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삐딱한 아들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더욱 삐딱하게 기울고 눈도 삐딱하고 입도 삐딱하다. 하…
어랏? 가만 보니 아들의 안경이 삐딱하게 사선으로 기울어져있다.
안경다리에 문제가 생겼는지 왼쪽 렌즈가 눈에 더 가깝고 오른쪽 다리는 귀에서 1센티는 올라간 듯 보인다.
저러고도 말을 않다니… 아들답다.
본인이 굳이 말하지 않으니 그냥 둘까 하다가 시력이 더 떨어질까 싶어 새로 해줘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최근에 케냐에도 안경점이 많이 생겼다.
지나가다 보면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안경 쓴 사람들도 예전에는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꽤 보인다.
안경점을 지나칠 때마다 내가 했던 생각은 ‘과연, 잘할까?‘ 였다.
아프리카라는 선입견인지 아니면 다양한 에피소드를 많이 들어서인지 몸이나 건강과 관련한 분야에서 내가 디폴트값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그래도 대안이 없으니 ‘OPTICA’라는 안경 체인점에 갔다.
집 앞이라 남편이 아들과 먼저 가서 검사를 한 후 남편 스케줄이 생겨 내가 아이와 다시 가서 안경테를 골랐다.
안경이 준비되면 연락을 주기로 하고 테와 렌즈까지 해서 거의 30만 원가량의 돈을 결제했다.
그런데 2주가 걸린다던 안경을 오늘 아침에 찾으러 오라는 문자가 왔다.
웬일로 하루 만에 준비됐나 싶어 한걸음에 달려가 안경을 써보니 뱅뱅이 안경이 아닌가?
아이에게 무겁지 않냐고 했더니 무겁고 어지럽다고 한다.
알고 보니 렌즈를 압축하지 않아 무겁고 두꺼웠던 것이다.
이것은 도저히 쓸 수 없었다.
왜 이렇게 했냐고 직원에게 물었더니 이미 남편에게 설명했고 동의한 내용이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우선 직원에게 압축을 하게 되면 얼마의 비용을 더 내야 하는지 물었고 약 25만 원 정도의 금액을 더 내야 했다.
난감했으나 압축은 불가피했다.
어차피 2주가 걸리니 여행 후 압축할 생각으로 안경원을 나오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상황 설명을 했더니 직원에게서 압축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고 그저 2주가 걸린다는 얘기만 들었던 남편은 여행을 갈 예정이기 때문에 더 빨리 받을 수는 없냐고 물었다고 한다.
나의 얘기를 다 들은 남편은 당장 갈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진이 빠진 나는 집으로 돌아오고 남편과 아들은 다시 안경점으로 갔다.
그러나 금방 올 줄 알았던 남편은 한 시간이 다 되도록 오지를 않았고 전화를 걸었더니 압축 비용이 35만 원이 나와서 할인해 달라고 얘기 중이라고 한다.
그새 십만 원이 올랐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것저것 옵션을 넣어서 그랬다고는 하는데, 안경 마진이 제일 크다는 얘기를 들었던 나는 도대체 얼마나 눈탱이를 맞은 것인가 싶었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직원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약 십만 원을 깎아줬다고 한다.
그는 한 삼만 원 정도 기대했는데 많이 깎아줬다고 내심 기뻐하는 눈치다.
보아하니 처음 만들었던 렌즈 가격을 깎아준 것 같다.
말도 안 통하는 데다 내 생각대로(당연히 압축이 되겠지 하는 생각 같은 것들) 상대방도 생각하겠거니 하고 살다 보니 돈도 시간도 많이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