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로 뭉치고 연결하자
중앙주도 균형발전의 한계
지역 균형발전은 역대 정부들의 주요 정책 어젠다였다. 참여정부는 세종특별자치시인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를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광역경제권, 박근혜 정부는 지역행복생활권 그리고 문제인 정부는 혁신도시 시즌2, 도시재생 뉴딜, 한국판 뉴딜을 균형발전의 핵심 어젠다로 삼아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도 초광역지역정부(메가시티) 확대, 분권혁신특구 조성, 기획발전특구 지정 등 지역 균형발전 어젠다를 제시했다.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백약이 무효인 양 지방 인구감소와 쇠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러 법을 제정하고 대규모 사업을 추진했음에도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 산업, 문화 등의 격차는 커질 뿐 줄어들지 않았다. 더구나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지원정책으로 지방의 특화된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균형발전 정책사업들이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지역 간의 과잉경쟁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만들기도 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이미 지방은 인구감소, 지역소멸, 지방대학의 위기 등 빨간불이 켜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 구조를 보면 수도권 집중이 얼마나 심한지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 비율은 50.4%로 비수도권 인구수를 넘어섰다. GRDP(지역 내 총생산)는 수도권이 52.6%나 차지하고 있다.
지방쇠퇴와 소멸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정원미달 사태를 맞은 지방대학들이다. 지방대학들은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사립대학교뿐만 아니라 지방거점국립대학교도 예외는 아닌 상황이다.
“추가모집 인원 90% 지방대에서 발생 / 지방거점 국립대 9곳 모두 미달 사태 / 133개 전문대 중 과반 정원 못 채워" (조선일보 2021년 2월 25일)
2021년 지방 명문대로 꼽히는 지방거점 국립대 9곳도 모두 추가모집을 진행했다. 경북대가 135명으로 가장 많고 제주대 133명, 경상대 123명, 부산대 90명, 충남대 60명, 전북대·충북대 각 53명, 강원대 45명, 전남대 23명 순이었다. 지방 사립대의 경우에는 대구대가 876명으로 가장 많았고 동명대 804명, 상지대 769명, 신라대 746명 등으로 나타났다. 추가모집 인원이 500명이 넘는 지방대만 12곳에 달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와 수도권으로 인구 이동은 지역의 대학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역대 정부들이 수많은 국정과제를 내세우고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하다. 아니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수험생을 모습이다. 이미 중앙주도적인 균형발전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우선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정부의 목표를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정책은 ‘획일적인 지역안배 프레임’에 빠진 채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안배 프레임에 빠진 산술적인 자원 배분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균형발전을 이뤄내기가 힘들다. 이미 세계는 광역 대도시권 육성전략으로 중심도시와 주변지역을 광역경제권을 묶어 경쟁력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수도권 분산을 위한 거점 메가시티 중심의 집중 전략을 균형발전 전략으로 쓰고 있다.
메가시티 : 분산을 위한 거점 집중 전략
농촌마을로 들어가 사는 귀농 수준으로 분산으로는 수도권 집중 가속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또한 지방 중소도시로 들어가 지역 비즈니스를 하는 로컬크리에터를 지원한다고 해도 수도권 집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돈'이 몰리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 도시, 즉 초광역도시(메가시티)를 지역별로 구축해야 한다.
세계 도시들은 광역 대도시권 육성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중심도시와 주변지역을 광역경제권으로 묶고, 철저한 계획과 기능분담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메가시티라고 부른다.
메가시티는 중심도시를 거점으로 기능적으로 연결된 인구 1천만 명 이상의 초광역연합 도시로 교육-경제-주거-공간-에너지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복합도시다. UN은 2018년 기준 인구 1천만 명 이상 도시는 33개소였는데, 2030년에는 43개소로 증가를 예상한다. 또한 인구 500만 명에서 1천만 명 사이의 도시는 2018년 48개소인데, 2030년에는 66개소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서울 중심의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려면 ‘분산을 위한 거점 집중’인 메가시티로 돌파해야 한다. 이를 촉발한 이가 경상남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였다. 김 지사는 생활권과 경제권 중심의 유연한 권역별 발전전략으로 수도권 외 권역별 다극화 전략을 추진하려 했다. 다극화 전략의 핵심 방향은 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 구축 ②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 정책으로 전환 ③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새로운 협력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시절 강하게 추진했던 동남권 메가시티의 권역별 발전전략 모델은 공간혁신(1시간 생활권 광역대중교통망 구축), 산업-경제혁신(동남권 물류플랫폼 구축), 인재혁신(지역 우수인재 집중양성), 거버넌스 체계구축(광역특별연합 구상) 등으로 나뉜다.
부산-울산-경남으로 통칭되는 동남권 메가시티 전략이 동북아 물류플랫폼 중심으로 공간구조를 개조하는 것이라면, 호남은 '호남RE300, 호남 초광역권 에너지경제공동체' 구상을 제시하였다.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소통 고속도로 확보’와 ‘에너지 전환 기본소득’이 핵심이었다.
호남RE300은 초광역연합(광주-전남-전북) 프로젝트로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과 지역균형 뉴딜'에 부응해 '재생에너지'를 호남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다른 광역단체가 기존의 SOC(사회간접자본)에 치중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었다. 호남 RE300은 에너지 소통 고속도로를 개통하여 2030년까지 새만금, 신안 등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호남에서 소비(100%)하고, 2050년까지 200%를 추가 생산하여 다른 지역으로 송전한다는 거대한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구상이었다. 생산된 재생에너지 소득 일부를 지역민의 기본소득으로 보장하는 ‘에너지 기본소득’도 병행하는 메가시티 기획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광역자치단체들이 상생협력을 위한 행정통합, 메가시티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충북은 2020년 11월 4개 시도지사 간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추진 합의문을 발표했으며,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및 충청권 광역철도망 등의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서 2021년 2월 행정통합 기본계획안을 확정해서 발표했고, 2022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도 획일적인 균형발전 논리에서 벗어나 메가시티 도시화 전략을 구상 및 실행해야 한다. 작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으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운영 규정’이 마련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특정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가 가능해져서 메가시티 구상을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초광역지역정부 확대 설치 및 운영을 추진한다고 하니 기대해본다. 운석열 정부의 초광역지역정부의 정책 방향은 경제권역별로 수도권, 충청권, 대경권, 동남권, 호남권 5대 초광역지역정부를 설치,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의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미 초광역지역정부인데, 왜 포함시켰는지 이해가 안 된다. 수도권 집중을 분산시키기 위한 국가차원의 기획인데, 왜 포함시켰을까?
지방법률제정권, 초광역지역계획권, 산업경제, 교통, 환경, 안전 기능을 초광역정부에 주겠다는 건데, 지방법률제정권을 빼고는 수도권(서울시, 경기도)에 더 줄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서울시의 경우, 강남과 강북의 군형발전을 서울시 정부가 해야 하고, 경기도는 경기남도와 경기북도의 균형발전을 경기도 정부가 해야 한다. 국가차원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서울 중심의 수도권 일극체제를 다극체제로 분산하려면 지역 메가시티를 육성시켜야 한다. 덩치가 비슷해야 수도권과 싸움도 해볼 수 있다. 돈이 몰리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인구밀도를 높이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역 메가시티 주변 중소 도시들의 인구감소와 쇠퇴의 위험이 도사린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체제로 국토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최악의 미래이기 때문에 우리는 차선의 방법을 찾아서 나아가야 한다. 동남권 물류플랫폼 메가시티와 호남 RE300 에너지경제공동체 사업 등 메가시티 전략으로 ‘분산을 위한 집중’이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