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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변호사 Oct 06. 2024

인지청구권, 인지청구의 소 꼭 필요합니다

혼외자가 친아버지 상속인이 되려면

혼외자란 혼인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가리키는 말로 혼인 바깥(外)에서 태어났다는 뜻입니다. 혼외자에 대한 출생신고 의무는 원칙적으로 어머니에게 있는데요. 이는 부모가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대외적으로 자녀와 연결고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부러 둘 사이를 연결하는 별도 과정 없이는 말입니다. 어머니와 자녀 사이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실만으로 친자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만, 아버지와 자녀 사이는 다릅니다. 혼외자를 아버지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지’라는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인지에는 임의인지와 강제인지(인지청구의 소, 인지청구권)가 있습니다.




     

경태 씨(25세, 공무원)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혼인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양쪽 집안 허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부모님이 헤어지면서 경태 씨는 어머니 출생신고로 지금까지 아버지 없이 자랐는데요. 경태 씨는 얼마 전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경태 씨는 이제라도 아버지를 찾고 싶었습니다. 자신에게도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버지 이름을 올림으로써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비록 만날 수는 없지만 그렇게나마 서러웠던 지난 세월을 보상받고 싶었던 겁니다.



사례에서 경태 씨와 같이 혼인외 출생자를 어머니가 출생신고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혼외자와 친아버지 사이가 법적 친부모 사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 둘 사이 법률상 친자관계를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인지신고를 해야 합니다. 태어난 아이가 자기 자식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절차죠. 이를 임의인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친아버지가 인지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 어떨까요. 이때는 강제로 인지하게 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 수단이 바로 인지청구소송(인지청구권)입니다.     





민법

제855조(인지) ① 혼인외의 출생자는 그 생부나 생모가 이를 인지할 수 있다. 부모의 혼인이 무효인 대에는 출생자는 혼인외의 출생자로 본다.

② 혼인외의 출생자는 그 부모가 혼인한 때에는 그때로부터 혼인 중의 출생자로 본다.


제863조(인지청구의 소) 자와 그 직계비속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부 또는 모를 상대로 하여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864조(부모의 사망과 인지청구의 소) 제862조 및 제863조의 경우에 부 또는 모가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내에 검사를 상대로 하여 인지에 대한 이의 또는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민법 제864조에 따라 자녀는 부모가 사망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요. 다만 여기서 '안 날'의 의미에 관해 대법원은 청구인이 자녀일 때에는 나이나 능력 여하를 불문하는 것이 아니고, 사망 사실을 알고서 인지 청구 등 자기의 신분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있는 자가 사망 사실을 안 때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태도입니다. (대법원 1977. 6. 24. 선고 77므7 판결) 자녀가 아직 너무 어린 시기에는 아버지 사망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제척기간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봐야 하는 겁니다.  





사례에서 경태 씨는 이미 아버지가 사망했으므로 검사를 상대로 (아버지 사망 당시 최후주소지 관할 법원에)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 인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인지 확정판결을 받으면 경태 씨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버지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인지의 효력이 출생 시로 소급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비록 친아버지로 인정받은 건 나중이지만 이미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 자식으로 인정받는다는 말이고, 이는 곧 자식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인지청구의 소를 통해 인지된 자녀는 당연히 상속인 지위도 얻게 됩니다. 사례에서 경태 씨 역시 아버지의 상속인이 됩니다. 그러나 만약 인지 당시에 이미 상속이 개시된 때에는 (그래서 상속재산분할이 이미 끝난 때에는)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분 가액지급청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자기 상속분만큼을 현금으로만 요구할 수 있는 겁니다. 경태 씨는 상황에 따라 상속재산분할 과정에 참여할 수도, 상속분 가액지급을 청구할 수도 있겠죠. 아버지가 이미 사망한 상황이라면 인지청구권 행사뿐만 아니라 상속분 확보를 위한 후속절차 역시 매우 까다롭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 소송에 필요한 사항을 미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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