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등록부 바로잡는 방법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설정이 있습니다. 바로 ‘출생의 비밀’. 너무 자주 나와서 이제는 진부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단박에 집중하게 만드는 특별한 무게감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가족'은 존재 자체의 근원이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모른 채 살아간다는 건, 단순한 정보 부족이 아니라 삶의 뿌리를 잃은 채 살아가는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단지 픽션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현실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오늘 소개할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은 그걸 바로잡기 위한 중요한 방법입니다.
광양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현 씨(가명). 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했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기억 속의 엄마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헌신적인 사람이었고, 정현 씨는 그런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부족함 없이 자랐습니다. 하지만 정현 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그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낯선 여성의 이름이 ‘모(母)’란 항목에 올라 있었고, 정현 씨는 오랫동안 그 사실을 외면하거나, 외워야만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치 않았습니다.
정현 씨가 태어나기 전, 그의 아버지에게는 이미 법적 아내와 두 자녀가 있었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새로운 가정을 꾸렸지만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시대였죠. 결국, 정현 씨의 출생신고는 법적 배우자의 이름을 어머니로 기재한 채 억지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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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씨는 평생을 두 어머니의 이름 사이에서 살아왔습니다. 공식 문서에 있는 이름과 진짜 그를 키운 사람 사이의 괴리를 감내해야 했던 거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최근 어머니는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어 인근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의사는 정현 씨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정현 씨에게 하나의 다짐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넘겼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라는 이름을 되돌려 드리고 싶어요.”
그는 곧장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알게 됩니다. 가족관계등록부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법적 신분의 근거라는 사실을요.
가족관계등록부는 단지 출생이나 혼인, 사망 등을 기재해놓은 기록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신분을 정의하는 법적 문서이자, 관계의 존재 여부를 법적으로 확정하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등록부에 누가 부모로 기재되어 있는지가 곧 법적으로 누가 나의 부모인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며, 이는 상속, 의료, 호적, 병역, 국적 등 수많은 법률적 판단의 전제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삭제하거나 새로 기재하려면 법원의 판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점 하나, 이름 하나 바꾸는 일조차 소송 없이 정정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현 씨처럼 등록부상의 부모와 실제 부모가 다를 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절차가 바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입니다. 이 소송은 말 그대로, 등록부상 부모와 자식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청구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실제 부모와는 ‘존재확인소송’**도 함께 진행하게 됩니다. ‘이 사람은 진짜 제 부모고, 등록부상 그분은 제 부모가 아닙니다.’ 이 두 가지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기존 잘못된 등록을 지우고, 새로운 부모를 등록하는 과정이 가능해집니다.
이 모든 소송에서 가장 핵심적인 증거는 유전자 감정 결과입니다. 즉, 등록부상 부모와는 친자관계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실제 생모 또는 생부와는 친자관계가 확실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만 합니다.
종종 “등록부상 어머니가 사망했는데 소송이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가능합니다. 이 경우 사망한 분과는 소송의 형식적 당사자가 될 수 없지만, 법적으로는 존재 여부만을 다루기 때문에 친어머니가 살아계시고, 유전자 감정이 가능하다면 소송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가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송은 ‘잘못된 부모를 지우는 소송’일 뿐, 새로운 부모를 등록하기 위해선 반드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소송’까지 함께 해야 전체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실제로 부존재 소송만 한 뒤 다시 존재 소송을 새로 진행해야 했던 의뢰인도 있었습니다. 소송 비용, 기간, 감정적 부담까지 두 배로 늘어난 셈이죠.
잘못된 등록부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단지 ‘정보 오류’가 아닙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정당한 법적 권리를
침해받는 사회적 소외의 구조이기도 합니다. 정현 씨의 사례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법적으로도 올바른 관계를 맺고 싶다면, 그 첫걸음은 법원 판결과 전문가 조력을 통한 등록부 정정입니다.
출생신고 당시 부모가 혼인 중이 아니었거나, 배우자와 다른 사람이 부모로 등록된 경우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필요한 친자소송을 준비 중인 경우
등록부상 부모가 사망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출생신고가 늦게 되었거나, 제3자가 부모로 기재된 경우
한 번 소송을 진행했지만, 등록부 정정이 완전히 되지 않은 경우
가족은 늘 함께 있었지만 법은 우리가 함께였다는 걸 몰랐습니다.
이제, 당신의 진짜 가족을 법적으로도 ‘가족’으로 만들어주세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소송은 결코 어렵지 않지만, 절대 가볍게 접근해서도 안 되는 절차입니다. 출생의 진실을 정리하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순간에 경험 많은 전문가와 함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