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 봤어요? -픽션과 논픽션

by 선지은

경험해 봤어요?

-픽션과 논픽션


이전에는 모두가 허구적 상상과 창조가 득세하였다. 그래도 그 기본은 인간이 그런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즈음 인간보다 더 그럴듯하게, 감동적으로 시를 쓰고, 여러 가지 콘텐츠를 종합하여 작품을 만드는 AI와 그와 관련된 각종 매체들이 넘쳐나고 있다.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내놓는 작품은 이미 인간 상상 이상이다. 이미 우리는 무엇이 진짜이며,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사람의 모습과 음성조차도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실제와 똑같다.


이전부터 나는 실제에 기초하지 않은 가상의 삶에 대해 눈길이 가지 않았다. 비록 그것이 어느 누군가에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작가는 비록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오랫동안의 아픔과 고뇌를 겪으면서 글을 쓴다. 그러나 누군가가 경험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체휼이나, 간접경험도 없이 글을 쓴다면 그것은 기만이다. 이즈음 그런 기만의 글들이 판을 친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그 회한과 눈물과 한숨과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채 문장을 쓴다는 것은 속임수이다.

특히 AI가 만들어내는 작품이나, 설정들은 아무리 지금껏 나온 모든 자료들을 종합해서, 가장 멋진 상상을 펼쳐준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인간 정신과 영혼의 고뇌가 없다. 그들이 만들어낸 픽션에는 인간의 숨이 없다. 아무리 떠들어대어도 그것은 가짜이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AI, ASI가 나오면 인간이 이제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고 한다. 단순한 직업이나 자료에 근거한 직업들이 사라진다고 한다. 인간은 그냥 놀고먹으면 된단다. 기초소득을 충분히 줄 테니, 즐기고 살면 된다고 한다. 어쩌면 인간이 미국 식민지 시대의 원주민처럼 될 수도 있다. “먹고 쓸 것을 줄 테니, 놀고먹어라. 일은 하지 마,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게”

이렇게 인디언들의 노동과 지식과 삶이 착취당한 결과 수많은 인디언 원주민들이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고, 술과 마약에 절어, 그들의 삶은 내팽겨 쳐졌다. 그것은 다음 세대에도 전수되어 몇 세대에 걸친 인간 정신의 말살과 삶의 피폐가 이어져 왔다.

어떤 교수가 ASI 시대에, 인간은 로마시민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예가 백성의 3배가 되니, 모든 것이 다 주어진 그들에게, 왕은 극도의 잔인한 엔터테인먼트와 먹을 것을 즐길 거리로 주게 되었다. 짐승에 살이 찢기는 교인들의 비명소리와 서로 피를 보고 죽음을 봐야 끝나는 검투사 노예들이 그들의 오락이었다. 열광이었다. 그리고 일은 안 해도 되니 쾌락이 도를 넘고, 먹을 것이 넘치니 씹고 뱉어내는 괴이한 일이 자행되었다.

어쩌면 ASI 시대가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 우리 인간이 그런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때 인간은 그냥 돼지나, 빌런, 좀비들이 될 수도 있다. AI왕과 그 통솔자들만이 인간 노예들의 싸움을 조작하고 조종하고 서로 즐기라고 세상 경기장을 만들 수도 있다.

미래에, 인간은 AI에게 직업도, 노동도, 상상도, 멋진 그림도, 모든 자료를 종합한 초 지식도 다 넘길 수밖에 없게 된 세상이다. 그러나 인간이 AI와 달라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경험이 아닐까. 경험하는 인간의 고뇌와 갈등과 한숨과 눈물과 비통함이다. 또한 경험하는 인간의 환희와 소박한 기쁨과 수고의 땀과 영혼의 전율이 아닐까.

나는 경험해보지 않은 모든 기계의 초 지식을 거부한다. 픽션을 무시하고 싶다. 혼자 데모 피켓을 든다.


“경험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