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행에서 든 단상
2~3년 전부터 사진 속의 내가 낯설다.
머리는 희끗희끗, 얼굴은 푸석푸석.
10대, 20대의 눈부시던(?) 생기(生氣)는 온데간데 없고,
낯선 아저씨가 한 명 서 있다.
무상(無常)하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시간은 참 빠르다.
말하지 않아도 시간 빠른건 다 안다.
그럼에도 빨라도 너무 빨라서 다시금 입밖에 내게 된다.
언제부턴가 한 달 뒤 약속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살다 보면, 어느새 그 날이 코앞이다.
이건 변하지 않는 이치와도 같다.
지금 괴로운 일도 몇달, 몇년 뒤의 나는,
‘그땐 왜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 하고 기억한다.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장 몇주 뒤 기대하고 고대하던 이벤트가 있다고 한들,
금새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다.
무상(無常)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계속해서 흐른다. 모든 것은 변한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크게 실패해도 크게 슬퍼하지 말고,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말라고.
인생은 그만큼 가치로 넘치지 않는다.
세상은 무대다.
연극이 끝나면 화려한 무대는 걷히고,
남는 건 텅 빈 창고뿐이다."
이제서야, 그 말이 조금은 이해된다.
무상(無常)을 이해한다.
집착(執着), 이 상태가 영원했으면 하는 마음을. 붙잡으려는 이 마음을.
대신 흘려보내는 용기.
어차피 시간은 야속하게도 나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나를 둘러싼 환경도 흘러간다.
모두가, 만물이 흘러 흘러간다.
그래서 지금에 '몰입'하는 수밖에 없다.
온전히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
나의 정신과 감각이 순전히 현재(現在)에 머물도록 하는 것.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 속에 나를 내맡기는 것.
에리히 프롬은 말한다.
“스스로가 방향이 되어야 한다.
사랑하고, 참여하고, 온전히 깨어 있는 것.”
아마, 몰입과 함께 사는 법일 것이다.
무상(無常)하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이 순간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이 유일한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다.
결국 내가 품을 수 있는 건 '지금(只今)' 뿐이기 때문이다.
여수 여행에서 든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