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분할 과정에서 꼭 기억해야 할 쟁점
부모님이 남긴 재산은 보통은 자식들이 이어받게 되는데요. 이 과정을 우리는 상속이라고 합니다. 상속재산을 나누는 일, 즉 상속재산분할은 때로 쉽지 않습니다. 상속인마다 입장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인들 모두가 뜻을 모아야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재산을 남기는 사람이 유언을 통해 나누는 방법을 지정했다면 그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상속인들은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갈등이 생길 여지가 크다는 말입니다.
상속인들이 만약 재산 나누는 데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 소송을 해야 합니다. 당사자들만으로는 상속재산을 나눌 수 없으니 강제력을 지닌 법원에 도움을 구하는 겁니다. 물론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협의 기회를 노려볼 수도 있으나, 가족들 사이 분쟁은 대개 오랜 감정과 연결되어 그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면 곧바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속재산분할 소송이 시작되면 법원은 상속인들에게 돌아갈 구체적 상속분을 정하게 되는데요. 이는 법정상속분(체적인 상황을 따지지 않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무조건 정해진 몫)과 비교되는 개념으로 재산 받을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꼼꼼히 따지고 확인한 후 새롭게 정한 상속분을 말합니다. 많이 가져갈 자격 있는 사람에게는 더 주고, 이미 가져간 재산이 많은 이에게는 그만큼 덜 주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아들은 아버지를 오랜 기간 모시며 고생했는데 딸은 일 년에 한 번 얼굴 내미는 게 전부였다고 해보죠. 꼭 대가를 바라진 않았더라도 아들로서는 딸과 똑같은 몫으로 재산을 나누는 건 억울할 겁니다. 부모님 역시 평소 아들에게 재산을 더 주려 했다면 더욱 그렇겠죠. 이런 상황은 반드시 소송을 통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겁니다.
승구 씨(51세, 자영업)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벌써 몇 달째 누나와 재산 다툼을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이젠 지칠 대로 지쳐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승구 씨는 아버지 뜻을 지키는 길이라 믿고 버텨내는 중이었습니다. 누나는 아버지로부터 엄청난 혜택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해외 유학을 거쳐 한국에서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중인데 그 사업 밑천은 모두 아버지가 지원해줬습니다. 결혼할 때도 적지 않은 현금과 아파트를 받았습니다. 이와 달리 승구 씨는 줄곧 부모님을 모시며 가업을 도왔습니다. 늦은 결혼 후에도 함께 살며 아버지와 함께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먼저 돌아가신 어머님 병간호를 맡은 이도 승구 씨 부부였습니다. 아버지는 평소 본인 재산은 전부 아들에게 주겠다는 뜻을 자주 밝혔습니다.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의식을 잃지 않으셨다면 자필 유언이라도 반드시 남기셨을 게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누나는 법정상속분을 고집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업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아버지에게 미리 받은 재산도 대부분 현금이었다는 점, 아파트도 매수자가 누나였다는 점을 악용하는 듯했습니다. 아버지 평소 뜻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인정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승구 씨는 더는 누나와 얘기가 어렵다고 여겼고,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재산 받을 사람들이 뜻을 모으지 못하면 선택지는 하나뿐입니다. 바로 소송입니다. 상속재산을 언제까지나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어차피 거쳐야 할 절차라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안 될 일을 굳이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소송과정에서 법원은 상속인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따집니다. 어떻게 하면 재산을 공평하게 나눌지 법원이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연합니다. 재산을 남긴 사람에게 평소 잘했거나(기여분), 피상속인으로부터 이미 많은 재산을 받아갔다면(특별수익) 이런 요소는 당연히 상속재산을 나누는 데 참작해야 합니다. 함께 나눌 빵을 먼저 먹은 사람이 남은 몫을 적게 먹는 건 너무나 당연하니까요.
사례에서 승구 씨는 기여분과 특별수익을 모두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기여분이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을 형성하는 데 특별히 이바지한 이에게 그 공로를 인정해 미리 떼어주는 상속재산을 말합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정도 희생이라면 이를 인정해주겠다는 취지이므로, 자식이 부모를 모신 정도만으로는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승구 씨에게 기여분이 얼마나 인정될지 알 수 없으나 충분히 주장해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누나가 미리 받은 유학비용과 사업자금 등은 모두 특별수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누나가 미리 받지 않았다면 승환 씨와 함께 나눴어야 할 재산이죠. 다만 이를 증명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는 구매자 명의가 누나이므로 자금 추적 등을 통해 실제 돈을 댄 사람이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밝혀내야만 특별수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많이 수행해본 전문가로서 말씀드리자면 가만히 앉아서 말로만 주장해서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상속재산분할을 두고 가족들과 벌이는 싸움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오랜 기간 쌓이고 얽힌 감정 부분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송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쪽은 인연을 끊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나중’ 일입니다. 앞날이 두려워 내 권리를 먼저 양보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양보는 권리를 확실히 보장받은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힘든 여정을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버티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그들이 지닌 소송 비법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소송 결과가 달려있다는 점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