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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아포칼립스와  지방도시 상권 살리기

지방도시 상권활성화는 왜 어려운가?


리테일 아포칼립스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화했다. 오프라인 소비가 줄어들고 온라인 소비가 늘어났다. 전통시장이나 슈퍼마켓 같은 오프라인 소매점에게는 대재앙이다. 리테일 아포칼립스는 소매를 의미하는 리테일과 종말을 의미하는 아포칼립스의 합성어로 오프라인 소매시장의 종말을 의미한다.  

 

리테일 아포칼립스는 지방도시로 갈수록 심각해진다. 지방도시의 중심상가나 전통시장은 활력을 잃고 명맥만 유지한다.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쿠팡,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가 리테일숍보다 우위에 서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북적거리며 장사가 잘되고 상권의 활력이 넘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통시장과 중심상권지역은 침체의 일로를 걷는다. 왜, 이곳은 소비자들이 방문 또는 재방문을 외면하는가?


리테일 아포칼립스 현상을 놓고 원인을 찾는 소비자와 상인의 시선은 다르다. 상인들은 주로 주차장 부족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노후되어 있어서 소비자들이 안 온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방문하지 않는 이유로 매력적인 핵점포(앵커스토어)*의 부재, 미흡한 원산지 표기, 비위생적인 진열 및 보관방식, 상인의 불친절한 태도 등 소프트웨어적인 이유를 든다.


*앵커스토어는 선박을 고정시키는 중심 역할을 하는 닻, ‘앵커(anchor)’처럼 상권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점포나 대형 상가의 중심이 되는 핵심 점포로 시장이나 쇼핑센터에서 다수의 고객을 유인하는 가게이다.


지방도시 중심시가지 상권 침체의 원인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쇠퇴와 연관이 있다. 여기에 소비 트렌드의 변화,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더욱 심화되는 비대면 중심의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 편세권이라는 신조어로 상징되는 1~2인 가구 맞춤형 리테일숍인 편의점의 확산 등 다양한 유통 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에 비해 지방도시의 중심시가지 상권지역 상인들의 운영방식은 소비를 주도하는 3040세대와 유행을 주도하는 2030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동떨어져있다.


지방도시 중심시가지 상권활성화의 가능성      


지방도시의 중심시가지는 장소성, 휴먼스케일(Human Scale), 우수한 접근성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장점들이 쇠퇴한 상권을 살리는 마중물(자산)이다.


도시의 중심시가지는 오래되고 깊은 ‘장소성*’을 지녔다. 이 장소성은 물리적 상징성과 시민들의 기억(추억), 역사성과 맞물려 지역의 상징하는 랜드마크적 성격을 가진다. 이 장소성을 지닌 중심상권 지역에 스토리와 매력을 덧칠하는 작업이 바로 도시재생이며, 상권활성화이다.     


*장소(Place)와 공간(Space)과 다른 개념이다. 공간이 물리적인 성격을 가지는 반면, 장소는 문화, 역사, 개인적인 기억, 지역의 커뮤니티가 녹아 있는 맥락적 의미를 가진다. 즉 장소는 의미가 부여된 공간을 말한다. 장소성은 물리적인 공간에 사람들의 다양한 체험과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더해져 형성된 집단의식이다.


지방도시 중심시가지는 방문객에게 걷기의 편안함을 준다. 걷고 싶은 거리, 다시 찾아오고 싶은 거리의 조건 중 하나가 ‘휴먼스케일’인데, 대체적으로 지방도시의 중심시가지는 도로와 주변 건물 크기가 걷고 싶기에 딱 알맞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소비의 핵심은 방문객들이 리테일숍을 걸어서 찾아오게 해야 한다. 그래서 걷고 싶은 거리의 조성은 상권활성화의 기본이다. 또한 지방도시 중심시가지는 도시 내에서 교통의 사통팔달 지역으로 접근성이 우수한 곳에 있다. 방문객이 접근하기 좋다.      


커뮤니티와 앵커스토어 중심의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쇠퇴한 중심상권가나 전통시장은 장소성을 지닌 플랫폼이다. 때문에 시설현대화 사업에 치중하기보다 장소성을 키우는 ‘브랜드 파워’ 구축 필요하다. 특히 전통시장은 시장 이름 자체가 브랜드 파워를 지닌다.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전주 남부시장, 광주 양동시장, 대구 서문시장 등 한국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브랜드가 아닌가! 전통시장만 그러한가? 쇠퇴도시 중심상가거리도 나름 브랜드 파워를 가졌다. 시장이라는 플랫폼에 장소성 마케팅으로 브랜드 파워를 성공시킨 곳도 있다. 통인시장, 1913송정역시장 등이 그 좋은 재생사업의 사례이다.


브랜드 파워를 키우려면 소비자들인 방문객들을 불러들이는 ‘핵점포(앵커스토어)’를 유치하고 육성하는데 시간과 재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존 상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핵점포로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1913송정역시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청년상인들의 창업을 유도하여 청년 상점을 핵점포로 하는 로컬-앵커스토어 전략을 써야 한다. 가게를 창업하는 청년들이 도시재생에서 창조성을 지역에 뿌리내리는 로컬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와 앵커스토어 중심의 플랫폼 변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경영이라는 관리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지역경영, 즉 에어리어 매니지먼트(Area Mangement)의 경영방식 중 하나가 창업 초기에 다른 상점들과 협업이 어려운 예비창업인을 지원하며 일정 구역에서 창업인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군산시 도시재생 지역인 ‘영화시장’의 '영화타운' 사례가 있다.(골목시장의 재발견, “영화타운”-<지방> 조권능 대표 http://sisa-n.com/View.aspx?No=1368863)


쇠퇴한 지방 상권을 되살리려면 로컬 크리에이터를 지역으로 초대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을 의미한다. 이들은 카페, 공방, 독립서점 등 장소성을 가진 분야뿐만 아니라 디자인, 문화사업까지 다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조계급들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임대료가 낮으면서 접근이 용이한 골목 등에서 주로 창업을 하는데, 이들이 모인 상점가는 지역의 브랜드 파워를 키워 방문객들을 모으는 집객 장소로 기능한다.      


지방 상가가 활력을 가지려면 방문객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상권지역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노후 쇠퇴한 상가라는 지역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와 체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장으로 재구성하여 소통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가며 사회적 자본을 강화시켜주는 매력적인 장소로 재창조의 길을 깔자. 상권 활력을 도모할 사업단을 조직하여 사회, 경제, 문화, 예술, 교육, 복지 등의 다양한 기획을 추진하면 된다.

 

단, 기본은 지켜야 한다. 시대가 변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좋지만 기본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중심시가지 상가와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매력은 저렴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과 상인의 정이라는 한국 고유의 정서가 소통되는 공간이다. 이는 변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어야 하는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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