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후재산분할 “돈이 다리미라구요.”

― 영화보다 현실에서 더 치열한 부부의 재산이야기

by 오경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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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이 부부 사이를 결정짓는다는 말, 정말일까?


“돈이 다리미라구.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 줘.”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의 아내 ‘충숙’이 던진 대사인데요. 돈이 있으면 인성도 좋아진다는 냉소 섞인 농담이죠. 완전히 옳다고 보긴 어렵더라도 이 말에 나름 진실이 숨어있기도 하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돈이 많으면 걱정이 줄고, 걱정이 줄면 성격도 유해지는 사실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인간관계, 특히 부부관계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우니까요.




2. 부부 갈등의 근본에는 ‘경제적 불안’이 있다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갈등이 터지느냐, 봉합되느냐를 가르는 것은 ‘경제적 여유’일 때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여유가 있으면 싸움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화할 시간도 생깁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렵다면, 아이 학원비나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그야말로 먹고사는 데 집중하느라 서로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결국 대화는 미뤄지고, 갈등은 쌓이고, 관계는 서서히 틀어집니다. 경제적 여유는 갈등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게 해주지만, 빈곤은 그 시간조차 빼앗아 갑니다.




3. 이혼의 결정적 원인 ― 성격 차이보다 재산 문제


법률적으로 이혼 사유를 살펴보면 ‘배우자의 외도’나 ‘성격 차이’가 가장 많다고 하지만, 실무를 들여다보면 결국 대부분의 이혼은 재산 문제로 귀결되는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도로 시작된 싸움도, 결국 돈 문제에서 결판이 나곤 하죠. 재산 분할, 위자료, 양육비, 전세보증금, 부채 분담…. 부부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돈이 마지막 감정의 잔여물로 남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남편이 돈만 잘 벌면 바람도 용서할 것 같다”고 말하는 아내도 적지 않습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만큼 경제적 안정이 부부 관계의 핵심 요소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4. 이혼 후 재산분할이 중요한 이유


결혼을 할 때보다 이혼을 할 때 재산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결혼이 그저 시작의 문제라면, 이혼은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해야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혼 후에는 혼자 또는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주거비, 생활비, 교육비, 의료비… 이 모든 걸 감당하려면 재산분할을 통해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많은 의뢰인들이 '이혼이 두렵진 않은데, 이혼 후가 두렵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이혼후재산분할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이혼 후 인생의 출발선을 정하는 과정입니다.




5. ‘부부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의미


그렇다면 어떤 재산이 분할 대상이 될까요? 민법은 “부부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협력’의 의미인데요. 명의가 한쪽 배우자에게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만의 재산이 되는 건 아닙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부부 중 일방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라도, 실질적으로 부부의 공동 노력으로 형성·유지된 경우에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대법원 1993. 5. 11. 선고 93스6 판결 등)


여기서 말하는 ‘공동 노력’에는 당연히 배우자의 가사노동과 자녀양육도 포함됩니다. 즉, 전업주부라도 가정경제를 유지하고 자녀를 돌본 기여가 있다면 재산분할 청구가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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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상속·증여받은 재산도 분할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상속받은 재산은 제 것 아닙니까?”라고 묻습니다. 대체로 맞을 수 있는 말이긴 하나 반드시 그렇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처가 주로 마련한 자금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도 남편이 가사비용의 조달 등으로 그 유지·증가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 (대법원 2009. 6. 9. 선고 2008스111 판결)


즉, 배우자가 직접 상속받은 재산이라도 상대방이 관리·유지·보존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재산분할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7. 채무도 분할대상이 될까?


재산만큼이나 중요한 쟁점이 바로 부부의 채무인데요. 빚을 떠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연하죠. 그래서 누구의 빚을 함께 나눠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소송 중 큰 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봅니다.

“혼인 중 일상 가사와 관련된 채무는 청산 대상이 되고, 개인적인 채무는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다74900 판결)


다만 부부가 공동으로 부동산을 마련하며 생긴 대출·보증금 반환채무 등은 대체로 공동재산 형성과 관련된 채무로 보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8. 이혼후재산분할, 감정보다 전략이 먼저입니다


이혼 과정에서는 감정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감정이 앞서면 계산이 흐려집니다. 분노로 결정한 합의는 대부분 나중에 후회로 돌아옵니다. 이혼후재산분할은 감정의 싸움이 아니라 법적 전략의 싸움입니다. 누가 더 오래 참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히 계산하고 증거를 준비했는지가 결과를 결정합니다.




9. 상담 포인트 ― 이런 경우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배우자 명의의 부동산이 대부분인 경우

가정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지만 증빙이 부족한 경우

결혼 전 또는 중간에 증여·상속받은 재산이 있는 경우

배우자 명의의 채무가 공동생활과 관련된 것인지 애매한 경우

협의이혼을 앞두고 재산분할 합의서 초안을 작성해야 하는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초기 대응이 소송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10. 마무리 ― 돈은 감정을 왜곡시키지만, 법은 균형을 맞춥니다


부부가 함께한 시간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 희생, 그리고 수많은 감정이 쌓여 있게 마련입니다. 이혼후재산분할은 그 시간의 가치를 법의 언어로 환산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건데요.


“돈이 다리미라구요. 돈이 주름살을 쫙 펴 줘.”


영화 속 대사가 현실에서는 다르게 들립니다. 돈이 마음의 주름을 펴 주진 못하지만, 정당한 재산분할은 이혼 후 삶의 주름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는 사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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