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파탄에 책임있는 배우자도 재산분할 청구할 수 있나

유책배우자 재산분할심판 청구 가능성

by 오경수 변호사
3dDkqwH7PB.png


혼인 관계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를 유책배우자라고 합니다. 보통 가정폭력이나 외도 행위로 가정의 존립을 흔들고 계속 유지할 수 없게 만든 사람을 가리키는데요. 그렇다면 이처럼 가정이 깨지는 데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도 이혼 과정에서 자기 몫의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이혼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이혼을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게 부당하진 않을까요.


강동구에 사는 현진 씨(35세, 건축업)는 아내와 이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1년 전 현진 씨는 회사 직원과 바람을 피우다 아내에게 들통나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이혼은 절대 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1남 1녀 아이들에게 절대 이혼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그렇다고 현진 씨를 용서할 생각도, 현진 씨와 결혼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싶어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현진 씨도 많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아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진 씨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회사 직원과의 관계도 모두 정리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현진 씨와 대화조차 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현진 씨는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인 현진 씨는 이혼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 즉, 외도 등으로 혼인이 파탄나는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혼인관계를 망가뜨린 당사자에게 이혼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도덕 관념에 맞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위 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기도 합니다. 유책배우자의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상대에 대한 복수심만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 또는 부부 모두의 책임이 비슷하거나 경중을 가리기 어려운 경우 등입니다.


사례에서 아내는 현진 씨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해보입니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현진 씨의 사과를 받아주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누가봐도 상대에 대한 복수심만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아마도 현진 씨는 (유책배우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이혼에까지 이를 수도 있을 겁니다.


https://www.youtube.com/@%EC%98%A4%EB%B3%80%EC%9D%98%EB%B2%95%EB%A5%A0%ED%8F%AC%EC%BB%A4%EC%8A%A4




그러나 유책배우자이더라도 재산분할까지 청구 못하는 건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한 공동재산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비록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라도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합니다. 혼인 파탄 책임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받더라도 유책배우자는 위자료 청구는 할 수 없습니다.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말합니다. 혼인을 망가뜨린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인정하는 건 사실 말이 안 될 겁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유책배우자는 비록 이혼청구를 할 수는 없지만 재산분할청구권까지 제한받는 건 아닙니다. 다만 실제 재산분할과정은 이혼소송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유책배우자의 경우 아무래도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규모까지 따져야 하므로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미리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상대방 입장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사상속_번호배너3.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친생추정 개념과 친생부인의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