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 지망생이 되기 위한 여정
<스릴러/서스펜스 영화계의 거장이자 표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의 난, 영화나 만화 등 미디어에 관한 관심이 많았다.
흑백, 고전영화를 좋아하던 부모님의 취향을 물려받았기 때문인지 소위 말하는 촌스러운 옛날 영화들을 즐겨봤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여느 아이들과 같이 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무렵, 친구의 권유로 애니입시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일은 아직 20대 초반인 내 인생에서 꼽는 최초의 중대한 결정이자 일탈이었다.
당시 입시학원은 인체, 색감, 구도, 만화의 흐름이나 미장센, 배경, 배치, 글쓰기 등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를 완성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영화, 소설 등을 볼 것을 권유했고, 별볼일 없는 실력을 갖고 있던 나 또한 훈련의 일환으로써 영화를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다.
학원에서 권유한 영화리스트에는 히치콕의 이름이 4번이나 적혀있었고, 그렇게 나의 첫 히치콕 영화인 "이창"을 보게 된 순간, 난 열렬한 히치콕 빠순이가 되었다.
<이창, real window 1954 속 제임스 스튜어트>
현대에 와서는 흔해빠진 관음증 소재이지만,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소재일 것이다. 남을 훔쳐보는 습관을 가진 남성이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미래가 약속되지 않은 애인과 실마리를 풀어간다는 이야기.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은 모두 세트장이고, 나름대로 사연을 가진 이웃들, 그리고 완벽한 기승전결(그러나 당시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권선징악 흐름이다)
아무튼 그 후로도 히치콕 영화를 나름대로 많이 보고 그가 감독한 영화들의 규칙을 정리해보았다.
1.그는 금발여자 배우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잉그리드 버그만에 이어 그레이스 켈리, 에바 마리 세인트, 킴 노백, 티피 헤드런에 이르기까지.. 특히나 그레이스 켈리의 경우에는 이창에서 처음 맛 본 아리따운 자태에 여자인 나마저 홀릴뻔 했다.
2.강렬한 색감 -나는 이를 "현기증"에서 유독 많이 느꼈다. 빨간색과 초록색이 대비되는 교차점에서 환상과 절망이 뒤섞인 매혹적인 표현..내가 입시를 할때에도 위의 색상들은 보색으로써 일러스트에도 자주 등장했다.
3.어딘가 둔한 남자주인공과, 그를 홀리게 하는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여성 캐릭터의 등장.
물론 그시절이 그렇 듯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서도 어느정도 성 고정관념적인 느낌은 배제할 순 없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소비에 그치지 않고 여성 등장인물을 영화의 키포인트로 배치해놓는 것이다. 아마 이것 또한 히치콕의 금발여성배우 편애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4.무엇보다도 흡입력 있는 전개 -이 부분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와 "새" 등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이유로, 약간은 변태적이고 천재적이었던 그의 미장센에 빠져들었다.
서론이 길었다. 사랑하는 히치콕의 영화를 모두 소개하고 싶어지다 보니 이렇게 됐다..
물론 이런 어느정도 잘 알려진 영화들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B급영화, 인디영화, 70년대 이름모를 영화, 에로티시즘이 가미된 영화 등 나름대로 다양한 장르에 대한 취향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겠다.
여튼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시네필 지망생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래도 고3까지는 하루에 한편은 영화를 챙겨보는 편이었는데 성인이 되고 결국 게으른 나의 천성에 못 이겨 다시 그토록 뼈를 묻자 다짐했던 미디어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아직 정복하지 못한 영화들은 산더미니...
다시 한번 인류의 최고의 문화산물인 영화산업과 미디어를 보존하는 이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여튼 이러한 이유와 상상하기 좋아하는 나의 징글맞은 "N"성향으로 인해 몇년간 만들어넣고 묵혀놨던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말고도 다른이유도 있다. 예를 들어 나의 별같지도 않은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시원하게 털어내고 싶다던가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다던가 하는 이유로 말이다.
블로그 운영이라거나 먼 미래, 논문을 쓴다던가라는 거창한 변명을 통해, 나의 은밀하고 사적인 시각과 생각이 담긴 글을 써내려가기로 해보자.