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보통 저녁 시간은 유튜브로 만화를 보거나 예능 혹은 넷플에서 아이들이 볼만한 드라마를 하루에 한편씩 보는 편이다.
식사 후에 아이들은 숙제를 하지만 없는 날은 가끔 책을 읽거나 대부분 빈둥거린다.
집에 티비가 없다 보니 적막하기도 하지만 참 할 일이 없다.
책 보는 것도 한 두 챕터 읽으면 집중이 흐려지는데 남편은 아예 딥슬립에 빠지고 만다.
오늘은 딸아이가 숙제가 없다고 해서 책을 읽으라고 했더니 역시나 아이도 딱 두 챕터만 읽고 책을 덮는다.
남편이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같이 루미큐브(보드게임)를 하자고 제안을 해서 둘이 식탁에 앉아 게임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진사람에게 꿀밤 때리기 벌칙을 정해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기는 것에만 목적을 뒀었는데 오늘은 딸아이가 50실링 내기를 하자고 남편에게 제안을 했다.(한화로 계산하기 쉽게 뒤에 0을 하나 더 붙이면 된다.)
남편이 웬일로 흔쾌히 승낙해서 둘의 팽팽한 게임이 시작되었다.
한판만 하기로 했던 게임은 3판까지 이어졌고 평소에 잘 이기던 딸아이는 멘탈이 무너졌는지 내리 3판을 아빠에게 지고 150실링을 내줘야 했다.
워낙에 딸에게 관대하고 물렁물렁한 남편은 아까워하는 딸을 앉혀두고 내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교육시키기 위해 승낙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절대 내기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내기가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 설명까지 곁들이며…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귀는 열려있던 나는 남편에게 돈을 돌려주면 안 된다고, 그래야지 교육이 되는 거라며 나 같으면 안 돌려준다고, 역시 당신은 물이라고 놀렸다.
그랬더니 남편이 “그래? 그럼 아빠가 오늘 밤에 생각해 보고 내일 돌려줄지 말지 결정할게.”라고 하더니 결국 딸에게 돈을 돌려준 남편은 아이에게 절대 내기 같은 거 하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신신당부한다.
그 모습을 보자 딸을 꾀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500실링 내기를 하자고 딸에게 제안했다.
잃어봤자 넌 500실링을 잃는 거지만 따면 천실링이 생기는 거라고 잘 생각해 보라고 했더니 아이는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냥 엄마가 원하는 일을 하면 크레딧을 주면 어떻겠냐고 딜을 한다.
그런 것 말고 내기를 하자며 딸에게 다시 달콤한 제안을 던졌다.
이기면 네가 가진 용돈의 두 배를 주겠다고 꼬드겼다.
그 돈이면 여행 가서 네가 사고 싶은 것 살 수 있다고 했더니 귀가 솔깃한 모습이다.
하하하~~ 넘어올 기세다.
그때 옆으로 다가 온 남편이 딸에게 아빠랑 약속한 것 잊으면 안 된다고 하니 딸아이가 “아빠, 그냥 150실링 돌려줄까?”한다.
역시 인간은 유혹에 약하다.
악마가 되어보니 유혹에 갈팡질팡하는 사람의 모습도 재미있고 결국 유혹에 자빠지는 모습은 더욱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악마들이 이 맛에 그만 두지를 못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