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간호, 돌봄, 그리고 인정받지 못한 기여의 무게
민법상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서 상속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에게 더 많은 상속분을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가족 중 누군가가 피상속인을 위해 유난히 고생하고 헌신했다면, 그 공로만큼 상속을 더 받게 해주는 제도”라고 보면 되는 겁니다.
기여분은 우선 상속인들 간 협의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내가 더 고생했다”고 주장하고, 다른 누구는 “그건 가족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하기 때문입니다. 협의가 결렬되면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하고, 이때 진행되는 절차가 바로 상속기여분소송입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박정희 씨(68세, 가명)는 30년 전 남편과 재혼했습니다. 남편은 고령에 접어들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마지막 5년 동안은 요양병원 대신 집에서 간호를 받았습니다. 정희 씨는 남편 곁을 지키며 식사, 목욕, 약 복용 관리까지 직접 도맡았습니다. 그녀의 헌신은 가족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세상을 떠나기 전, 전체 재산 중 약 30%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증여하며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사망하자, 전처 사이 자녀들이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들은 “증여는 편법이고,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재산을 나누자”고 주장했습니다.
정희 씨는 억울했습니다.
“남편 곁을 지킨 건 나였는데, 그들은 장례식에서조차 얼굴도 안 보였어요.”
결국 정희 씨는 상속기여분소송을 통해 자신의 기여를 법적으로 인정받고자 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5년 동안 돌본 점을 고려해 기여분 50%를 인정해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은 실제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2014스44 사건)을 각색한 사례입니다. 재판부는 박정희 씨가 남편을 성심껏 간호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배우자로서 보통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상속분을 수정해야 할 만큼의 특별한 부양이나 재산 유지·증가 기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즉, 배우자의 돌봄과 간호가 아무리 헌신적이어도, 그것이 법정상속분을 조정할 만큼의 ‘특별한 기여’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결국 정희 씨의 기여분 주장은 기각되었습니다. 다만, 이미 남편으로부터 재산의 30%를 증여받았던 점(특별수익)이 기여의 대가로 어느 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상속기여분소송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피상속인을 돌본 기간과 강도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본인인지, 다른 가족인지)
상속재산의 규모 및 구성
이미 받은 증여나 특별수익의 존재
공동상속인 수 및 법정상속분의 비율
즉, 단순히 “간호를 오래 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여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정도의 특별한 기여’가 있어야만 기여분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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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법원이 기여분 인정에 매우 보수적이었습니다. 특히 배우자의 간호나 돌봄 같은 비재산적 기여는 “가족으로서 당연한 일”로 치부되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런 경향이 서서히 완화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 감각을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의 돌봄과 간호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그 자체로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에 실질적 기여가 될 수 있다.”
특히 배우자 기여분은 자녀나 형제보다 더 폭넓게 인정되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배우자의 헌신이 법적으로도
점점 더 존중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객관적 자료와 구체적 증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 치료비·간병비를 부담한 영수증, 계좌내역
병원 진료기록, 간호일지, 처방내역
간병인 고용 없이 직접 돌본 사실을 증명할 진술서
주변인의 확인서나 증언
이런 자료들이 “특별한 기여가 있었다”는 객관적 근거로 작용합니다. 또한 기여 기간, 재산 형성 경위, 다른 상속인의 기여 정도 등을 함께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여분소송은 단순히 “내가 더 고생했다”는 감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고생이 상속재산에 어떤 경제적·실질적 영향을 미쳤는가’를 법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증거가 흩어지고, 논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 진행하면 “가족으로서 당연한 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상속전문변호사와 함께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기여분 인정은 디테일의 싸움입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곁에서 지탱한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상속의 현실은 그 가치를 법의 언어로 증명해야 하는 세계입니다. 기여분은 단순히 “상속을 더 받기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 사람의 노고를 법이 대신 평가해주는 장치입니다.
가족의 돌봄과 희생은 보이지 않는 재산입니다. 상속기여분소송은 그 숨은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는 절차라는 사실 꼭 기억하시고 반드시 경험 많고 실력 갖춘 전문가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