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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young Sep 23. 2022

나의 거미줄 찾기

[에피소드 1] “연대와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회적기업 이야기”

 제목이 거창하다. 그런데 이런 주제로 발표 요청이 들어왔다. 워크보트에서 듣고 새긴 이야기들을 찬찬히 기억하며 밑작업을 했다. 이 사례에서 우리 기관은 중간자의 역할을 했는데, 내용은 그렇다. 코로나19로 사회적기업이 중단될 위기에 있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지원사업을 위해 방호용품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가져오는 것을 계획했다. 이 때 우리는 사회적기업과 한국정부를 연결했고, 사회적기업은 방호용품을 생산함으로 다시 가동될 수 있었고, 한국 정부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물품을 취약지역에 배부할 수 있었다. 간단한 일인데, 우리는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듦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연대와 협력, 주위를 돌아보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거미줄을 찾아낸 사례.

     

[에피소드 2] “어깨 넘어 배웠던 일”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워크보트에 같이 승선한 마리님의 일을 어깨 넘어로 배우며 감탄했을 때가 있다. 하나는 국제핸드메이드페어 행사에 해외 사회적기업팀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줌과 동시에 네트워킹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어 참가한 기관도, 실무자도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한 행사다. 하면 좋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연대의 물꼬를 만들어가는 일에 힘쓰시는 모습이 마음에 남아있었다. 경우는 다르지만, 비슷한 기회가 주어졌고, 아주 작더라도 같은 분야에서, 같은 일을 하는, 같은 고민을 가진 기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한국의 지원을 받아 현지에서 사회적기업을 꾸려가는 3곳의 기관을 방문했다. 3월부터 온라인으로 여러번의 대화를 나누었고, 한국 음식을 나누면서 조금씩 관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9월 각 기관을 방문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지, 열린 마음으로 만나야지, 모니터링이라는 이름을 붙인 Stranger가 되지 말아야지. 첫 기관은 지역의 여성을 조직하고 직조 제품을 생산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었다. 모니터링과는 별개로 서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외부의 다양한 협력기업과 연대하며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들어 대기업으로부터 큰 주문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여러 상황으로 인해 납품기한을 맞추지 못해 지역의 봉제센터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거미줄들을 돌아봤다. 옳다구나. 우리 지역의 봉제 사회적기업과 연결해드리면 서로 좋겠구나. 서로 거미줄을 뻗치는데 부끄럽지 않게 도왔다. 등등. 다른 두 곳의 기관과도 비슷하게 연대의 물꼬를 만들었는데 작은 일이지만 의식하고 돌아보았기에 가능했던 일. 아무렴 내 거미줄이 아니면 어때.    

  

[에피소드 3] 사회적연대경제에 지렛대 세우기

 연대. 연대. 사회적연대경제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많은 질문을 받는다. 특별히 한국의 사회적경제조직과 국제개발NGO가 컨소시엄을 맺어 사업을 진행하는데, 컨소시엄 자체가 정말 연대의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많다. 사회적경제조직, 가령 사회적기업이라면, 당연히 기업의 수익이 나는 일을 해야 마땅한데, 해외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문성을 기여하거나, 자문의 역할에 집중하다보면 기업의 본래 목표가 등한시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경제모델을 만들고 수익을 창출해도, 사회적기업에 그 수익이 귀속될 수 없고, 생산해낸 브랜드, 자산도 다 현지에 이양되는 구조이다보니, 사회적기업의 CSR 마인드를 요구만 하는 현실이다. 배경이 이러하다보니 사회적-연대-경제사업을 하라는데 그 중심이 되는 연대가 자꾸 무너진다. 강의나 사례발표에서 우리의 사례를 소개하지만, 여전히 스스로도 경계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연대. 우리의 사회적연대경제 거미줄을 팽팽하게 유지하려면 어떤 지렛대가 필요할까?     


이렇게 하나하나 거미줄을 돌아보고 만들고 연결하는 일을 적다 보니 재미가 붙는다. 그리고 이렇게 백번을 더 하고 나면 뭔가 정말 눅진하게 생활 속에서 나의 연대를 찾아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 단계가 온다면, 조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어떻게 연대하면 좋을까 화두를 던져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WWW. (World Wide Web)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정보 공간. 늘 익숙하게 접근하는 가상의 공간, 코로나19 이후 더 강화된 이 공간 속에서의 삶이 단순히 연결됨을 넘어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꿈꾸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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