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채무에 기초한 강제집행
누군가 나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엔 민사소송을 해서 받아내야겠죠. 그런데 소송에서 이겼다고 해서 법원이 그 돈을 나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소송의 피고가 곧바로 나에게 돈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소송만 끝나면 곧 돈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사안이 정말 많습니다. 피고가 소송에서도 지고도 끝까지 돈을 안 주려고 할 수도 있고, 재산을 이미 빼돌려 버렸거나 또는 정말 재산이 없어서 돈을 주지 않는 사례도 있죠.
피고가 가진 재산이 아예 없어서 승소판결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인지는 피고 재산상황을 알아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오늘은 승소 판결을 받은 이후 실제로 돈을 가져오는 '집행'과정에 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더 정확히는 금전채권에 기초한 강제집행' 과정입니다.
피고의 재산을 알고 있다면, 강제집행 과정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부동산이 있다면 그 부동산을 압류하여 경매로 넘기면 되고, 피고의 계좌나 적어도 주거래 은행을 알고 있다면, 피고 명의 계좌를 압류할 수 있습니다(사실 이는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일단 이렇게 알아두세요).
문제는 피고에게 재산이 있기는 한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를 정확히 모를 때입니다. 강제집행이 필요한 대부분의 사안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피고의 재산이 무엇이 있는지를 모르니 더 이상 강제집행을 할 수 없습니다. 법원에 '피고의 재산을 찾아 압류를 해달라'라는 신청은 불가능합니다.
자, 그럼 소송에서 이겼는데 피고의 재산을 모를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재산명시절차'를 시작합니다. 재산명시란, 피고였던 사람이 법원에 출석을 하여 선서를 한 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목록을 제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승소를 한 후에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하면, 법원은 피고에게 법원이 정한 날짜에 출석하라고 통보합니다. 이 날짜를 '명시기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피고가 재산명시기일 통보를 아예 받지도 않거나, 받더라도 출석하지 않거나, 재산 목록을 엉망으로 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재산 목록을 제출했더라도 그 목록에 있는 재산만으로는 돈을 다 갚을 수 없는 경우도 있죠(사실 대부분 이런 경우들입니다).
재산명시절차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이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재산조회'절차입니다. 실무상 위 재산명시절차는 이 재산조회를 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산조회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명시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을 제출하지 않거나, 선서를 거부하거나, 재산 목록이 거짓임이 분명하거나, 목록에 있는 재산만으로 판결금을 지급할 수 없는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재산명시기일 통보가 채무자에게 계속 송달되지 않아 재산명시신청이 각하되는 경우도 포함합니다).
이 재산조회에서는 피고의 여러 재산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내역 그리고 과거 2년간 보유했었던 부동산도 조회 가능하고, 자동차도 조회할 수 있죠. 또한 금융기관에 대한 사실조회를 통해 피고 명의 은행계좌, 주식계좌 등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다만 잔고가치가 50만 원 이상만 조회 가능합니다). 어느 기관에 조회신청을 할 것인지는 채권자가 결정하면 됩니다.
만약 이 재산조회에서 피고의 재산을 찾는다면, 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작하면 됩니다.
마지막 금전채권에 기초한 강제집행 방법은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입니다.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돈을 주지 않는다거나, 재산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등의 사유가 있을 때에 이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 있는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일단 이름이 올라가면, 이 사람의 금융생활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법원에 있는 명부에 올라가는 것은 둘째 치고, 이 사실이 은행연합회에 통보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사람은 당연히 새로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도 없고, 신용카드도 쓰기 어렵고, 기존 대출에 대한 일시상환 요구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쉽게 말해, 후불제 교통카드 쓰는 것도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는 피고에게 큰 경제적, 사회적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은 판결에 승소한 후에도 피고가 먼저 돈을 주지 않을 경우, 어떤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지를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