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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변호사 Sep 06. 2024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과정에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

특별수익과 기여분이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에 미치는 영향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생각이 있습니다. 한번 굳어진 생각은 웬만해선  바꾸기 어렵죠.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는 더합니다. 구성원 수가 많은 집단일수록 대화가 어렵고 합의가 더딘 건 그래서입니다.  가족이라고 달라지지는 건 아닙니다. 되려 더 힘들 때가 많습니다. 굳어진 생각 차이에 세월이 지나며 쌓인 감정까지 더해지면  남들보다 못해지기도 합니다. 상속재산을 두고 많은 가족이 다투는 건 매우 익숙한 풍경이 돼버렸습니다.

     

상속인  전원이 합의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라는 소송으로 번집니다. 이미 굳어진 생각을 누구도 양보하지  않아서입니다. 누군가 과한 욕심을 부리기도 합니다.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수 있는 상속인들 마음조차 닫아버리고 사태를  악화시킵니다. 물론 그런 사람일 수록 자기 욕심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죠.


   



아버지가  남긴 상속재산 50억을 두고 정화 씨를 포함한 4형제는 끝내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소송에 돌입했습니다. 명백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던 형은  연락을 끊고 말았고, 형 쪽에 섰던 누나도 더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형과 누나는  동생들에 비해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장남은 장남이라 기죽으면 안 되고, 장녀는 장녀라서 잘 되어야 이유였습니다. 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박사과정에 외국 유학까지 형과 누나는 하고 싶은 건 다 누리고 살았습니다. 결혼비용도 정화 씨와 동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장남과 장녀는 오히려 자신들이 재산을 더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1년여를 두 사람이 번갈아 아버지를 모셨다는 이유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습니다. 모신 대가로 치자면 결혼  전까지 줄곧 함께 살며 부모님을 돌본 정화 씨가 더 받아야 마땅했습니다.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과정에서 법원은 상속인들이 처한 상황에 맞춰 상속분을 새롭게 정합니다. 당사자들 주장이 모두 다르니 누구 말이 더 맞는지를 판단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상속재산을 나누는 건데요.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롭게 정해진 상속분을 구체적 상속분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상황을 참작해 정한 상속분으로, ‘법정’상속분을 수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구체적 상속분을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로 기여분과 특별수익이 있습니다. 기여분이란 피상속인을 부양하는 데 혹은 상속재산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이바지한 상속인에게 그 공로로 인정하는 추가상속분을 말합니다. 기여분으로 인정된 비율만큼은 상속재산에서 제일 먼저 떼어내 기여자에게 줍니다. 그리고 나머지를 기준으로 분할이 시작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10억인데 기여분이 50%라면 일단 5억을 기여자에게 주고 남은 5억이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겁니다.


특별수익이란 상속인 중 일부가 생전증여로 받은 재산을 말합니다. 그 재산은 (증여가 없었다면) 모두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되었을 겁니다. 상속으로 받았을 재산을 미리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겠죠. 특별수익이 있으면 당연히 그만큼은 (자기가 받을) 상속분에서 빼는 게 맞습니다. 공평하게 나눠야 할 재산을 혼자 가져갔으니까요.




상속인들이 상속재산분할에 협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여분과 특별수익에 관해 생각이 달라서일 때가 많습니다. 장남과 장녀는 특별수익은 부정하되, 기여분은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정화 씨와 동생은 반대죠. 형이나 누나가 받은 특별수익은 최대한 인정하고 기여분은 부정해야 합니다. 정화 씨는 오히려 본인이 부모님을 부양한 부분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하죠.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기여가 ‘특별’해야 합니다. 자식이라면 누구에게나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저 정도까지는 쉽지 않겠구나’ 정도는 돼야 합니다. 누가 봐도 특별한 이바지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쉽게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사례에서 장남과 장녀가 주장하는 기여분은 인정받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혹시 인정받는다고 해도 그 정도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죠.  1년 정도, 그것도 두 사람이 번갈아 부모님을 돌본 정도를 특별하다고 여겨 상속분을 더 인정하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같은 선상에서 정화 씨 역시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는 정황만으로는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려울 겁니다.




기여분을 얼마나 인정받느냐,  특별수익을 얼마나 찾아내느냐에 따라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소송 전략이 소송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다른 어떤  소송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경험 많은 전문가 도움을 받아 가장 필요한 전략으로 소송에 임해야 합니다. 반드시 해야 할  주장을,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재판부에 전달하는 일이 소송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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