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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우화 Nov 13. 2024

방심은 금물

노화

알고 싶지 않은 걸 알아버렸다.


예배를 보다 무심결에 침을 꼴깍 삼켰다. 원래 침은 무심결에 삼키는 것인데도 침이 넘어가는 순간 식도가 아닌 곳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곧 토하듯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예배에 방해될까 숨죽여 기침한다고 꺼억꺼억 숨이 넘어가고 의자밑으로 숙인 얼굴로 피가 한껏 몰렸다. 지금까지 겪었던 사레 중 가장 경악스럽고 충격적이었다.

침으로도 사레가 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니 달갑지 않았다.


요즘 들어 남편은 웃다가 사레들리는 일이 잦다. 기침하는 모습이 어찌나 격렬하고 소리가 우렁찬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안쓰럽기도 했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대체 왜 저러는지, 사레들리지 않게 웃을 수는 없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침으로 사레가 들린 후 알게 되었다. 몸의 기관들은 점점 느슨해져 방심하는 순간 사레가 들리고 음식물은 자주 흘리게 되고 요의를 오래 참지 못하게 되는 거였다.

 그렇게  남편은 웃을 때 무장해제 되면서 자연스레 사레를 동반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웃기지도 말아야겠다.


예배가 끝난 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나의 제보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이 먹으면 그런다고, 남편은 너도 이제 나이 먹었다고, 꽤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소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그가 웃다가 미친 듯이 기침해도 긍휼히 감싸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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