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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짓고, 함께 소유하는 집

주택협동조합 공동주택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출자금을 바탕으로 공동주택을 건축한 뒤 공동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주택이 협동조합주택이다. 토지와 건물(주택)은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조합원인 입주자는 내 집처럼 안심하고 거주한다. 입주한 뒤에는 조합원 거주자들이 주택의 운영관리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집을 지을 때 얻는 이점은 크다. 민간건설업자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건설하고 분양하는데 따르는 손실의 위험이 없다. 공사와 관련된 부당한 뒷거래로 인한 사업비 상승 우려도 없다.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이익으로 돌아가고 협동조합주택에 입주하여 사는 사람은 적정한 비용에 품질 좋은 주택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건설공사 미분양에 따른 위험과 광고, 홍보비를 없애면 민간분양시장 가격 대비 15%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이 비용의 일부를 설계, 시공 또는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과 같은 곳에 추가로 투입함으로써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설계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각자 삶의 방식에 맞는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즉, 이웃과 공유하려는 공동체적 삶을 공간을 통해 그려낼 수 있다. 협동조합주택은 대형건설사가 공급, 판매하는 일반 분양시장의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토지와 주택 건축비 등을 부담해야 하므로 조합원별로 소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2013년 최초로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은 불광주택협동조합 결성하여 2014년 4월 주거공동체 ‘구름정원사람들’의 기공식을 가졌다. 


‘구름정원사람들’은 지상1층, 지상4층 규모로 8세대 조합원이 참여한 협동조합주택이며, 저층에 근린생활시설과 상층부는 주거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가구별 전용면적은 18평형으로 상가를 제외한 주택부분은 2억 3천만~2억 4천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다. 10~15평 정도의 커뮤니티 공동공간을 만들고 옥상을 함께 쓰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구름정원사람들'을 필두로 혐동조합주택이 곳곳에 건설되었다. 대표적인 협동조합주택이 사회적기업 더함이 공급한 '위스테이'가 있다. 위스테이는 남양주 별내지구와 고양 지축지구에 각각 491세대, 539세대의 단지로 조성된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정책에 '협동조합' 모델을 접목해 만든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입주자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개발 단계에서부터 지분 참여를 하여 간접적인 소유주가 되는 아파트형 협동조합주택이다. 


협동조합주택은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의 협동조합주택은 역사성과 규모 단단하다. 스웨덴이 협동조합주택의 강국이 된 것은 1930년대부터 추진한 ‘국민의 집’ 이념 아래에 보편주의 정책 기조와 시장경제주의와의 조화 덕분이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공정사회를 이루자는 국민의 집 이념은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와 사회적 연대의 모태가 되었다.     


스웨덴의 협동조합주택은 1920년대 태동하여 1923년 HSB(임차인 저축 및 건축협회)의 출범으로 본격화되었다. 1940년대 초 설립된 ‘릭스뷔겐’은 협동조합주택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 조직으로 건설업계의 실업해소 차원에서 설립되었으며 건설노동조합이 자금을 지원하는 주택협동조합이었다. HSB와 릭스뷔겐은 2012년 현재, 스웨덴 협동조합주택 99만 8천 호 중 75%를 소유하고 있다. 북유럽 주요 국가의 협동조합주택 재고량은 스웨덴 23.2%, 노르웨이 15.0%, 덴마크 7.0%이다.


튀빙겐시 힌덴부르크 주택단지 전경

독일도 협동조합주택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독일 서남부 바덴뷔르템베르쿠주에 있는 튀빙겐시 남부 프랑스지구에는 협동조합주택들이 모여 있다. 이곳은 1920년대부터 군막사로 사용하던 지역에 2차대전 승전국 프랑스군이 군대의 병영지로 주둔해오다 철군한 후, 학생과 지역주민이 철거하려는 정부계획을 막고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지역으로 재생할 것을 제안하여 2007년 주거단지 개발이 진행된 곳이다. 


프랑스지구의 협동조합주택 건축 방법은 이렇다. 함께 지어 살기로 한 주민들 10~20가구가 모여서 협동조합을 구성한다. 협동조합주택을 건축할 땅을 사기 위해 시정부에 신청서를 제출한다. 심사를 통해 협동조합이 선정되면 시정부로부터 토지를 구매한 후 자신들이 원하는 건축가와 시공사에게 건축을 의뢰한다. 


튀빙겐시 프랑스지구의 협동조합주택 단지는 각각의 건물들이 모두 다양한 디자인과 다양한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주택과 주택이 만나는 곳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동정원과 공동작업실, 재활용품 공동수거공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공동작업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기술공작실, 스스로 집수리를 하는 사람들의 작업공간으로 사용된다. 협동조합주택 단지 안의 공동공간은 각 협동조합의 대표들이 관리위원회를 꾸려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튀빙겐시의 도시재생 모델은 협동조합주택이 개별 건물로 만들어져 섬처럼 고립되어 단위 주택 안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결하는 것보다, 주택단지를 이루어 마을을 형성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협동조합주택, 공동체주택은 지역별로 분산되어 있어 개별 주택 안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결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더함의 위스테이 아파트형 협동조합 주택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부 정책의 뒷받침해준다면 튀빙겐시 프랑스지구처럼 협동조합주택 단지를 이루고 마을을 형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협동조합주택과 비슷하지만 소유형태가 다른 서울시 '공동체주택'이 있다. 공동체주택은 서울시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받는 일종의 코하우징(Cohousing) 주택이다. 거주와 운영관리 측면에서는 협동조합주택과 차이는 없다. 가장 큰 차이는 협동조합 소유냐, 개별 소유냐의 차이뿐이다.


코하우징(Cohousing)은 1970년대를 전후로 기존의 획일적인 주거방식에 대한 회의, 가족 형태 변화에 따른 가사노동의 어려움, 이웃과의 관계 회복의 필요성 등 주거환경 문제점을 인식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동체적인 삶을 표방하고 북유럽 국가(스웨덴, 덴마크 등)에서 형성되고 발전된 새로운 공동주거의 유형이다. 

코하우징주택 소행주


코하우징은 계획부터 운영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커뮤니티를 중요시하며, 커뮤니티의 효과적 운영 여부가 코하우징의 성패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인이 된다. 


코하우징은 개발과정에서 주민이 참여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설계기법을 도입하고 개별주거를 보완하는 공동생활시설을 도입하여 주민이 스스로 관리하는 구조를 가지는 것을 특징이다. 사생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협동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실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주거형태로서 자녀들을 가까이 두고 세탁, 식사준비, 탁아와 같은 일상적인 가사를 이웃과 협력하는 것이다. 


한국은 제도적 한계 때문에 주택협동조합으로 새로운 집들이 늘기보다 소행주(소통이행복한주택) 같은 공동체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소행주의 공동체주택은 주택의 일부를 공유하고 이웃과 가깝게 지내고 서로 돌봄으로써 깊은 삶의 질을 획득해가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려는 사회적 욕구는 집 짓는 과정을 코디네이팅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시행을 하는 소행주와 같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조만간 한국도 빠른 시일 안에 시장이 확산되고 새로운 유형의 집들이 보편적 모델로 정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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