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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변호사 Sep 05. 2024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쟁점

친생자소송 이후 절차가 필요한 경우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났다면 누구나 예외없이 출생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족관계등록부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다는 건 그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공적 증거가 없다는 뜻입니다.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지금이야 출생신고를 할 때 반드시 출생증명서라는 공적 신뢰가 담보된 문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2016년 이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우보증출생신고제도라는 게 있어서 (출생증명서 없이도) 성인 2명의 보증만으로 출생신고가 가능했던 겁니다. 실제로 친자관계에 아님에도 불구하고 친자식처럼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인우보증출생신고 제도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병원이 없거나 멀어 집에서 출산하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오랜 기간 유지됐으나, 영아유기나 불법 입양, 외국인 불법 국적 취득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문제가 있어 지난 2016년 폐지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주변에는 가족관계등록부상 기재와 실제 가족관계가 다른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요. 부모와 자식 관계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출생신고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 등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딸을 다섯이나 둔 장남 현우 씨는 아내가 또 딸을 낳았다는 소식에 당장 어머니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을 머리 싸맨 채 누워있던 어머니는 직업군인으로 생활이 그래도 안정적인 차남 현준 씨 자식으로 출생신고 하자고 했습니다. 현준 씨도 특별히 반대하지 않자 현우 씨는 어쩔 수 없이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현우 씨 막내딸 수인 씨는 작은아버지인 현준 씨 호적에 오른 채로 자랐습니다. 수인 씨는 물론 친부모 양육 아래 자랐습니다. 작은아버지 현준 씨 부부와는 일 년에 한두 번 명절 때만 인사하는 사이였습니다.

수인 씨는 그렇게 성인이 되었고, 결혼해 아이도 둘 낳았습니다. 그러던 중 현우 씨는 지병으로 건강이 부쩍 안 좋아졌습니다. 현우 씨는 당장 상속문제가 걱정이었습니다. 수인 씨 친부모인 현준 씨 부부는 이미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상태라 현우 씨 사망 후 수인 씨가 상속권을 주장할 경우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준 씨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이 가능한지 궁금해 전문가를 찾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예전에는 실제 가족관계와 다르게도 얼마든지 출생신고가 가능했습니다. 특히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데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과거에는 자기 필요에 따라 잘못된 출생신고가 자주 일어났던 게 우리의 아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게 특별히 문제라고 여기지도 않았던 게 사실이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왜곡된 가족관계등록부는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사례에서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기 위해서 현준 씨는 수인 씨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당사자들이 인정하다고 해서 가족관계등록부를 고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례와 같이 신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등록부정정에는 반드시 법원이 내린 판결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준 씨와 수인 씨 사이 유전자 검사(친자검사)가 필요합니다. 친자인지 여부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는 바로 유전자 검사 결과입니다.


친자관계의 판결에 의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절차 예규[가족관계등록예규 제300호]에 따르면 출생기록이 되어 있는 자녀가 ‘출생신고를 한’ 부 또는 모와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판결이 확정되면 그 가족관계등록부는 폐쇄됩니다. 즉 현준 씨가 소송을 제기해 수인 씨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수인 씨 가족관계등록부는 아예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등록부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남은 부모와의 양친자관계확인소송 등 제외)




사례에서 현준 씨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통해 수인 씨와의 관계를 끊어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적어도 유전자 검사 결과가 친자가 아니라고 나온다면 말이죠. 다만 이 사안에서 더 중요한 건 소송 이후의 절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인 씨가 다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로 창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인 씨는 현준 씨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이후 절차에 대한 문제까지 미리 논의해두는 게 필요할 겁니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으로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되고도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있다가 뒤늦게 법률사무소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친생자 소송은 미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좋습니다. 쟁점이 많은 소송이라고 보긴 어려워도 직접 진행해보지 않으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되는 소송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절차 전반에 관해 완벽히 파악할 수 있어야만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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