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칭찬 일기

나의 저주를 풀어주세요.

by 목신

살고 싶었는지.

살아남고 싶었는지.

죽고 싶지 않았는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를 최근에 보았다. 내면의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 늘 관심이 있었던 터라, 언젠가는 꼭 보고 싶었던 드라마였나. 마음의 병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작중, 정신병동에 입원한 주인공 다은에게 의사는 ’칭찬 일기’를 작성해 보라는 처방을 내린다.


‘칭찬 일기’


가장 처음으로 나에게 내려졌던 처방이었던지라,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웃음이 지어졌나. 꽤나 어릴 적부터 도와달라고 그렇게 외쳐댔었구나.


2011년, 청심국제중학교에 입학하며 14살 어린 나이로 부모님 곁을 떠나 기숙사에서 지내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뭘 하든 잘해서 우물 안에서 늘 최고를 담당해 왔던 어린 개구리는, 1등 개구리들만 모인 더 넓은 우물에서 그만 저주에 걸리게 되었다. 공부도, 운동도, 인간 관계도. 뭐 하나 잘하지 못하게 되니, 사랑과 관심을 받는 방법을 잃어버리는 듯했다. 이 시기에는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과 다퉜다.


저주받은 나날들을 보내다가, ‘상담실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던 상담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나, 상담실을 찾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14살 나이에 꽤나 용기를 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때, 선생님께서 나에게 내려주셨던 처방이 ‘칭찬 일기’였다.


전역 후, 코로나 시기에 복학을 한 나는 여전히 저주에 걸려있었다. 당시의 나는 정말 열등감 덩어리였다. 만날 사람이 없어 외로움에 시달렸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복학생의 포부 따위는 완전히 무너져, 매일 같이 혼자 집에서 술만 마시는 삶이 되어버렸다.


반년 정도, 이와 같은 시기를 보내다 두 번째 도움의 목소리를 내었다. 학교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5살의 나를, 14살의 나를, 20살의 나를 용서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연습했다.


두 번째 상담을 받으면서 10년 만에 겨우 내 저주의 존재를 발견했다.


‘나‘의 본모습을 잃어버리게 한 저주를.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도 벌써 두 분의 상담 선생님들을 새로 만났다. 이제는 마치 아프면 병원에 가듯,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익숙하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어렵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조금씩 연습 중이다.


이제 내 저주의 존재를 알지만, 아직 저주를 완전히 풀지는 못했다만, 푸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나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나의 상담 선생님들이 그러셨듯, 도와달라는 말에 응답을 하게 되는 순간에 나의 저주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을 한 달 남짓 만났었다. 고작 그 한 달 때문에 일 년을 괴로워했다. 마음에서 그 사람을 내보내는데 무려 1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건네고,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해 주었기에 그 사람이 원망스럽지 않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나마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도 했다.


나는 나의 상담 선생님들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봐주는 직업을 갖기엔 늦은 것 같다. 그래도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말로, 글로,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며 누군가의 도와달라는 말에 응답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것이 내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아니까.


저주에 걸린 개구리는 저주에서 벗어나 왕자님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본인의 모습을 찾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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