다가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거기 누굽니까?” 이 장면은 사실 인간의 삶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삶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새로운 사람이 나의 아군인지 적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안 해 줍니다. 어둠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누구냐고 묻는 들 대답을 안 합니다. 오히려 반문합니다. “네 정체부터 밝혀라.” 상대방도 내 맘과 똑 같습니다. 곧 어둠이 걷히고 정체가 드러납니다. 그 때 땅을 치며 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늪에 빠진 뒤입니다.  어둠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들은 또 있습니다. 5년 마다 대권을 잡겠다고 나타나는 인물들입니다. “거기 누구요?”  묻지만 답이 없습니다. 우리는 시각이 철저히 차단되고 귀가 오염된 상태로 그를 맞이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때 늪에 빠지는 건 내가 아니고 온 국민이며 국가 전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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