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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Dec 07. 2022

『돈키호테』 (1)  : 불가능한 꿈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그것이 나의 임무이다.  - 돈키호테  

(“To dream the impossible dream, that is my quest.”)



   인류가 배출한 역사상 최고의 극작가가 셰익스피어라면 논쟁 불가 최고의 소설가는 세르반테스입니다. 세르반테스를 소설계의 고트 (Greatest of all time)로 등극시킨 작품이 바로 『돈키호테』(1604)입니다. 오늘은 누구나 알고 있는『돈키호테』그러나 누구도 제대로 읽어 본적 없는『돈키호테』에 대해 살펴봅니다. 『햄릿』초연 이후 2 년 뒤에 탄생한 이래 400 여년간 꾸준하게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이 최초의 현대 소설은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중에서 두 가지만 집중하고자합니다. 그 첫 번째는 주인공 돈키호테가 추구한 불가능한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돈키호테』 우리에게 남긴 역사적 교훈입니다. 오늘은 그 먼저 불가능한 꿈에 대해 알아봅니다.  

   

   불가능한 꿈에 대한 이야기는『돈키호테』가 탄생한 그 시대의 이해로 시작해야 합니다. 중세 이후 유럽 사회제도의 근간은 신분사회입니다. 왕족, 귀족, 기사, 농노의 신분은 탄생 시 정해지고 또 세습되는 구조입니다. 그 시대 신분은 탄생 시 부여받는 신체의 일부 같은 존재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제도였습니다. 그 시대 문학도 이런 인식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작가들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도덕적 타락 그리고 종교권력의 부패를 풍자하고 비판하지만 이들에게 신분제도에 대한 언급은 금기입니다. 주인공들은 작품 속에서 도덕적 정신적 영적 재탄생을 경험하지만 결코 그들의 신분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거지로 태어나면 거지로 죽으며 기사로 시작하면 기사로 끝납니다. 그러나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능력보다 피로 계급을 정하고 그 계급에 의해 평생을 같은 자리에 부속품처럼 고정되어 죽을 때까지 귀족과 왕족을 위해 일하고 싸우다 죽는 것에 최초로 의문을 품은 작가가 등장합니다. 바로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 (1547-1616)입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인류 최고의 유산 중의 하나인『돈키호테』에서 그는 이렇게 씁니다.


나는 내가 누군인지 압니다. 그리고 내가 누가 될지도 알죠.  그건 내 선택에 달려있죠.

(“I know who I am and who I may be if I choose.”)



나의 정체성과 나의 신분을 내가 선택한다는 이 말은 400 년 전 유럽의 스페인의 정치사회 상황을 감안해보면 엄청나게 담대하고 혁명적인 생각입니다. 그 당시 신분사회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며 사회질서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요즘도 여성들에게 히잡을 쓰라고 강요하고 이를 어기는 사람들을 투옥시키고 사형까지 시키는 나라가 있지 않나요? 종교재판을 이용하여 멀쩡한 사람도 마녀로 만들어 화형에 처하는 그 당시 스페인은 말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엄격하고 경직된 사회 분위기에서 나의 신분은 내가 정한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며 국가 질서를 흔드는 반란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이를 불가능한 꿈이라고 명명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이 꿈을 추구합니다. 미치지 않으면 절대로 꿀 수 없는 꿈입니다. 돈키호테의 이웃들이 그를 미쳤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돈키호테』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아니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주어진 신분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 살고 싶은 한 싱글 남자의 스토리입니다. 50 살 가까운 나이를 먹은 주인공의 취미는 독서인데 그는 오로지 기사 로망스 만을 읽습니다. 그는 기사 이야기를 너무 사랑해서 시간만 있으면 기사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세계에 완전히 빠져 사냥하는 일, 자신의 농장을 돌보는 일 등을 모두 잊어버린 채 일년 내내 기사를 다룬 내용이라면 어떤 책이든지 관계없이 섭렵했습니다. 기사의 이야기에 관한 그의 사랑은 너무 강하고 호기심 또한 끝이 없어 이제는 자신의 소장품, 가재도구,  소유의 땅까지 팔아 있는 대로 책을 사서 집으로 나르기 시작했죠. 그런 그를 세르반테스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마침내 잠도 안자고 수 없이 많은 책을 보더니 그의 뇌는 말라버렸고 그는

       완전히 미쳐버렸죠. 그의 상상은 그가 책에서 읽은 내용으로 꽉 차버렸습니다.

       마법, 기사와의 조우, 전투, 도전, 상처, 사랑과 고통의 이야기들, 그리고 온갖

       불가능한 일 같은 것 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허구의 일들이 진짜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에게는 이러한 일들이 이 세상 어떤 일보다 진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의 창과 칼을 들고 약자를 보호하고 악의 무리를 물리치기 위해 세상에 나가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동안 책에서 배운 기사가 했던 일들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 거죠.  아! 온갖 부조리와 부패로 썩어가는 이 세상! 그는 하루라도 지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집안에 있던 하도 오래돼 다 썩기 일보직전인 창과 녹슨 투구를 쓰고 늙고 비쩍 말라비틀어진 말을 타고 세상을 향해 나가기로 맘먹습니다.

    

   그러나 먼저 할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름을 짓는 일입니다. 먼저 말의 이름입니다. 그는 비록 볼품없고 발굽마저 다 갈라진 말이지만 나흘을 고민한 끝에 로시안테라고 지어주었습니다. 품격이 있으며 소리에 깊은 울림이 있어 고귀하다는 느낌을 주는 그 이름에 상당히 흡족해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결정할 차례입니다. 다시 일주일을 고민하여 자신의 이름을 돈키호테로 만듭니다. 돈은 사실 상 존경의 의미인 영어의 서 (Sir) 같은 역할이므로 실제 이름은 키호테입니다. 키호테는 원래의 이름인 퀴하나를 갖고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찾은 이름이죠. 이제 그는 더 이상 히달고(스페인의 하급 귀족)가 아닙니다. 그는 이제부터 기사 돈키호테입니다. 또한 기사는 정신적으로 사랑할 연인도 필요합니다. 그는 같은 동네에 사는 가난한 농민의 딸인 알돈자 로렌조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이 영 맘에 안 들었습니다. 기사도를 발휘하여 자신의 영광을 드높이는데 걸 맞는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한참을 고민 끝에 그녀의 이름을 토보소의 덜시니아라고 지었습니다. 토보소는 그녀가 사는 동네의 이름이었고 덜시니아는 우아하고 상냥하다는 뜻입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난 돈키호테. 그는 기사 복장을 하고 말을 타고 모험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이제 세상은 모두 그의 상상 속에서 기사의 세계로 재탄생합니다. 해질 무렵 발견한 여관은 그에게는 멋진 성이었습니다. 여관 주인은 성주 그리고 여관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창녀들은 공주로 보였습니다. 여관을 이용했으면 돈을 내야 하지만  어느 기사가 성주에게 방 값을 지불하겠습니까? 그는 오히려 여관주인에게 자신을 기사로 만들어 달라고 조릅니다. 돈키호테는 기사는 스스로 될 수 없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 여관주인은 미친 사람을 자극하여 자신의 사업장에서 말썽이 일어나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여관주인은 돈키호테를 기사로 만들어 내 보냅니다. 이후 돈키호테가 겪는 에피소드들은 그가 꿈꾸는 세상이 실제의 세상과 얼마나 거리가 먼지를 보여줍니다. 길을 가다 한 무리의 상인을 만난 돈키호테는 다짜고짜로 상인들에게 자신이 구원의 여인으로 삼은 덜시니아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라고 명령을 하죠. 어리둥절한 상인들은 돈키호테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모욕 합니다. 이에 격분한 돈키호테는 상인들을 공격하기 위해 말을 재촉하지만 그는 달리는 도중 말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고꾸라지고 맙니다. 상인 중의 한명이 돈키호테를 흠신 두들겨 패곤 그의 창 마저 부러뜨린 후 가버립니다.

    

   만신창이가 된 돈키호테는 마을사람들에 의해 구해져서 자신의 집으로 옮겨집니다. 이런 모습의 돈키호테는 이웃들의 눈에 심각한 정신병자입니다. 기사는 이미 100년 전에 끝난 십자군 전쟁과 함께 사라져버린 지금 기사 흉내를 내면서 기사도니 구원의 여인이니 뭐니 헛소리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돈키호테의 여 조카, 하녀 그리고 이발사등 이웃들을 돈키호테의 이런 행동이 거짓으로 가득찬 기사 로망스 탓이라고 하며 책을 전부 불살라버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추스른 후 마을에 사는 일자무식의 노동자인 산초 판자를 자신의 종으로 삼고 다시 모험을 떠납니다. 이상보다 빵을 중시하는 현실적인 산초를 한 섬의 총독으로 만들어주겠노라는 허무맹랑한 약속으로 설득한 겁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들판에서 마흔개 정도의 풍차를 만납니다. 돈키호테에게 이 풍차는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거인들로 보였습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저주받은 이 자들을 제거하는 길은 이 거인들의 생명을 빼앗는 길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기사로서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봉사라고 믿었습니다. 무식하지만 착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산초 판자의 눈에는 그것들은 풍차였죠. 산초는 자신의 주인을 말려보지만 허사였습니다.  

   

  


 『돈키호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이미 주어진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돈키호테의 자세입니다. 그 시작은 이름을 바꾸는 일입니다. 여태까지 어떤 문학작품도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 시작할 때 주어진 이름은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이름은 자신의 정체성이요 신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르반테스의 주인공은 다릅니다. 주어진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이름을 짓습니다. 개명은 상징적인 행동입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신분을 자신이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주인공은 돈키호테로 바꾸고 기사가 되었고  말도 로시안테라는 새 이름을 부여 받고 돈키호테의 명마로 재탄생합니다. 동네 처녀도 덜시니아로 개명한후 가 된 돈키호테가 찬양하는 아름다운 공주로 신분상승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고물상을 환경자원센타라고 부르는 격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환경자원센타에서 일한다고 하면 자긍심이 더 커지지 않나요?  그러나 돈키호테와 시종일관 같이 행동하지만 이름이 변하지 않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그의 하인 산초판자입니다. 이상보다는 현실 그리고 꿈보다는 빵이 더 중요한 그는 이상 속에 들어가길 거부합니다. 주어진 현실에 살기를 원하는 산초 주어진 이름에도 불만이 없습니다.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변하지 않는 이름은 고정된 정체성과 신분을 나타냅니다. 그는 하인으로 나와서 하인으로 살다가 하인으로 죽습니다.  

  

    따라서『돈키호테』에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합니다. 돈키호테의 이상적인 눈과 산초 판자의 현실적인 눈입니다. 이 두 견해는 서로 충돌하고 부딪치지만 또 서로를 견제하고 보충하는 역할도 합니다. 마치 동양의 음과 양 같은 존재입니다. 돈키호테는 자신이 만든 이상의 세계에서 모험도 즐기고 괴물도 처단하고 착한 이를 괴롭히는 악인을 단죄하자고 외칩니다. 자신의 창조한 상상의 세계에 들어와 같이 살자고 떼를 쓰는 격이며 이 멋진 세계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 뿌리를 박고 있는 산초는 이런 몽상 속에 사는 주인이 너무 답답하기만 합니다. 한마디로 미친 사람이죠. 그러나 돈키호테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 그 자체가 미친 것처럼 보일 때 광기는 어디에 있는지 누가 아는가?
        아마도 지나치게 실용적인 게 미친 짓이다.  꿈을 포기하는 거 이게

       미친 짓이지. 너무 지나치게 건전한 정신상태가 미친 짓 중에 최고로

       미친 짓이다. 인생을 원하는 대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짓이야말로

       미친 짓이다.    



어떤 게 미친 행동인가요? 주어진대로 사는 건가요? 아니면 내가 원하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 사는 건가요?  세르반테스가 신분이 엄격히 구분되고 세습되던 그 시대에 던진 화두입니다. 이후 이 화두를 공유하는 지식인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서서히 진보하면서 신분제도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진보의 시작은 돈키호테가 추구한 불가능한 꿈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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