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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란

정당하지 않은 이득은 돌려줘야 할까

by 오경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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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 것이 아닙니다. 돌려주세요.”


살다 보면 이유 없이 손해를 보는 일, 억울한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손해가 다른 누군가에게 이익으로 돌아갔다면, 그 이익은 과연 정당한 걸까요?


오늘은 그런 상황에서 등장할 수 있는 법적 절차,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사례를 중심으로 개념을 이해하고, 이 소송이 필요한 경우는 어떤 때인지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부당이득, 쉽게 말해 '이치에 맞지 않는 이득'


‘부당’이라는 단어는 ‘도리에 어긋난다’, ‘정당하지 않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당이득’은 말 그대로, 도리에 어긋나는 이익, 즉 정당한 이유 없이 얻게 된 이익을 의미합니다.


법적으로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해 얻은 이익”**을 말하며, 이런 이득은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게 부당이득의 핵심입니다.




실제 사례 – 서윤 씨의 고민


대전에서 네일샵을 운영하는 **서윤 씨(40세)**는 지인들과 가볍게 시작한 화투놀이가 점차 도박으로 번지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빚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돈이 부족해지자 결국 친구 민정 씨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돈을 빌렸지만, 빚은 계속 불어나기만 했죠.


그러던 어느 날, 민정 씨는 돈을 갚을 수 없다면 서윤 씨 소유의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하자고 요구했습니다. 서윤 씨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과연 이 근저당이 정당한 것이냐는 점입니다. 아파트를 잃게 될 수도 있는 걸까요?


민법이 말하는 부당이득의 조건


민법 제741조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즉, 정당한 이유 없이 누군가가 타인의 재산을 통해 이득을 얻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손해를 보았다면, 그 이득은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입장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부당이득은 다음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성립합니다.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가?

그 이익으로 인해 누군가가 손해를 입었는가?

이익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가?

이익을 얻을 정당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가?

이 네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비로소 부당이득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불법은 아니어도 ‘부당’일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부당이득’이 꼭 불법적인 행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인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이 해지된 상태에서 임차인이 계속 점포를 사용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이는 불법은 아니더라도 부당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당한 비용 없이 이익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불법이 아니어도 법률상 근거가 없다면 부당이득이 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도박빚으로 생긴 계약은 유효할까?


서윤 씨처럼 도박으로 인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빌리고, 그 대가로 근저당 설정까지 하게 된 경우, 과연 그 계약은 유효할까요?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합니다. 즉, 도박으로 생긴 채무는 법적으로 무효이며, 이를 담보로 설정된 근저당 역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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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


서윤 씨는 민정 씨가 요구한 대로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했지만, 이것이 도박자금 담보라는 사실이 명확하다면 민법 제103조를 근거로 근저당 설정을 무효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즉, 서윤 씨는 다음과 같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죠.


“이 근저당 설정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무효 행위입니다. 따라서 등기를 말소해 주세요.”


물론 이런 소송은 서류상의 정리뿐만 아니라 입증 자료도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도박은 민사 외에 형사 책임도 따른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도박은 민사상의 책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형법상 도박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채무 자체는 무효가 될 수 있어도, 도박 행위에 대해선 별도의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셔야 합니다.


나도 부당이득 소송에 휘말릴 수 있을까?


사실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은 일상에서도 자주 발생합니다. 실수로 잘못 입금된 돈,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이용한 공간이나 장비, 혹은 유효하지 않은 계약으로 받은 보상금 등 다양한 사례에서 분쟁이 생깁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 어느 쪽이든 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소송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4가지


소송을 고민 중이라면, 다음 항목을 꼭 체크해보세요.

내가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가?

그 이익으로 누군가 손해를 보았는가?

이익과 손해는 연결되어 있는가?

그 이익을 얻을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가?


이 네 가지를 꼼꼼히 따져본 뒤, 감정이 아닌 이치와 사실에 따라 접근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 ‘억울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은 손해를 보면 누구나 억울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법은 감정이 아니라 논리와 요건으로 판단합니다. 억울함이 곧 법적 권리는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만약 지금 내가 손해를 봤다고 느끼거나,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는 낌새가 보인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해보세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명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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