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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 호적 바로잡기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 바로잡으려면

by 오경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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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


우리 주변에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어머니와 실제 어머니가 달라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실제 신분 관계와 이를 기록하는 공적장부인 가족관계등록부가 달라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그중 가장 많은 경우는 아버지가 혼인 관계를 미처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입니다. 법적으로 이미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았으니 출생 신고를 위해서는 아이 엄마를 그 배우자로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혼외자로 기록하는 등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처리 과정이 번거롭다 보니 편한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 진영 씨 사례


대림동에서 과일 도매상을 운영하는 진영 씨(가명, 44세)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최근 들어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신 데다 진영 씨 역시 더 늦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진영 씨 아버지는 집에서 맺어준 짝과 결혼했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혼인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1년 만에 집을 나온 아버지는 결혼 전 연인이었던 진영 씨 친어머니에게 돌아갔습니다.


아버지 법률상 배우자는 이혼에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배우자 친정아버지 반대가 극심해 돌아갈 곳조차 없는 데다 이미 아이까지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자에게 이혼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소박맞아’ 친정으로 돌아오는 딸은 집안 망신이었습니다. 진영 씨가 태어난 후로도 한동안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하던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 법률상 배우자를 어머니로 출생 신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영 씨에게는 두 사람의 어머니가 있었던 겁니다. 물론 호적상 어머니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요.


정리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으나 딱히 불편한 점이 없는 데다 먹고 사는 일에 바빠 미루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건강이 안 좋아지신 어머니가 어떻게든 당신 생전에 바로잡고 싶다 하니 진영 씨도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한 번도 자식을 가지지 못한 어머니 소원을 늦게나마 들어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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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송의 필요성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기 위해 진영 씨가 해야 할 소송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입니다. 호적상 모(가짜 어머니)와 진영 씨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즉 ‘부존재’한다는 소송입니다. 그리고 생모(진짜 어머니)와 진영 씨 사이에는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는 ‘존재’ 소송을 벌이는 겁니다. 소송을 두 개나 진행해야 한다니 갑자기 답답해지셨나요. 너무 복잡하다는 생각도 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두 가지 절차는 한 소송을 통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두 소송을 별개 법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안내하기도 한다는 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가족관계등록부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신분 관계 기록하는 공적 장부입니다. 신분 관계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기도 하죠. 모두가 기준으로 삼는 문서를 아무나 쉽게 고칠 수 있다면 곤란할 겁니다. 글자 하나를 바꿔도 반드시 법원 판단을 받게 만든 건 그래서입니다. ‘부존재’와 ‘존재’ 두 가지 소송이 필요한 이유도 같습니다. 가족관계등록부에서 호적상 모를 지우기 위한 근거로서 ‘부존재’ 소송이, 생모를 기록하기 위한 근거로서 ‘존재’ 소송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등록부를 수정하는 행위 하나마다 그 근거가 필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4. 소송에서 중요한 요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전자 검사 결과입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맞는지를 가늠하는 데 이보다 확실한 근거는 없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있으면 그만큼 소송은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유전자 검사가 어려운 경우인데요.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가 대표적이겠죠. 이때는 전문가와 상의해 간접적인 방법, 예를 들면 주변 친지들과의 ‘동일 모계’ 혹은 ‘동일 부계’ 검사를 받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족 구성원 규모에 따라 구체적인 검사 방법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나 유전자 검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좋습니다.


이 소송에서 또 한 가지 주의할 쟁점이 있는데요. 바로 (혼외자를 낳을 당시) 친모가 혼인 상태였는지 여부입니다. 즉 친어머니가 진선 씨를 낳을 때 법적으로 남편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만약 어머니에게 정리되지 않은 배우자가 있었다면 소송은 조금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844조에 따라 진선 씨에게 그 배우자 자녀라는 친생추정이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추가로 친생부인의 소나 친생자관계 부존재


5.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이유


소송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만 낭패를 겪지 않습니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은 보통 쟁점이 많은 소송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단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쟁점이 문제가 된 경우에는 그 해결이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여러 소송을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지 않았다면 자칫 소송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변호사가 만능일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전문가 조언을 들어야만 합니다. 비용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소중한 시간을 아끼는 길, 그리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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