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분할과 유류분반환소송의 시한
가족 중에 누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남은 가족들은 돌아가신 분의 재산과 빚을 물려받습니다. 이를 상속이라고 하죠.
이때 재산과 빚을 남기고 돌아가신 분을 '피상속인', 이분으로부터 재산 또는 빚을 물려받는 사람을 '상속인'이라고 합니다.
이 상속이란 과정은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그 순간에 즉시 이루어집니다(사망신고일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골 토지가 여전히 아버지의 명의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적으로 이 재산은 상속인의 재산이 됩니다.
그런데 상속인이 여러 명일 때에 이 재산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일단 먼저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 순간에 일어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즉, 피상속인이 사망한 순간, 피상속인 명의의 재산은 상속인들의 공동재산이 되고, 피상속인의 빚은 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대로 나누어집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들의 공동재산(법률적으로는 '공유재산'이라고 합니다)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재산을 분배하는 절차는 따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이 자동으로 1/n으로 나누어진다거나 재산을 1/n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법은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피상속인 명의로 된 재산을 상속인들이 나누지 않으면 이 재산을 상속인들의 공유재산으로 계속 남아 있습니다. 이때 상속인들이 피상속인 명의의 재산을 분배하는 절차를 '상속재산분할'이라고 하죠.
그럼 이 상속재산분할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요?
답은, '언제든 할 수 있다'입니다.
피상속인이 돌아가신 직후에 해도 되고, 몇 년 지나서 해도 됩니다. 이 분할을 나중에 했다고 해서 벌금을 내거나 자동으로 분할되지도 않습니다.
민법
제1013조(협의에 의한 분할) ① 전조의 경우외에는 공동상속인은 언제든지 그 협의에 의하여 상속재산을 분할할 수 있다.
다만, 많은 분들이 6개월 안에 상속재산을 정리해야 한다고 알고 계신데, 민법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이 6개월이라는 시한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세 신고와 납부기간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상속세를 6개월 안에 처리하면 상속재산분할이 나중에 완료돼도 상관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재산을 원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습니다. 피상속인도 예외일 수는 없겠죠. 생전에 피상속인이 누구에게 재산을 주든, 그것은 오로지 피상속인의 자유입니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하더라도 부모가 다른 사람에게 재산을 주는 것을 법률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속법은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 중 일부를 상속인에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상속인이 누군가에게 재산을 지나치게 많이 주는 바람에 상속인들이 보장받아야 할 재산을 받지 못할 경우, 피상속인 사망 이후에 이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유류분'이라고 합니다.
'유류분'이란 법률용어가 일본식 한자말이라 어려운데, 쉽게 말해 상속인이라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도의 재산을 말합니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자녀라면, 그 자녀는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유류분으로 보장받습니다.
이 유류분반환은 이미 적법하고 유효하게 이루어진 증여 또는 유증(유언에 따른 재산 소유권 이전)의 효력을 취소하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30-40년 전에 이루어진 증여재산도 일부 반환될 수도 있습니다(1979. 1. 1. 이후에 있었던 증여라면).
이렇게 유류분반환제도가 이른바 '법적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속법은 이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제한을 두어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시간적 제한을 소멸시효라고 합니다.
민법
제1117조(소멸시효) 반환의 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
먼저 유류분반환청구는 10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해야 합니다. '상속이 개시한 때'라 함은, 피상속인의 사망일을 의미합니다. 즉,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더 이상 소송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단기소멸시효 1년입니다. 이 부분이 좀 어렵습니다.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인데, 이를 더 풀어쓰자면,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과 유류분 침해의 원인이 되는 증여 또는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 안 날로부터 1년이라는 뜻입니다.
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단기소멸시효는 몇 가지 예가 있어야 이해하기 쉽습니다.
아버님이 3년 전에 큰 형에게 큰 재산을 주었다는 사실은 당시 알았다고 해도 유류분소송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증여 사실을 안 지 1년이 지났어도 말이죠. 왜냐하면 아직 아버님이 돌아가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은 재산을 주신 분이 돌아가신 이후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이 3년 전에 큰 형에게 재산을 주시고 앞으로 20, 30년을 더 사신다고 해도 그 돌아가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송을 시작하면 되므로, 지금 단기소멸시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버님이 3년 전에 큰 형에게 큰 재산을 주었다는 사실을 당시 알았고, 아버님이 2023. 1. 5.에 돌아가셨다고 한다면, 상속개시 사실과 유류분 침해의 원인이 되는 증여 사실을 모두 안 것이므로, 상속개시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큰 형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2022. 10. 31.에 돌아가셨는데, 아버님이 3년 전에 큰 형에게 큰 재산을 주었다는 사실을 2023. 1. 5.에 알았다고 한다면, 역시 상속개시 사실과 유류분 침해의 원인의 되는 증여 사실을 모두 안 것이므로, 증여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큰형을 상대로 유류분소송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류분반환청구 소멸시효에서 주의할 점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고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두 가지 시효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면(또는 기간이 지나면), 다른 하나의 시효기간이 남아 있어도 소송을 할 수 없다는 점 알고 계셔야 합니다.
피상속인의 사망일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에 우연히 생전의 증여사실을 알았다고 한다면, 증여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았어도 유류분소송은 불가능합니다. 장기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이죠.
또한 피상속인의 사망사실과 증여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나버렸다면, 피상속인의 사망일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았어도 역시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단기소멸시효가 지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속에서 중요한 법적절차인 상속재산분할과 유류분반환청구의 시한을 알아봤습니다. 상속재산분할에는 기간 제한이 없지만 유류분반환청구권 행사기간에 제한이 있으므로 꼭 주의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