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근거없는 이득, 무조건 반환해야 할까
부당(不當)이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는 뜻인데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았을 때, 혹은 그런 상황을 우리는 부당하다고 표현합니다. 그런 뜻에서 보자면 오늘 알아보고자 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말하는 ‘부당이득’이란 ‘이치에 맞지 않는 이득’ 정도 뜻이 될 겁니다. 도리에 어긋나는 이익, 정당하지 못한 이익이라는 말입니다. 좀 유식한 표현으로 바꿔보자면 ‘법률상 근거 없는’ 이익이라고 할 수 있겠죠. 누군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손해를 보고, 그 손해가 누군가에게 이익이 됐을 때 그 이익은 ‘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정당하지 못한 이익을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하고요. 그것이 이치(理致: 사물에 정해진 조리, 도리)에 맞는 일이니까요.
대전에서 네일샵을 운영하는 정희 씨(가명, 40세)는 친구들과 취미 삼아 시작한 화투로 최근 빚까지 지게 됐습니다. 결국 친구에게 차용증까지 써주고 돈을 빌렸으나 빚 규모는 점점 커지기만 했습니다. 친구는 빌린 돈을 당장 갚을 수 없으면 정희 씨 소유 아파트에 근저당이라도 설정해달라고 했습니다. 정희 씨는 친구가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하면 정희 씨는 아파트를 잃게 될 수도 있을까요.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정당한 근거 없이 다른 사람 재산으로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둔 규정인데요. 부당하게 이익은 반드시 본인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한 거죠. 이러한 소송을 우리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라고 합니다. 부당이득은 다음 조건이 충족되면 성립합니다.
먼저 다른 사람 재산이나 노무(노동과 일)로 인해 이익을 얻은 사실이 있어야 합니다. 부당하게 얻은 이득이라고 하려면 당연히 먼저 ‘이득’이 전제되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득으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생겼어야 합니다. 이득은 있어도 손해가 없다면 법적으로 전혀 문제 될 일이 없습니다. 손해 본 사람이 없으면 돌려줄 그 이득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음으로 이익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요.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봐도 좋습니다. 이익이 직접적인 이유가 되어 손해가 생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둘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다면, 즉 이익과 손해가 각각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거라면 이 역시 문제 삼을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누군가 얻은 이익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얻은 이익에 법률상 합당한 근거가 없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익을 얻을 만한 자격이나 이유가 없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당연합니다. 받을 만해서 받은 이익을 누가 문제 삼을 수는 있을까요. 누군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받을 근거가 있었다면 이를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 모든 이익은 곧 손해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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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는데요. 법률상 원인 없다는 말이 반드시 ‘불법적’인 행위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임대 계약을 맺고 커피메이커를 사용하면서 비용을 연체하고 있다면 그 기계를 이용해서 얻는 이익이 곧 부당이득이 되는 이치입니다. 불법은 아니어도 부당일 수는 있다는 말입니다. 정당한 비용을 내지 않고 얻은 이익이니까요.
그러나 사례처럼 도박으로 잃은 돈을 갚기로 하는 계약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로서 무효입니다. 도박자금으로 돈을 빌리고 차용증서를 작성했더라도 법적 책임이 없다는 말입니다. 만약 친구가 정희 씨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노름빚은 갚을 수 없다고 항변하면 됩니다. 문제는 정희 씨는 어쨌든 ‘이득’을 얻었고, 이것이 ‘부당이득’으로 돌려주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판례(1995. 8. 11. 선고 94다54108 판결)에 따르면 민법 제746조가 불법 원인으로 인해 재산을 주거나 노무를 제공했을 때 그 이익을 반환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이유는 (부당이득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법적 보호를 거절함으로써 소극적으로 법적 정의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민법에서 말하는 이익에는 사실상의 이익도 포함되긴 하나, 이는 재산상 가치가 있는 ‘종국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만약 그것이 ‘종속적’인 것에 불과하여 그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경매 등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면 이는 민법이 말하는 이득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희 씨는 (친구를 상대로) 근저당 등기가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임을 주장하여 말소해달라는 소송을 청구해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도박은 민사상 배상 문제와는 별개로 형사적으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혹시 내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혹은 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은 없는지 판단하려면 위에서 밝힌 네 가지 요건을 자세히 살펴야 합니다. 부당이득 소송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소송입니다. 누군가가 얻는 이득은 늘 반대편이 받는 손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손해를 당하면 ‘부당’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과연 돌려주어야 하는, 혹은 돌려받을 수 있는 손해인지는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소송을 준비 중이라면 소송에 앞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막연한 생각이나 감정만으로 소송을 시작하는 건 무모한 일이란 사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