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 유류분, 유류분권 상실선고, 기여분과 유류분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4월 25일 민법 유류분 조항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랜 기간 유류분 조항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려온 헌법재판소가 기존의 태도를 바꾼 건데요. 이 결정에 따라 민법상 유류분 제도는 크나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고, 상속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유류분위헌 결정이 유류분 제도 전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걸 뜻하진 않습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유류분 제도 자체가 아닌, 유류분에 관한 여러 조항 중 일부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럼 헌법재판소 결정의 쟁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형제자매에게 인정되었던 유류분권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단순위헌은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으로 해당 조항은 앞으로 효력을 잃게 됩니다. 피상속인(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사람)에게 보장된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형제자매들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건 과하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동안 유류분 제도에 관한 여러 논의 중 형제자매 부분은 거의 이견이 없었던 점이 이번 결정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결정으로 형제자매들은 자신들의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 결정 전에 이미 내려진 판결에 효력에는 아무 영향이 없으므로 판결을 통해 유류분을 인정받은 형제자매들이 반환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면(형제자매로서 유류분을 청구하고 있다면) 어차피 결과는 뻔하므로 소취하를 하셔야겠죠.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송파구에 살던 규호 씨(43세, 운수업)는 오랜 기간 암으로 투병하다 1년 전 사망했습니다. 평생 미혼으로 지내온 규호 씨는 모든 재산을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 기부한다는 내용으로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누나와 형은 교회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사례에서 규호 씨 누나와 형에게는 어떤 선택권도 없습니다.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위헌 결정이 나오기 전이었다면 누나와 형은 법정상속분의 1/3만큼을 유류분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인해 형제자매에게 보장된 유류분권이 부정된 만큼 누나와 형은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할 실익이 없게 된 겁니다. 어차피 청구는 기각될 것이므로 하루속히 소를 취하하는 게 좋습니다.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권이 부정되기는 했으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류분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은 아닙니다. 유류분 제도의 입법목적인 상속인들의 생계유지는 피상속인의 재산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만한 근거가 되며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유류분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는 점이나, 유류분권 상실 조항을 두지 않은 점 등은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으므로 입법을 통해 개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유류분 제도는 상속인이기만 하면 어떤 예외도 없이 유류분을 인정받게 해두었습니다. (물론 신의칙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있기는 하나 실무적으로 거의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없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피상속인을 부양하거나 그 재산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상속인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피상속인을 적극적으로 유기하는 등 상속인으로서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이 인정되는 점도 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과연 피상속인 뜻에 반해가면서까지 이들에게 유류분을 보장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요.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예인 사망 사건을 기억하실텐데요. 어린 자식들을 버리고 평생 한 번도 찾지 않던 친모가 딸이 사망하자 소송을 제기, 적지 않은 유류분을 받아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죠. 과연 죽은 딸이 이 광경을 본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친모의 유류분권은 정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보장되는게 맞을까요. 유류분권 상실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유류분권 상실을 포함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요. 상속인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에 대한 패륜행위를 저지르는 등의 일정 요건이 충족된 경우 피상속인은 유언으로써 유류분 상실의사를 표시하고 그에 따라 가정법원이 유류분 상실 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유언이 없더라도 유류분반환청구를 받은 사람 등은 가정법원에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을 상실시켜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하며, 기여분을 상속재산에서 배제하는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여 피상속인과 기여분을 증여받은 사람의 재산권을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그 제안 배경입니다.
유류분위헌 판결로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고 쟁점이 많은 유류분 소송이 더욱 더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송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인데요. 앞으로는 유류분 소송에서도 기여분이 중요 쟁점을 다뤄질 것이고, 상속인에 대한 악의적 유기 여부를 두고도 첨예하게 다투게 될 것입니다. 유류분 소송에 대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전문가 도움이 다른 어떤 소송보다 중요해진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최선을 결과를 얻으려면 최고의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 잊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