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트립 셋째 날 - 벌써 가물가물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부터 나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되물었었다. ‘내가 진짜 튀르키예에 다녀왔나?’ 남편에게도 “나 튀르키예 다녀온 것 맞지? 왜 벌써 옛날 일처럼 아득하냐…”라고 말했었다. 삶은 현실이고 여행은 정말 꿈이었던 것 같았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 때는 하루가 짧게 느껴졌는데 여행지에서는 시간을 쪼개 많은 것을 해서 그런지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분명 주어진 시간은 똑같은데 내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느냐에 따라 시간의 양도 달라졌다. 집안일을 하고 마트를 다녀오고 요리를 하면서도 며칠 전의 나는 이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다른 삶을 살았던 것 같은데, 아… 이것이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을 한참 했었다. 그러므로 이 여행기는 나 자신을 위한 기록이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요 기억은 벌써 가물가물하니 더 잊히기 전에 힘을 내보자!!
이제부터는 단 한 번을 제외하고 하루에 한 번씩 호텔을 옮겨야 한다. 내가 여행을 싫어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네 식구의 짐이었다. 여기서는 나 혼자만 챙기면 되니 이렇게 가볍고 산뜻할 수가 없다. 이번 여행의 묘미는 가벼움이었다.
2024년 10월 31일 목요일, 우리는 갑바도기아에서 파묵칼레까지 가야 한다.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하여 아침을 먹고 7시 30분에 이고니온으로 출발하는 일정으로 시작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엷은 안개가 사방을 두르고 있었고 그 사이로 멀리 열기구가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고니온은 오늘날 콘야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고 영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유명한 수피즘 시인 루미가 살았던 곳으로 그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어제의 나는 똑똑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늘의 나는 지혜로워 나를 바꿀 수 있었다.]
숙소에서 이고니온에 있는 사도바울기념교회까지 3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고 우리는 그곳에서 짧게나마 예배를 드렸다.
점심으로는 피데라고 하여 길고 얇은 도우에 피자맛이 나는 빵을 먹었는데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 중 이게 제일 맛있었다.
이제 이고니온에서 파묵칼레까지 6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튀르키예는 법으로 2시간마다 버스가 30분씩 쉬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상시간 보다 조금 늦게 호텔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식사를 한 후 개인 온천 자유 시간을 가졌다. 마침 방에 욕조가 있길래 물을 틀어보았더니 물이 꼬르륵 소리만 내고 나오지 않더니 한참 있다가 흙탕물이 콸콸콸 쏟아졌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그런 건가 싶었는데 다음 날 권사님 한 분이 그 물이 온천물이라 그 물로 온천욕을 하셨다고 한다. 이상하다… 그 물은 따뜻하지도 않았는데.. 방마다 다른 건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