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 페 인
나의 첫 유럽 여행지는 스페인이었다. 직장동료 5명이 함께한 패키지여행이었는데 그중에 친하다고 생각되는 동료는 나보다 3살 많은 언니였다. 어찌어찌 편성된 구성원과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처음 도착한 가우디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들어선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깜짝 놀랐다는 표현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을 만큼 새롭고 신비로웠다. 현실이 아닌 환상적인 공간으로 들어선 느낌이었다. 성당이라면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닌가 할 정도로. 찬찬히 보고 몇 시간을 앉아 있고 싶었지만.. 우리는 패키지 여행자, 도착한 날이 때마침 세계 자동차 박람회가 열리는 날이라 공항이 너무 붐벼 입국 절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그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가이드가 연신 빨리 빨리를 외쳐대고 있었다. 가우디 성당을 한 번 휙 둘러보고 구엘 공원을 거쳐, 바르셀로나 도심은 차 안에서 구경하는 차창 관광이라는 명목으로 대체 되었다.
훗날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자기는 가우디 성당에 오전에 들어가서 해질녘에 나왔다는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친 빛의 각도에 따라 성당 내부의 색이 수시로 변한다고 했다. 그런 것이 진정한 여행이지 하면서 패키지여행의 한계를 체감했다. 처음에 자유여행을 계획했다가 패키지로 급히 변경한 이유에는 그리 친밀하지 않은 직장동료끼리의 여행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각자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어느 누가 총대를 메고 모든 계획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유럽이라는 지역 자체에서 오는 새로움이 강했기에 같이 간 사람들 상호 간의 관심은 조금 덜한 것이 사실이었다.
바르셀로나까지 직항이 아닌 두바이를 경유하는 코스로 여행이 잡혀 있었다. 저녁에 도착한 터라 내리자마자 호텔을 향했는데 숙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아랍풍의 음악이 듣기만 해도 이국적이고 풍요로운 느낌이 들어 영화 알라딘에 나오는 한 장소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색달랐다. 이 나라,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골목 골목의 벽들이 매혹적이었던 민속촌을 시작으로 인공섬과 두바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알라딘의 요술램프 기념품도 사고 아랍 민속의상도 구경하면서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사막투어도 함께.
다섯 명이 다 친했으면 더 좋았을 여행이었다. 남자 둘은 따로 다녔고, 여자 셋 중에 나는 직장 언니와 함께 다녔고, 나머지 후배 여직원은 혼자 쇼핑하겠다고 했다. 서로 관심 있는 분야가 달랐던지 나와 언니가 그릇, 찻잔 가게에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자, 그릇에 별 관심이 없는 후배 여직원은 무리에서의 이탈을 선언한 것이다. 남자 직원 둘은 말할 필요도 없고. 직장 생활의 틈을 억지로 내어 먼 유럽까지 돈 들여 온 여행이라 각자의 시간이 소중했으리라. 절친들과 몰려다니며 웃고 떠들던 쇼핑과 사뭇 다르기는 했다. 하지만 싸우거나 불평을 얘기할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어서 적당한 예의와 질서 속에서 무난하게 보낸 여행이었다.
내가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긴 했다. 바르셀로나도 가보긴 했다. 근데 모든 것이 충분치 않았다. 서둘러 둘러본 아름다운 도시도, 함께 간 사람들과의 추억도. 그래도 나는 유럽을 다녀왔다. 스페인을 구경했고 두바이를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